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 고령화에 따라 뇌졸중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제도적 허점으로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가까이에 뇌졸중 응급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있음에도 잘못 설계된 제도 탓에 엉뚱한 병원을 전전하다 치료기회를 잃는 환자들이 다반사다.
실제 현재 전국에 4개의 뇌혈관 전문병원이 운영 중이지만 정작 뇌졸중 발생시 이들 병원으로 이송되는 경우는 드물다. 응급환자 이송체계 상 행정적인 구획과 지역 응급의료기관이라는 한계에 묶여 있는 탓이다.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있음에도 치료받지 못하는 대한민국 뇌졸중 시스템을 들여봤다.
경직된 이송체계대문에 치료 기회 상실 빈번
응급실 내원 후 수술대에 오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국내 평균 115분 보다 25분이나 짧은 90분일 정도로 시스템과 수술실력이 정평이 나 있는 에스포항병원.
포항과 경주, 울산 등지에서 연간 발생하는 뇌졸중 환자 1600여명의 절반 이상을 이 병원이 책임지고 있다. 심지어 대구, 마산, 창원에서도 찾는 환자가 매년 늘고 있다.
지난 2008년 대학병원 신경외과 교수직을 포기하고 현장진료를 택한 김문철 원장과 그를 따르는 숙련된 의료진, 효율적 시스템 덕분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에스포항병원은 초고령화 추세 속에 갈수록 늘어나는 뇌졸중 환자들이 제때 찾아오지 못하는 현실에 가슴을 치고 있다.
30분 거리에 최적의 뇌혈관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병원이 있지만 행정적 구획과 지역 응급의료기관이라는 한계 때문에 환자들이 ‘골든타임’을 놓치는 상황이 빈번하다.
실제 119 응급환자 이송은 관할 소재 응급의료기관 우선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타지역이거나 국가가 지정한 응급의료기관이 아닌 경우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구조다.
정부 지정 응급의료기관의 경우 권역응급의료센터 42개, 지역응급의료센터 137개, 지역응급의료기관 232개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이들 응급의료기관 모두 뇌혈관 치료가 가능한 게 아니다. 이들 의료기관에 이송된 뇌혈관 환자들이 골든타임을 놓치는 중요한 이유다.
결국 관할 응급의료기관 우선 이송이라는 경직된 원칙이 뇌혈관 환자들의 치료기회 상실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뇌혈관 전문병원들이 중증환자가 이송되는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돼 있는 게 이상적이겠지만 그 자격을 갖추고 유지하는 게 여간 힘겨운 일이 아니다.
실제 △에스포항병원 △명지성모병원 △대구굿모닝병원 △청주효성병원 등 전국 4개 뇌혈관 전문병원 중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곳은 청주효성병원이 유일하다.
나머지 3개 병원은 지역응급의료기관이다. 그 마저도 뇌혈관 응급환자를 받기 위해 부득이하게 선택한 길이었다.
명지성모병원 허준 원장은 “뇌졸중은 ‘골든타임’ 사수가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한 빨리 적절한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술이 불가능한 지역 의료기관을 먼저 거치도록 한 119 이송 규정은 시대착오적”이라며 “경직된 이송체계 탓에 치료기회를 잃는 환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에스포항병원 김문철 원장은 “지역·필수의료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2차 병원 육성 및 지원은 단순한 수가가 아닌 전달체계 확립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뇌혈관 전문병원들의 활용도만 높여도 지역·필수의료에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시발점은 경직된 전달체계 개선이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역량은 충분, 활용은 불충분…‘센터’ 우선 원칙
이들 뇌혈관 전문병원은 뇌혈관 질환 분야에 높은 전문성과 차별화된 진료를 제공하며, 촌각을 다투는 뇌혈관 질환 중증 응급환자들의 ‘골든타임’을 사수해 왔다.
특히 의정사태에서 뇌혈관 전문병원들 활약은 도드라졌다. 이들 병원은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발생한 상급종합병원 의료공백을 든든하게 메우며 의료대란을 막아냈다.
최근 2년간 뇌혈관 전문병원 수술 통계에서도 그 활약상을 확인할 수 있다. 뇌혈관 전문병원 수술환자 수는 2023년 대비 2024년에 36.8%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에스포항병원은 2023년 688건에서 2024년 928건으로 34.9% 증가했고, 대구굿모닝병원은 682건에서 981건으로 43.8% 늘었다.
명지성모병원은 552건에서 774건으로 40.2% 증가했고, 청주 효성병원은 453건에서 567건으로 25.2% 순증했다.
의정 갈등 영향이 본격화된 2024년 4월 이후 통계에서는 36.8%보다 더 높은 43.3% 수술 및 시술 환자 증가율을 기록했다.
단순한 건수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뇌졸중을 가장 잘 치료하는 나라다.
‘TICI 등급’이란 뇌졸중 환자의 막힌 혈관을 얼마나 잘 개통했는지 평가하는 지표다. 폐색된 혈관 영역의 50% 이상에 혈류가 도달하는 상태를 ‘TICI 2b’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뇌졸중 환자의 88%는 TICI 2b 이상에 도달한다. 미국이 80%라는 걸 고려했을 때 한국은 전세계에서 뇌졸중 치료 성적이 가장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뇌졸중 치료 예후에 가장 중요한 건 접근성과 시의성이다. 치료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환자가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문제는 뛰어난 전문병원들이 많지만 정부 정책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병원을 소외시키고 있는 현행 응급의료 전달체계에 그 원인이 있다.
‘119 구급대원 현장응급처치 표준지침’에 따르면 급성 뇌졸중이 의심될 경우 가까운 지역응급의료센터 이상의 의료기관으로 이송토록 하고 있다.
즉, 근처에 치료환경이 더 뛰어난 병원이 있어도 일단 규모가 큰 응급의료센터로 환자를 이송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스포항병원 김문철 원장은 “119를 통해 이송해오는 뇌졸중 환자 비율은 55~60%로, 나머지는 다른 병원을 거쳐 후송돼 온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후송되는 환자 189명 중 73명은 수술이 필요했지만 후송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돼 치료의 선택지가 줄어든 상태였다”라고 덧붙였다.
진료현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병원들을 정부가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 원장은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대학병원보다 뇌혈관 치료 성적이 좋은 전문병원들을 의료전달체계에서 제외하는 건 모순”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119 현장응급처치 표준지침에서 지역응급의료센터 이상이라는 기준에 뇌혈관 전문병원을 포함시키는 등 현장에서 노력하고 있는 전문병원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뇌혈관센터 ‘기형적 구조’에 불만 확산
물론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뇌혈관 환자의 골든타임 사수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24시간 어디서나 심뇌혈관질환 걱정 없는 건강한 일상’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정작 의료현장은 실효성 없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올해 초 선정된 지역심뇌혈관질환센터가 대표적이다.
첫 지역심뇌혈관질환센터 공모에는 전국 71개 의료기관이 신청서를 접수했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각 지역을 대표하는 10개 병원이 최종 낙점됐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의정부을지대병원 △건강보험일산병원 △인천세종병원 △세명기독병원 △창원한마음병원 △동강병원 △대전을지대병원 △효성병원 △성가롤로병원 등이다.
이번에 지정된 병원에는 1개소 당 1억2500만원씩 총 12억5000만원의 운영비가 지원된다. 지정기간은 3년으로, 운영실적 등을 평가해 재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가 기치로 내건 지역완결형 심뇌혈관질환 의료체계 구축과는 동떨어진 구조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실제 심뇌혈관질환 치료 최종기관인 권역심뇌혈관센터의 경우 총 14개 기관이 지정돼 있는 반면 이들 기관 대비 하위 개념인 지역심뇌혈관센터는 10곳으로 가분수 구조다.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는 광역 거점기관으로서 고난이도 중증·응급 심뇌혈관질환 전문치료가 24시간 가능하고 조기재활 및 예방관리사업 등을 수행한다.
지역심뇌혈관질환센터는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와 협력체계를 구축해 필요시 신속한 이송 등으로 적시 치료가 핵심인 심뇌혈관질환의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는 역할이다.
때문에 이러한 기형적 구조에서는 심뇌혈관질환자가 지역 내에서 신속하게 전문진료를 받을 수 있는 지역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결국 건전한 의료체계 확보를 위해서는 14개 권역센터 지역에 최소 2~3개 지역센터를 추가로 지정해 불균형을 해소하고, 적기에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장 운영비 등 지원예산이 부족할 경우 우선 추가로 지역센터를 지정한 후 건강보험 재정에서 가산제 형태로의 지원을 병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한 병원계 인사는 “2년 전 발표된 제2차 심뇌혈관질환관리 종합계획에도 지역센터 30~40개를 지정하기로 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10곳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완결형 심뇌혈관질환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서는 단계별 치료기관이 가분수가 아닌 피라미드 구조로 설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단순한 지역 거점이 아닌 권역별 의료공백을 실질적으로 메우는 든든한 허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뇌혈관 전문병원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높은 진료성과에도 불구하고 뇌혈관 전문병원에 대한 국민 인지도는 낮고, 정부 정책에서도 전문병원이 소외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번 지역심뇌혈관질환센터 지정은 인프라 확대 시작인 만큼 향후 지속적으로 기관 수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심뇌혈관질환 치료 인프라는 계속 확충할 계획”이라며 “국민 생명권과 직결돼 있는 만큼 권역센터와 지역센터 모두 늘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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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25 90 .
, 1600 . , , .
20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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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
119 . .
42, 137, 2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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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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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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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2023 2024 36.8% .
2023 688 2024 928 34.9% , 682 981 43.8% .
552 774 40.2% , 453 567 25.2% .
2024 4 36.8% 4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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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CI . 50% TICI 2b .
88% TICI 2b . 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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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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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55~60%, .
189 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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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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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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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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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2500 125000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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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0 .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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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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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 30~40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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