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한동훈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났으나 의료사태를 포함 민감한 현안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태도 변화를 이끌 카드로 여겨진 이번 만남에서 사실상 별다른 해법이 마련되지 않아 '여야의정(與野醫政) 협의체' 구성은 물론 의료대란 해결도 다시 수렁에 빠져들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만찬 회동을 했다.
이날 1시간30분가량 진행된 회동에서는 여야 관계 등 국회 상황과 원전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지만 의정 갈등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민감한 사안은 언급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날 만찬에 대해 "당 지도부를 처음 초청해 상견례와 함께 격려하고 화합을 다지는 자리"라고 설명하며 현안을 논의할 자리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했다.
이에 한 대표는 이날 만찬 후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재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1일에도 한 대표가 만찬 전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한 대표는 30명가량 모이는 만찬 자리에서 의정 갈등 등 현안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기 어렵다고 보고 윤 대통령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따로 요청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지난 23일 "신임 지도부를 격려하는 자리로, 한 대표와의 독대는 별도 협의할 사안"이라며 한 대표 요청을 거부했다.
한치도 좁혀지지 않는 의정갈등…의료대란 초장기화 우려
지난 추석 연휴를 앞두고 급물살을 탄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은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의료계는 협의체 참여에 앞서 2025학년도 증원 재검토,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대통령의 사과 등 정부의 태도 변화를 강력히 요구했으나, 정부는 이들 요구를 모두 거절한 상태다.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오전 국무회의에서도 "정부는 의사 증원과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든 걱정하지 않고 질(質)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겠다"고 밝히며 의료개혁 추진 의지를 다졌다.
의료계 내에서도 기약 없이 길어지는 의료대란을 종결코자 협의체에 참여하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 이마저도 돌아선 모양새다.
A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혹시라도 현 사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면서도 "만찬에서도 아무런 논의가 이뤄지지 않거나 정부 기조가 계속 이어진다면 사태는 훨씬 장기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