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명 명예교수 시국선언 "대한민국 의료 공멸"
"의료개혁이 우리 모두 생명을 위협, 증원 중단하고 합리적 대책 세워야"
2024.09.05 17:49 댓글쓰기



지난 6월 서울의대 교수들이 집회를 열고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14개 대학 49명의 명예교수가 5일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개혁은 대한민국 의료를 공멸의 길로 내몰고 있다"며 시국선언을 했다.


이들은 "무리한 의대 정원 증원을 중단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합리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고 강조했다.


"필수‧지역‧응급의료 위기, 의대 증원으로 해결할 수 없다"


5일 49명의 원로교수들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대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번 시국선언문에는 가톨릭대 오승택 명예교수, 경북대 이상범 명예교수, 경희대 김시영‧장성구 명예교수(이상 2명), 서강대 이덕환 명예교수, 서울과학기술대 고일두 명예교수, 서울대 김우호‧김정구‧김중곤‧김효수‧김현집‧박경수‧박병주‧박선양‧박영배‧서정욱‧성명훈‧손대원‧신희영‧윤병우‧이종석‧이춘택‧장학철‧전용성‧정성은‧정현채‧조보연‧최윤식‧최인호‧허대석‧황영일‧황용승 명예교수(이상 26명), 연세대 성진실 명예교수, 영남대 김성규 명예교수, 울산대 강윤구‧고윤석‧임태환 명예교수(이상 3명), 이화여대 김경효‧김종학‧백승연‧이경자‧이미애‧이순남‧이승주‧전선희‧정화순 명예교수(이상 9명), 중앙대 유석희 명예교수, 충남대 조문준 명예교수, 충북대 조항범 명예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원로 교수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현재 의료 위기는 우리 모두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의대 입학 정원을 단순히 늘리는 것만으로는 국민들에게 필요한 응급의료, 필수의료, 그리고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필수의료가 위기를 맞은 것은 높은 의료분쟁 위험과 낮은 보상 때문이며, 지방에 의사가 부족한 것은 인구 감소와 환자들의 대도시 대형병원 선호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교수들은 "응급진료를 위해 혼자들이 병원을 전전하는 문제는 단순히 의사 부족 때문이 아니라 의료분쟁 책임 등 복잡한 문제에서 비롯된다"면서 "의료분쟁제도를 개선하고 보상을 현실화하는 것만으로도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대 증원으로 인한 교육 질 저하, 국민 건강 위협하는 결과 초래"


교수들은 의대 증원에 따른 의학교육 질(質) 저하에도 심각한 우려 목소리를 보탰다.


이들은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는 결정은 의대 교수와 학생들 의견은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대학 총장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며 "이는 생명을 다루는 교육이 소홀히 여겨질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으로 교육시설과 인력 확충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지만 정부가 이에 충분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병원의 규모도 한계가 있어 학생들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교수들은 "이는 궁극적으로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위험이 있으며, 이는 곧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진료지원(PA) 간호사를 도입한 전문의중심병원 운영에 대해서도 "미래 전문의를 양성하기 위한 수련제도에 대해 투자계획이 없다면 이는 의료시스템 근간을 흔드는 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 없이 의사 수만 늘렸던 OECD 국가, 전문의들 타국으로 떠나는 현상 초래"


교수들은 "정부 의대 증원 결정 과정 역시 법적‧제도적‧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의사단체와 37차례 협의했다고 하지만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거나 폐기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중요한 정책이 이런 방식으로 결정된 것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자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정책이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OECD 국가들에서도 의료에 대한 적절한 투자 없이 의사 수만 늘리면 의료수준이 낮아지고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의사들이 근무여건이 더 좋은 나라로 이주하는 사례가 많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끝으로 교수들은 현 사태 해결을 위해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을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수들은 "현재의 의료위기는 단순한 의사 파업이 아니라 정부의 불법적이고 강압적인 정책에 실망한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의사와 전문의가 되기 위한 교육을 포기한 결과"라며 "이는 곧 의료현장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줄 사람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전문의들이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지만, 남은 의료진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지치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으면 결국 더 많은 의사가 병원을 떠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번 시국선언문에는 5일 오후 2시 30분 기준 의대 교수, 의대생 학부모 등 841명이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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