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근 물리치료사를 상근으로 잘못 신고해 부당이득금을 얻은 정형외과 의사를 상대로 정상진료 본인부담금까지 부당이득으로 환수한 보건복지부 처분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 업무정지 처분 취소 청구의 소송에서 원고 손을 들어줬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8년 경기도 안양시에서 A씨가 운영하는 정형외과 의원의 요양급여 산정 내역 등에 대해 현지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2015년 8월~2017년 11월까지 28개월 간 A씨 의원에서 근무한 상근 물리치료사는 1명뿐이고 다른 인력은 시간제 근무자였음에도, A씨가 이를 사실과 다르게 신고해 1600여 만원의 요양급여를 부당하게 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복지부가 고시한 '요양급여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에 따르면 물리치료사 한 명이 하루에 치료를 실시할 수 있는 인원과 관련해 상근 물리치료사는 1인당 월평균 하루 30명까지, 시간제·격일제 근무자의 경우 15명까지 요양급여를 인정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복지부는 2019년 6월 A씨에 대해 30일간의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A씨는 "상근 물리치료사와 시간제·격일제 비상근 물리치료사의 치료에 적정성의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며 불복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실수로 비상근을 상근으로 잘못 신고했더라도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를 청구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또한 복지부가 치료건수 중 부당하게 청구하지 않은 정상 진료에 따른 본인부담금까지 포함해 부당환수 금액을 부풀려 계산한 것은 재량권 일탈”이라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매일 일정한 시간에 출근해 정해진 시간 동안 근무했더라도 시간제 근무자는 상근하는 물리치료사에서 제외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비상근 물리치료사를 상근으로 신고해 2명이 상시 근무하고 있음을 전제로 산정된 물리치료 실시 인원을 기준으로 이학요법료를 지급받은 것은 부당하게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은 경우”라고 판단했다.
이어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에 따르면 부당금액 산정에 정상진료 본인부담금을 포함한 것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덧붙였다.
2심 재판부 “건보공단이 덜 부담한 요양급여비용 등 반영해야”
하지만 2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A씨가 운영하는 의원이 월평균 1일 45명의 환자를 초과해 물리치료를 실시한 행위는 부당하지만, 업무정지 처분 기간의 근거가 된 부당이득금 계산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A씨 의원을 방문한 65세 이상 환자는 원칙적으로 요양급여비용 총액의 30%를 본인부담액으로 부담하지만, 요양급여비용 총액이 1만5000원을 넘지 않는 경우에는 1500원만 부담하고 공단 부담액이 증가하는 구조다.
2심 재판부는 “A씨 총 부당금액은 공단 및 가입자, 피부양자에게 부당하게 청구한 요양급여비용의 합”이라며 “하지만 복지부는 부당청구에 따른 금액조정으로 환자 요양급여금액이 1만5000원 이하가 된 경우 증가한 공단 부담액을 반영하지 않은 채 A씨의 공단에 대한 부당금액을 0원으로 계산한 결과를 토대로 업무정지 기간을 산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단이 덜 부담한 요양급여비용 만큼 원고의 공단에 대한 부당금액에 음수(-)값으로 반영하면 원고의 총 부당금액이 줄어들게 되고 업무정지 기간도 30일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재판부는 “환자에 대한 부당금액을 당초 환자 자기부담액과 1500원의 차액 전부로 계산한 점 역시 A씨가 부당청구로 얻은 이익보다 훨씬 커 의료기관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업무정지 기간은 월평균 부당금액과 부당비율을 기초로 정해진다”며 “해당 처분은 위법한 부당금액 산출방식을 토대로 업무정지 기간을 정한 것으로 위법하기 때문에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