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上] 대학병원들의 고충이 심화되고 있다. '전문 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거창한 목표로 도입된 ‘전담 전문의’ 제도가 병동·중환자실·응급실 등 곳곳에서 악화일로 상황을 맞고 있다. 제도가 지향하는 이상에도 불구하고 진료현장에서는 여러 어려움이 상존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일시적으로 전담 전문의 업무 제한을 완화시켰지만 일선 의료현장은 여전히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더욱이 전담 전문의 기준이 설정돼 있는 곳이 젊은의사들 기피현상 중심에 있는 필수의료 분야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난관이 예상된다. 데일리메디는 전담 전문의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서울특별시병원회와 정책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에서 제기된 주요 병원장들의 주장과 정책 제언을 3회에 걸쳐 전한다. [편집자주]
[上] 대학병원 '전담 전문의' 고민···인건비·인력난 이중고
[中] 불확실성 커지는 '전담 전문의'···제도 '성패' 기로
[下] 악화일로 전담 전문의···'수가 확대·제도 개선' 시급
이번 좌담회는 서울특별시병원회 고도일 회장이 좌장을 맡고 △강남세브란스병원 구성욱 원장 △보라매병원 이재협 원장 △이대서울병원 주웅 원장 △강동경희대병원 이우인 원장 △고대구로병원 정희진 원장 △보건복지부 이중규 건강보험정책국장이 참석해서 현 상황을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 등을 논의했다.
고도일 회장 : ‘전담 전문의’ 제도 도입 이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주웅 이대서울병원장 : 전담 전문의 제도는 상당히 이상적인 목적으로 도입됐다. 전문의를 병실이나 중환자실에 상주시킨다는 개념이다. 전담 전문의처럼 좋은 자원들이 각 병원 중환자실, 병실에 포진하고 있으면 한국 전체 의료 수준은 높아질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높은 수준의 전담 전문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는 점이다. 병원들은 최저 수요를 맞추기에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실제로 우리도 여전히 입원 전담 전문의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도 겨우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성욱 강남세브란스병원장 : 과거 전담 전문의는 수술 후 관리라든지 병동의 일에 대해서 주치의로서 일을 좀 덜어줄 수 있는 부분에 역할이 고정돼 있었다. 입원 전담 전문의, 중환자 전담 전문의 등으로 나뉘어지는 것도 그런 부분을 고려해서 이뤄진 것이다.
특히 전공의가 없기 때문에 당직 개념 전담 전문의를 많이 요구를 하고 있다. 모든 진료과에서 수술, 외래진료, 당직까지 서기 때문에 부담이 크고 당직을 하는 전담 전문의에 대한 요구를 많이 해서 수요는 많지만 현실적으로는 인력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전공의 대체제 인식에 자긍심·정체성 문제 유발"
"1~3형 세부기준이 인력난 심화, 야간·휴일 근무도 부담"
정희진 고대구로병원장 : 한국의 전담 전문의는 미국의 호스피탈리스트 역할과는 상이하다. 미국의 경우 전문의이기 때문에 전공의와 역할이 다르고, 병동에서 근무하더라도 전담의 스스로 결정하고 여러 사안을 직접 관리하는 역할이다.
한국은 전공의를 대신하는 역할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전담 전문의들 스스로도 자긍심이 떨어진다. 입원 전담 전문의를 1~3형으로 나눈 탓에 그 틀에 맞춰서 뽑으려니 인력은 줄고 급여는 높아지는 시장이 형성이 된다.
주웅 이대서울병원장 : 필수과라고 하는 과목들이 비인기과가 된 이유는 야간, 응급, 주말 근무의 영향이 크다. 입원 전담 전문의를 설계한 사람도 1~3형을 나눈 이유가 밤이나 주말에 인력 구하기가 힘들다는 걸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채용이 어려우면 1형이라도 한다는 식이었지만 결국 국가적으로 야간이나 휴일 근무에 대한 보상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직도 그렇고 야간 근무에 대한 보상을 더 높여야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다.
"의료질평가로 악화일로···기준 충족 많지 않아"
고도일 회장 : 의료질평가 전담 전문의 지표 관련 문제도 있지 않나
이우인 강동경희대병원장 : 우리 병원의 경우 전담 전문의 충원율이 50~60% 수준이다.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 신생아실 전담 전문의 등 다섯 종류의 전담 전문의 모두 이 정도도 채우기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수가’와 ‘의료질평가’ 관련 문제다.
인력이 없는데 인력을 채워야 수가를 받을 수 있고, 의료질평가도 적정 등급을 받으려면 인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충족시키지 못해 적절한 평가를 받기 어렵다. 그 마저도 빅5 병원으로 가려는 경향이 많다. 인력이 쏠리니 다른 곳의 임금은 올라가고 경영은 악화된다.
구성욱 강남세브란스병원장 : 전담 전문의가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의료질평가를 통해 수가를 인정받는 구조 탓에 채용시 이미 몸값이 너무 많이 올라 있다. 당직 지원 등 지원비가 있어야 채용이 가능하다. 이것도 경쟁적으로 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이재협 보라매병원장 : 내년부턴 질평가에 입원 전담 전문의 빠질 예정이지만 한국은 너무 세세하게 인력기준, 자격요건을 질평가와 연동시키다 보니 기준을 다 맞추려면 반대급부로 인력을 어렵게 구해야만 하는 상황, 부족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
빡빡한 시스템 하에서 맞춰나갈 병원이 얼마나 있을지 생각하면 답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복지부가 지금 그동안에 여러 정책을 너무 세분화 해서 많은 것을 가져다가 기준을 만들어내는 게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