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산모 증가···'분만' 누구에게 맡기나
전공의 없고 교수도 탈출···"단일해법 아닌 인프라 확충·의료사고 면책 절실"
2024.07.04 10:38 댓글쓰기



왼쪽부터 오상윤 예진산부인과 원장, 신봉식 대한분만병의원협회 회장, 이정재 순천향대 서울병원 원장, 고도일 서울특별시병원회 회장, 임강섭 복지부지역의료정책과 과장, 이재협 보라매병원 원장, 오수영 대한산부인과학회 분만인프라TF 위원장.

[구교윤·최진호 기자 上] 최근 '필수의료'가 대한민국 보건의료 대표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필수의료는 국민 생명과 직결된 만큼 원활한 운용이 이뤄져야 하지만 의료인력 수급 불균형 및 불합리한 보상체계 등 고질적인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필수의료 중에서도 '분만'은 저출산 시대에 중요성은 커져가지만 의료진 기피현상이 심화되며 해법 찾기가 사실상 막막한 실정이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서울특별시병원회와 대한민국 산모들이 안심하고 출산할 수 있는 분만환경 조성을 위해 '분만 의료전달체계 모색'을 주제로 전문가 정책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번 좌담회에서는 분만 인프라 확충을 비롯해 효율적인 분만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좌담회에는 고도일 서울특별시병원회 회장이 좌장을 맡았고 신봉식 대한분만병의원협회 회장, 이재협 보라매병원 원장, 이정재 순천향대서울병원 원장, 오수영 대한산부인과학회 분만인프라TF 위원장, 오상윤 예진산부인과 원장, 임강섭 보건복지부 지역의료정책과 과장이 참석했다.


Q. 최근 분만의료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상황을 진단한다면?


신봉식 대한분만병의원협회 회장 

대학병원 전공의 수가 급감하고 있고 전임의 감소도 심각하다. 세부전공으로 산과를 선택하는 산부인과 전공의가 크게 줄었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지난해 단 한명의 전공의도 선발하지 못했으며 서울대병원은 2년, 고대안암병원은 7년 동안 전공의가 없었다. 전문의 자격 취득 후 세부전공시 분만을 하는 산과 기피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분만병원 의사들 평균 연령이 50대를 훌쩍 넘기고 있다. 분만을 담당할 젊은의사를 구할 수 없어 정말 큰일이다. 의사는 물론 간호사, 행정직원에 이르기까지 분만병원을 기피한다. 상대적으로 근무환경이 좋은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을 선호한다. 심화되는 인력난으로 대한민국은 이미 분만 인프라가 무너진지 오래다.


오상윤 예진산부인과 원장

소위 분만의사 씨가 말랐다. 지난 2008년 일본에서 분만병원이 3000개가 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조명받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분만 기능을 수행하는 병원이 고작 390개다. 분만기관 수도 부족하고, 산과 교수는 지역에 1~2명 남짓이다. 대도시인 인천에도 인하대병원 1명, 가천대 길병원 1명 등 총 4명 밖에 없다. 분만을 담당할 의사가 없어 '출산 난민'이라는 용어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출산 장려정책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우려스럽다.


오수영 대한산부인과학회 분만인프라 TF 위원장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분만을 교육할 산과 교수가 없다는 점이다. 가르칠 스승이 없으니 배울 제자도 없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향후 10~20년 동안 산과 교수가 얼마나 줄어들 것인가에 대해 다루는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산과 교수가 120명 정도 있는데, 퇴임 인원이 늘면서 그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분만을 가르칠 사람이 없다는 건 큰 문제다. 분만인프라 붕괴는 병원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고위험 환자들한테 치료기회 자체가 없어진다는 의미다. 교수인 나도 정년퇴임까지 10년 정도 남았는데 당직 서느라 수명이 단축된다. 배울 사람도 없는데 가르칠 사람도 없다.


Q. 예상된 악재. 어떻게 이러한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인지


이정재 순천향대서울병원 원장

예전에는 대학병원에 남아 일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예로움이었다. 시간과 힘이 들어도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치관이 바뀌었다. 분만뿐만 아니라 모든 진료과 교수들이 대학병원에서 힘들게 일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대학병원 교수들은 전공의 수련을 포함해 의대생 교육, 진료에 논문까지 격무에 시달리기 일쑤다. 동시다발로 4~5가지 일을 하는 것에 대해 교수들이 만족감을 찾기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채용 자체가 어렵다. 고육지책으로 분만 등 필수의료 분야 교수들 논문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신봉식 대한분만병의원협회 회장 

지난해 신설된 지역수가의 경우 서울과 광역시 등이 대상에서 제외돼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간 격차를 두겠다는 취지이지만 완전한 오판이다. 광역시 지역 주변에는 분만병원 자체가 없다. 그나마 대도시 소재 분만병원들이 주변 지역 산모들 출산을 담당하고 있지만 이들 병원은 지역수가 자체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수도권의 경우 폐해는 더 심각하다. 서울 소재 병원은 지역수가를 받지 못하고, 인접한 경기도 소재 병원은 수가를 받는 구조이다 보니 연봉을 높여 의료진을 영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역수가에서 소외된 분만병원들 고충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오상윤 예진산부인과 원장

우려되는 부분은 정책수가가 충분한 보상이라는 정부의 인식이다. 그래서 제왕절개 수가도 깎으려 했었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정책수가를 주고 본수가를 깎으려는 것은 조삼모사(朝三暮四)"라며 올분을 토했다. 정책수가 관련해서 한 대학병원 교수가 분만실 운영하면서 1년에 10억을 손실을 봤었는데, 정책수가를 통해 8억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하더라. 분만실만 운영하는 수가를 계산했을 때, 원가 대비 손해율이 얼마인지 살펴보면 분만병원 25~30년을 해야 겨우 원가대비 -50% 손해인 상태로 들어간다. 지역 가산을 받는 분만병원들은 정책 수가로 -25%까지 손해를 줄일 수 있다. 결국 손해가 줄었을 뿐 수가로 인한 상승은 없다고 보는 것이 현실이다.


분만의사 소멸에 소위 뺑뺑이 '출산 난민' 증가

대학병원에 분만을 가르칠 스승도 배울 제자도 없어

의료사고 무과실 보상, 일본은 3억원 한국은 3천만원


왼쪽 위부터 신봉식 대한분만병의원협회 회장, 임강섭 복지부지역의료정책과 과장, 이정재 순천향대 서울병원 원장, 고도일 서울특별시병원회 회장(가운데), 이재협 보라매병원 원장, 오상윤 예진산부인과 원장, 오수영 대한산부인과학회 분만인프라TF 위원장

Q. 분만의료 문제 핵심은 의사인력으로 귀결된다. 같은 맥락에서 의료사고에 지적도 나오는데


이재협 보라매병원 원장

현재 시스템에서 분만병원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저수가는 물론 의료분쟁에 대한 위험 부담이 상존한다. 특히 배상액수는 천문학적이다. 무과실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배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신생아 중환자실을 운영하면서 다른 진료과들이 도와주고 있는데, 급하게 왔을 때 병상이 차있으면 수용 자체가 불가하다. 대기하고 있는 분들에 대해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하는데 공공병원은 일정 보상이 있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정상 운영이 어려운 현실이다. 


이정재 순천향대서울병원 원장

의료사고 발생시 금전적 보상은 병원에서 해주지만 그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의료진은 지단한 과정을 감내해야 한다. 불가역적인 의료사고에도 의료진이 책임을 지는 구조는 문제다. 여기에 인건비까지 부담이다. 분만실을 유지하려면 하루에 8시간씩 3개 파트, 의사가 파트당 최소 2명 있어야 한다. 간호사도 파트당 2명. 간호조무사도 1명은 있어야 되는데. 의사인력을 제외하더라도 분만실 유지를 위한 인건비로 6000만원이 든다. 


오상윤 예진산부인과 원장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의료사고다. 일본의 경우 산과 의사가 의료소송으로 인력이 너무 줄어들면서 별도의 제도가 만들어졌다. 불가항력적인 분만사고는 사회적인 책임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산과 의사 책임이 아니라며 정부가 소송비용으로 최대 3억을 지급한다. 하지만 한국은 고작 3000만원 준다. 젊은의사들이 산과를 피하는 이유는 의료사고 때문이다. 


Q. 산부인과 기피현상 타개를 위해 무엇이 마련돼야 하나


신봉식 대한분만병의원협회 회장 

독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등은 의료사고 발생시 국가가 바로 개입한다. 의사와 환자가 직접 대면하지 않고 국가가 지정한 담당자가 환자와 보호자를 만나 절차를 설명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구조다. 국가는 의사에게 아주 특별한 과실 있지 않은 이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이번 의료사고 특례법이 그것인데, 환자단체들은 반대하지만 안전한 분만환경 조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오수영 대한산부인과학회 분만인프라 TF 위원장

결국 지금 젊은의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과실 보상'에 대한 법적인 문제다. 현재 무과실 보상 제도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 최대 보상금 한도가 3000만원으로 너무 낮아 무과실 보상 제도의 비효율성에 대한 지적이 상당하다. 최근 1년 사이 동국대병원, 인제대백병원, 단국대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등 대학병원 산과 중견급 이상 교수 7명이 사직했다. 우려를 넘어 위기 수준이다. 


임강섭 보건복지부 지역의료정책과 과장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소송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경향이 있다. 다른나라에 비해 형사소송까지 가기 때문에 의료진 입장에서는 부담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무과실 보상 3000만원이 최대 한도인데 정부도 일본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는 지향점은 갖고 있다. 예산 문제로 재정당국과 속도에서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의료사고특례법을 제정해서 의료인이 책임 및 종합보험 가입시 기소 자체를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산부인과나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보험료 부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같은 보험료 일부를 국가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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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회이사들부터 07.04 13:10
    최근 10년 동안 대학에 교수로 있으니 학생을 잘 가르쳐야 한다면서,

    매번 포트폴리오에 뭐니 뭐니 학교에서 요구하는 게 학기마다 수십여가지 요구를 하고

    대학병원이니 전공의들 잘 가르쳐야 한다며, 학회에서 또 수십가지 요구사항 달아놓고

    병원 의사이니 진료 수익 떨어지면 안된다고 걸핏하면 닥달이고

    월급은 로컬이나 2차병원보다 절반도 안되면서, 윗대가리들 요구사항은 무진장 많구먼..

    학회에 앉아 그저 선비 노릇 하면서 학생도 잘 가르쳐야 한다고,

    전공의도 잘 가르쳐야 한다고 여기 저기 훈장질하는 인간들아..

    너네가 맨날 사명감이 어쩌니 하면서 학회에서 선비노릇하던거나 반성 좀 해라.

    지금도 전공의 없어진지 5개월이 넘어가는데, 전공의 교육프로그램 잘되어 있는지

    TO 실사 나온다는 헛짓거리나 하면서 저런 소리 하는게 부끄럽지도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