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핵심 수술실 떠나는 '마취과 의사'
대한마취통증의학회 "마취 가산수가·온콜수당 등 시급" 촉구
2023.04.27 12:11 댓글쓰기




[기획 하] 올해 초 정부가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전국민이 언제 어디서든 골든타임 내 중증·응급, 분만, 소아진료를 제공받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필수의료 수술을 위한 핵심 진료과는 언급되지 않았는데, 바로 마취 분야다. 


박성용 대한마취통증의학회 보험이사는 “마치 음식점이 요리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인테리어·분점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수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어떤 정책이 나와도 현재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고 말했다. 


"필수의료와 마취는 무관하지 않다, 전문의 이탈·전공의 기피 심화" 


학회에 따르면 현재 건강보험 마취료 원가보전율은 72.7%에 그치며, 집계 불가능한 병원의 인적·물적 투입을 고려한다면 실제는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마취료는 일본과 비교하면 7분의 1, 미국의 23분의 1 수준이다.  


즉 마취과 의사들이 마취를 할 수록 병원에 손해를 끼쳐 병원은 전문의 채용을 꺼리고, 마취과 의사들은 열악한 수술실 마취를 포기하고 미용·통증 분야 등 개원가로 향하고, 남은 이들은 과로에 시달리다 사직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한동우 기획이사는 “마취전문의의 고용난이 두드러지는 곳은 분만병원”이라며 “분만 특성상 24시간 언제든 응급 분만 및 수술이 잡힐 수 있고, 무과실 의료사고에도 소송이 빈번해 마취전문의들도 소송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악순환은 전공의들의 수련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동우 이사는 저출산 여파로 소아마취를 경험하고 수련할 기회가 부족해지면서 소아마취 전문의 육성도 어려울 뿐더러 마취과 전공의들도 고난도 마취 분야를 기피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학회가 지난해 마취과 전공의 4년차 200여명을 대상으로 ‘전문의 취득 후 임상 진료현장에서 가장 기피하는 분야’를 조사한 결과, ▲심장마취 22% ▲소아마취 18% ▲중환자의학 12% ▲산과마취 11% ▲폐마취 11% 순으로 나타났다.


수술실 마취과 인력난 악순환 끊기 첫걸음은 '수가 개선' 


박성용 보험이사는 “현재 ‘기본수가’와 고난도 마취행위에 대한 ‘가산수가’ 둘 다 올리면 좋겠지만, 이중 필수의료에 해당하는 가산수가만이라도 올리는 것을 제안한다”며 “심장수술·이식수술·개두술·응급수술·응급수술·소아·산과·중환자 등의 가산율이라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분야의 가산수가를 올리더라도 재정 소모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4시간 가량의 수술이라고 가정하고, 심장·이식·개두술 마취를 현재 50%에서 100% 가산으로 상향한다면 건당 17만1550원이 추가된다. 


계산 결과 ▲심장수술마취 23억6000만원 ▲이식마취 6억5000만원 ▲개두술 마취 41억3000만원 정도가 추가될 것으로 추산된다는 설명이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 박성용 보험이사, 한동우 기획이사 

수술 전(前) 환자 상태 등 평가 수가·온콜 수당 등 현실적 지원책 마련 절실


기존 수가 인상 외에도, 대부분 중증·응급인 필수의료 분야 수술에 마취과 전문의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기 위해 새로운 수가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성용 이사는 “성공적인 마취를 위해 수술이 결정된 순간부터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최적의 상태에서 수술받을 수 있도록 전처치를 해야 합병증도 안 생기고 수술 결과도 좋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마취과 전문의가 수술 전후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마취 준비·관리 및 회복 과정에 참여하고 ‘마취 관리료’를 추가 지급받는다. 


현재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병원이 아닌 의료진 개인에게도 와닿는 방법을 강제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학회 입장이다. 


박성용 이사는 “정부가 병원을 지원하고, 병원이 적절히 분배하는 체계가 행정적으로는 편할 수 있다”면서도 “이러한 지원이 현장 필수의료 담당 진료과 또는 의료진에게까지 내려오는 것은 쉽지 않고 체감도도 낮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현장의 현실적인 어려움 중 하나는 의료진이 응급수술에 대비해 대기하는 소위 ‘온콜 당직’이다. 


박성용 이사는 “지원이 건수 또는 실적 중심으로 이뤄지면 실질적 지원이 미치지 않는 분야가 생길 수 있다”며 “지방·소규모 병원의 필수의료 분야는 건수자체가 적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정 규모 추가 지원을 병행해야 응급수술에 대비해 대기하는 인력에 대한 지원도 가능하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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