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영리병원 허가, 공공의료 훼손 결코 없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2019.01.02 06:23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신년 특별대담] 지난 연말 국내 첫 영리병원 탄생 소식에 의료계는 물론 전(全)사회가 술렁였다. ‘제주 녹지국제병원’은 공론조사 불수용, 도의회와의 갈등, 공공의료체계에 대한 우려 등 다양한 논란을 양산했다. 최근에는 병원 측이 ‘내국인 진료 불가’라는 제주도 입장에 반발해 소송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진통을 예고했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제주특별자치도 원희룡 도지사[사진]를 만나 영리병원 논란 전반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원희룡 도지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이다. 국내 첫 영리병원 허가 배경에 대해 못다한 얘기가 있다면
 
A. 가장 고민한 부분은 우리나라에 대한 신뢰였다. 중국자본 손실로 인한 외교문제, 거액의 손해배상, 경제적 수익보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행정에 대한 신뢰가 손상된다면 대형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병원 개설이 취소될 경우 투자를 유치한 행정에 대한 신뢰도에 큰 타격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외에도 현재 병원에 채용된 직원 134명의 고용문제, 이전 토지주들의 목적 외 사용에 따른 반환 소송문제 등도 고려해야 했다. 
비영리병원 전환을 위해 보건복지부 등과 협의했으나 누구도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에 부담스러워했다. 지역경제 활성화, 대외신인도 등을 고려해 ‘조건부 허가’라는 결론이 제주도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한 비난을 달게 받을 것이며 책임질 사안이 생기면 책임을 지겠다.
 
Q. 녹지국제병원 개원으로 제주도가 얻을 수 있는 유무형 경제효과는
 
A. 지난 2014년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글로벌 경쟁력 취약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규제개혁을 통해 의료서비스 시장을 키울 경우 오는 2020년 생산유발효과 62조4000억원, 취업유발 효과는 37만4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또 2009년 기준으로는 해외 의료관광객 30만명이 우리나라를 찾는다고 가정할 때 생산유발 효과는 최대 4조8000억원, 취업유발 효과는 37만4000명에 달한다. 이런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하더라도 제주도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헬스케어는 육성할 가치가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Q. 숙의민주주의 포기 첫 사례라는 달갑지 않은 타이틀도 갖게 됐는데
 
A.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공론위) 권고를 전부 수용하지 못해 제주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단, 제주도는 공론위 결정을 존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공론위 권고사항은 단순 ‘불허’ 의견이 아니라 녹지병원을 비영리병원 등으로 활용할 것, 헬스케어타운 전체 기능이 상실되지 않도록할 것, 녹지병원에 이미 고용된 사람의 일자리를 배려할 것 등을 주문했다.
도지사 입장에서는 사업자를 설득하고, 정부 등과의 협의를 통해 법적소송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하는 게 1차적 과제였다. 공론위 권고안을 지키기 위해 녹지국제병원 측과 수 십 차례 협의했지만 이들의 입장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혹은 다른 국가기관이 인수해 운영할 수 있는지 여부도 타진했으나 정부 승인 없이는 불가능했다. 제주도는 이런 일련의 노력을 기울였고, 결국은 불가피하게 ‘조건부 허가’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공공의료 훼손 완전봉쇄, 내국인 진료시 허가 취소"
"녹지국제병원 건강보험 미적용, 파장성 미미"
 
Q. 공공의료 붕괴에 대한 우려가 크다. 구상하고 있는 안전장치는 무엇인가
 
A. 지난 2015년 6월 녹지국제병원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며 ‘제주를 방문하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병원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와 달리 내국인 진료를 한다면 허가권자로서 행정제재권을 행사할 것이다. 개설허가 시 내국인 진료 제한을 조건으로 명시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허가취소 등 강력히 대처할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은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계획이 없다”며 “외국인 진료만으로는 경제적 파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무엇보다 제주도 내 외국의료기관 관리·감독권은 제주도에 있다. 향후 도민건강과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공공의료체계를 훼손하거나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지도감독을 철저히 할 계획이다.
 
Q. 타 경제구역으로 영리병원 허용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는데
 
A. 녹지국제병원 개설이 가능했던 이유는 ‘제주특별법’에 있다. 인천을 비롯한 8개 경제자유구역에서 외국의료기관이 개설되기 위해서는 ‘경제자유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별도의 허가절차가 있어야 한다. 복지부가 최근 “제주도는 특수한 경우(제주특별법에 근거한 병원 개설)”라고 밝힌 이유다. 녹지국제병원은 단순히 영리목적을 위해 설립된 개별병원이 아니라 헬스케어타운이라는 새로운 의료관광산업육성을 위한 복합타운시설의 일부다. 최근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개설 허가는 특수한 경우이며, 현 정부에서 영리병원을 추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고, 청와대 역시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복지부 및 정부가 추가적인 외국의료기관 개설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 밝힌 만큼 일부에서 우려하는 의료공공성 훼손은 없을 것이다.
 
Q. 녹지국제병원 실질적인 운영주체 논란도 일고 있다. 우회투자 지적에 대한 견해는
 
A.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에는 내국인 또는 국내 법인이 우회투자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경영에 관연하는 지 여부를 심의하도록 명문화 하고 있다. 개설허가 심사 원칙으로 복지부와 제주도가 각각 조건을 충족하는지 엄격히 심사해 해당사항이 없다고 판단했던 부분이다. 또 녹지국제병원은 중국 북경연합리거의료투자유한공사 및 일본 IDEA와 운영지원 및 해외환자 소개, 환자 사후관리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외국인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한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 우회투자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녹지제주헬스케어유한회사의 본사 등기부 등본을 발급받아 자본금(210억 8300만원)도 확인했고, 병원이 자체적인 인력운영계획·자금조달 방식 등을 갖추고 있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에 담당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의료계 의견 경청, 다만 반대 위한 반대는 경계"
"부작용 줄이기 위해 최선 다할 것이나 극단적 결론은 지양해야"

Q.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이 항의방문을 했다. 의료계 반발이 만만치 않은데
 
A. 대한의사협회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등 모두의 의견을 듣고 소통하고 있다. 향후에도 충분한 의견수렴과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방침이다, 하지만 극단적인 상황만을 가정해 결론내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생각할 필요도 있다.
 
Q. 녹지국제병원 측이 ‘내국인 이용 제한’에 반발하고 있다. 법정공방도 예상된다
 
A. 우선 보건복지부와의 논의 과정 전체를 밝히기 어렵다는 점 양해 바란다. 단, 내국인 이용 제한으로 허가하더라도 의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입장은 제주도와 복지부 모두 같은 입장이다. 녹지국제병원 측이 다른 주장을 할 수는 있지만, 정부와 허가권자인 제주도의 입장이 확고한 이상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설령 소송으로 이어지더라도 법원도 이 같은 판결을 내릴 것이라 생각한다.
 
Q. 제주도민과 국민들에게 미처 하지 못했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찬성 혹은 반대, 수용 혹은 불수용 등 이분법적인 결정만 내린다면 어느 한쪽의 비난만 감수하면 되기 때문에 쉽다. 하지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선택은 양측의 비난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늘 어렵다. 내게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종합적·현실적으로 판단하고 집행할 책임이 있다. 이에 따른 비난·수습 등 책임 역시 내가 감당해야한다. 외국의료기관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허구의 가정일 뿐 이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취임 당시 앞으로 4년은 제주도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념과 정당을 뛰어넘어 도민을 위해 열심히 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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