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개편·보험사기 원천 차단 등 '대변화' 예고
政 "실손보험 보장 범위 합리화하고 필수의료 지원 대폭 강화"
2024.10.23 10:48 댓글쓰기

실손보험이 의료비를 증가시키고 비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과다한 보상으로 보상체계 불공정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실손보험 보장 범위를 합리화해 필수의료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당 발언은 정부가 현재 실손보험을 바라보는 비판적 시선을 함축적으로 나타낸 발언인 셈이다. 또 최근 국정브리핑에서는 윤석열 대통령도 “비급여와 실손보험을 개편해 왜곡된 보상 구조를 정상화하겠다”며 정부의 개편 방향성을 재강조하는 등 변함없는 의지를 밝혔다. 이에 보건당국과 금융위원회는 실손보험과 의료자문 제도에 대한 대대적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로 보이지만 우려와 논란도 적지 않다. 실손보험 개선과 의료자문제도 개선 등은 의료 현장과 소비자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편집자주]


실손보험은 입원 또는 통원치료를 받았을 때 실제로 본인이 지출한 의료비를 보험가입 금액 한도 내에서 지급하는 제도다.

 

실손보험은 의료비 상당 부분을 보장해 국민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도덕적 해이와 과잉 의료이용 문제가 갈수록 심화됐다. 


이에 정부는 실손보험 제도를 개선하고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장 축소와 자기부담금 확대를 주요 방안으로 제시했다.


새로운 실손보험 개편안에 따르면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장은 이전보다 대폭 축소된다. 


특히 과잉진료 위험이 높은 항목에 대해서는 보장 범위가 제한될 예정이며 소비자들은 이에 대한 비용을 더욱 신중히 고려해야 할 전망이다. 


또 자기부담금 확대로 실손보험을 이용하는 빈도 역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억제하고 보험 재정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 주도 실손보험 개선은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다. 


실제 의료개혁특위는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 비중증 과잉 비급여에 대한 혼합진료 금지 등을 논의키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실손보험 과잉 진료를 막기 위한 상품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의료 공급 측면서 제도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비급여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금감원은 무릎줄기세포주사 등 신규 비급여 항목이 계속 출현하는 등 전체 실손보험금 중 비급여가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실제 2023년 지급된 실손보험금은 14조813억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비급여 보험금이 56.9%(8조126억원)를 차지했다. 


비급여 항목을 중심으로 의료 쇼핑에 나서는 일부 가입자의 보험금 과잉 청구는 도를 넘은 수준이라는 목소리다. 


삼성·메리츠·현대·KB 등 국내 4대 손해보험사 취합 결과, 지난해 실손보험 가입자의 약 4%가 전체 지급보험금의 절반 이상(54.7%)을 수령했다.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가입자는 전체 가입자 대비 52.1%나 됐고, 나머지 보험금을 지급받은 가입자는 50만원 이하를 수령하는 데 그쳤다.


실손의료보험 청구 건수는 급증한 데 비해 보험가입자가 받는 혜택의 규모는 오히려 줄어들어 실손의료보험 개선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따르면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의 총 청구건수는 무려 1억6614만건에 달했다. 이는 5년 전인 2019년(1억532만건)에 비해 무려 57.7%p 증가한 수치다. 


실손의료보험은 2023년 기준 약 3997만명의 가입자와 3579만건의 보험계약을 보유해 사실상 ‘제2 건강보험’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급여항목 자기부담금과 비급여 항목을 보장해 고가 비필수 비급여 진료에 대한 문턱을 지나치게 낮춰 건보재정을 위협한다는 지적들이 이어졌다.


의료자문제도→상급의료기관 ‘투명성 강화’


의료자문제도는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할 때 전문가 의견을 참고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그러나 그동안 보험사의 일방적인 자문 결과로 인해 정당한 보험금 지급이 거부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소비자들 불만이 커져 왔다.


실제 보험금 부지급건수와 금액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19년 실손보험 부지급건수는 총 2만9507건, 부지급총액은 143억원이었는데, 2023년에는 부지급건수 7만 563건, 부지급총액은 215억원으로 늘었다. 


일각에서는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불필요한 과잉진료를 억제하고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손보험 관리에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의료자문제도를 개선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진료받은 상급기관에서 의료자문을 가능토록 해 사실상 1차의료기관의 의료자문을 금지했다. 


또 제3의 독립된 전문가가 자문에 참여할 수 있는 기를 확대했다. 자문 과정에서는 피보험자가 충분히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며 자문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도 보다 명확하게 규정토록 예고했다. 


소규모 의료기관 경영난 확대+환자 지속적 치료 우려


실손보험과 의료자문제도 개선은 보험재정 안정성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 이해되지만, 그 과정에서 의료계와 소비자들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의료계는 비급여 항목 보장 축소와 자기부담금 확대가 환자들의 의료이용을 감소시켜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 소규모 의료기관들이 경영난에 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환자 입장에서는 의료자문제도 개선이 환영받을 만한 변화일 수 있지만, 동시에 실손보험 보장 축소로 인해 의료비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나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이번 개편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손보험과 의료자문제도 개편은 보험제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중요한 과정으로 보험재정 건전성과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필요성은 크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과 의료계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는 제도 개선 취지를 살리면서도 의료계와 소비자 우려를 충분히 반영해 추가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목소리다. 


환자들이 의료서비스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제도적 지원을 토대로 향후 실손보험과 의료자문제도 개선이 국민 건강 증진과 보험재정 안정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성공적인 사례로 남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위 기사는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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