제약회사 영업사원 등으로부터 특정 수면마취제를 정상금액보다 30% 할인된 금액에 구매한 병원장에 대해 법원이 리베이트 수수를 인정하며, 6개월 간 의사면허정지는 정당하다고 판단 내렸다. 

1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 제5부는 서울 강남구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고 있는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낸 면허자격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14년 1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제약회사 영업사원 등으로부터 수면마취제를 구입하면 정상금액보다 30% 할인해 수금하겠다는 제의를 받고 이를 수락, 불법 리베이트 이익을 얻었다.

해당 기간 A씨가 구매한 의약품 가격은 총 3876만원 상당이었지만, 실제 지불한 금액은 30% 할인 금액으로 약 1162만원을 할인받은 셈이다.

구(舊) 의료법 제23조의2에 따르면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의약품 채택·처방유도·거래유지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받거나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받게 해서는 아니 된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2019년 4월 11일 A씨의 의료법 위반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A씨에게 제공된 경제적 이익은 금전 등 현물이 아닌 약값 할인인 점, 원고가 성형외과 의원을 운영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를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헌법재판소에 검사를 피청구인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검사가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수사를 했거나 기소유예 처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잘못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기소유예가 확정되자 보건복지부는 A씨에 대해 6개월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영업직원과 거래를 전적으로 담당하는 직원이 별도로 있다”며 “원장으로서 영업직원을 만나 수금할인을 제안받거나 이를 수락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해당 처분은 적법하지 않다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는 리베이트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법원에서 직접 의약품 도매상과 거래해오면서 영업직원에게 의약품을 공급받고 미수금을 결제해 준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며 “해당 병원을 담당한 영업직원 또한 A씨에게 판매금액을 30% 할인해 제공한 사실이 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어 “할인판매 거래처 목록에 A씨 병원이 누락되거나 해당 영업사원의 횡령 등으로 일부 금액이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증거 가치가 없다고 보기 힘들다”며 “원고는 관련 형사사건 및 헌법재판소에서 피의사실이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단을 받은 바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재판부는 “원고는 2011년 이후 수년에 걸쳐 영업사원들을 통해 할인된 가격에 수면마취제를 공급받아 온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무렵에도 30% 할인된 가격으로 계산한 미수금을 결제했으며 정상가격을 지급했다고 볼만한 반증이 없다”면서 “수금할인이라는 경제적 이익을 얻은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임수민 기자 (min0426@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