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분만의료기관이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공공산후조리원을 의무 설치하는 법안이 추진되자 지자체들이 난색을 표했다.
"주변 의료기관 없으면 실효성 떨어지고 간호사 등 필수인력 충족도 어려운 상황"
공공산후조리원을 확대해도 분만의료기관과 응급상황 발생 시 이송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가까이 있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또한 간호사 등 법정 필수인력 기준 충족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현재 소병훈·송옥주·이정헌 의원 등이 각각 대표발의한 모자보건법에 대한 심사를 진행 중이다.
소병훈 의원안은 국가가 공공산후조리원의 설립 및 운영 비용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주 내용이며, 송옥주 의원안은 인구 30만명 미만 지자체에 공공산후조리원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정헌 의원안은 민간산후조리원이 부족하고, 인구가 40만명 미만인 지역, 최근 5년 간 합계출산율이 0.5명 미만인 지역에 공공산후조리원을 의무 설치하는 게 골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산후조리원은 476개소로 이 중 공공산후조리원 수는 총 20곳(4.2%)에 불과하다.
송옥주 의원안대로 만약 인구 30만명 미만 지역을 설치 기준으로 삼을 경우, 공공산후조리원이 이미 있는 16개 지역을 제외하고 148곳에 추가 설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충주시 측은 출산 의료기관 및 의료기관 접근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충주시는 "지방 소도시는 거주지역에 출산 산부인과가 없거나 타지역에서 출산한 후 병원 인근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출산 직후 산모가 출산한 곳에서 주소지 소재 공공산후조리원의 원거리 이동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산모, 신생아의 응급상황 시 이송 및 치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도시가 아닌 곳에서 산후조리원을 세우더라도 법정 의료인력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충주시는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되는 산후조리원 특성상 법정 필수 의료인력인 간호사의 채용·유지가 어렵다. 병의원에 비해 간호인력의 취업 비선호 업종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정헌 의원안에 따른다면 인구 40명 미만 기초자치단체 중 공공산후조리원이 이미 있는 18개 지역을 제외하면 168곳에 공공산후조리원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이에 대해 경상남도 측은 "산후조리원은 분만산부인과 없이 단독으로 지역 설치를 의무화할 경우 이용자의 호응도가 낮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내놨다.
부산광역시 측도 "실효성이 낮아보이며, 최근 5년 간 평균 합계출산율 0.5명 미만인 지역은 이용 인원 자체가 적어 막대한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같은 취지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연광석 전문위원은 "인구 수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설치를 의무화하면 지자체에 상당한 재정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역 내 산후조리원 운영 현황 및 수요·공급 현황 등의 요소를 고려해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국회 복지위 박희승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산부인과 의원 중 분만수가가 청구되지 않은 의료기관 비율은 88.4%를 차지했다.
10곳 중 9곳이 분만진료를 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올해 7월까지 분만수가 청구가 월평균 1건도 되지 않는 지자체는 대구 서구, 경기 안양만안구, 강원 영월군 및 태백시, 전북 고창군 및 김제시, 전남 고흥군 및 완도군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