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소요재정'…의‧병협 등 공급자단체 불만
2021년 후 증가없이 유지되면서 '환산지수 인상률 2.0%' 형성 흐름
2024.05.31 05:26 댓글쓰기

환산지수협상(요양급여비용계약) 핵심으로 꼽히는 추가소요재정(밴드) 규모 확대가 해를 거듭할수록 둔화되는 추세다.


추가소요재정 둔화로 환산지수 평균 인상률의 심리적 저항선이 2.0%로 고정된 모양새이며 협상 참여 공급자들 불만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025년도 환산지수협상이 5월 31일 제3차(최종)협상만 남겨둔 가운데 추가소요재정 규모 선공개를 요구하는 공급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밴드 규모가 확대는 공급자별 파이(Pie)와 직결되는 것으로  이는 곧 환산지수 평균 인상률 상승으로 연결된다. 공급자 단체들이 0.1%라도 더 받기 위해 협상전략을 세운다. 


2014년 6898억 규모이던 밴드 폭은 ▲2015년 6718억원 ▲2016년 6500억원 ▲2017년 8134억원 ▲2018년 8234억원 ▲2019년 9758억원 ▲2020년 1조478억원에 이르면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문제는 2021년 9416억원으로 하락 이후 상승세가 둔화됐다는 점이다. 2022년 1조666억원 2023년 1조848억원 2024년 1조1975원 수준이다.


규모상으로는 늘었지만 급증한 인건비, 재료비 등 공급자들의 운영비를 생각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수준이라는 것이 공급자들 항변이다. 


제2차 협상 종료 직후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협상단장은 “환산지수 본질은 가격을 결정하는 것, 그 가격으로 각 병원급 의료기관이 잘 운영되고 유지될 수 있는가를 살펴야 할 때”라며 “의사인력의 개원가 이동과 의료 질(質) 향상을 위한 고용증가 등을 감당하기 위해 이제는 실질적으로 환산지수 인상률에 큰 영향을 주는 밴드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제약업계도 마찬가지다. 박영달 대한약사회 협상단장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밴드 규모다. 건보공단측에 가입자들을 최대한 설득해서 밴드 총량을 확대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했고, 가입자·공급자·건보공단 3자 간 면담에서도 이 부분을 강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공급자단체 중 가장 많은 수가협상 경험을 가진 마경화 대한치과의사협회 협상단장은 사이드밴드(소프트밴드)를 새롭게 편성하자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밴드 운영 효율성을 높여 좀 더 유연한 협상을 제안했다.


마경화 단장은 “그간 방치된 불균형 문제로 인해 보건의료라는 거대한 섬이 전체적으로 조금씩 가라앉고 있는데 이는 추가소요재정이라 불리는 밴드 때문”이라며 “환산지수를 높여 저수가 문제를 막을 수 있게 밴드를 키워야 하고, 사이드밴드를 도입해 밴드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협상 전(前) 밴드 사전 공지, 재정운영위원회 공급자 참여,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금 지급법 준수, 필수의료 살리기 위한 별도 재정 투입 각 유형별 운영에 맞는 상대가치 전면 개편 등을 요구했다.


최성호 의협 협상단장은 “국고 지원이 미지급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은 3년 연속 흑자이고 누적적립금은 28조 원에 달한다”며 “밴드 규모의 파격적인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공급자 단체들은 매번 밴드 규모의 확대 필요성을 외쳤지만, 건보공단과 재정운영위원회는 가입자 보험료율 상승 부담 등을 이유로 밴드 규모 확대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결국, 밴드 규모의 대폭적인 확대 없이는 환산지수 평균 인상률도 높아질 수 없기에 공급자단체들은 밤샘 협상을 하고도 답이 정해진 씁쓸한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환산지수 협상 인상률 저하 1.98% 저항선


유형별 환산지수협상이 시작된 2008년도부터 2024년도까지 17년간의 연도별 환산지수 평균 인상률을 살펴본 결과 총 17회 중 64.7%인 11회 협상에서 인상률이 2.0%를 넘겼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09년도 2.22% ▲2010년도 2.05% ▲2012년도 2.20% ▲2013년도 2.36% ▲2014년도 2.36% ▲2015년도 2.20% ▲2017년도 2.37% ▲2018년도 2.28% ▲2019년도 2.37% ▲2020년도 2.29% ▲2022년도 2.09%를 기록했다. 가장 인상률이 낮았던 해는 2011년도 1.64%다.


이 외에 2008년도 1.94%, 2016년도 1.99%, 2021년도 1.99%였으며 2023년도와 2024년도에는 2년 연속 1.98%에 머물렀다.


결국 2년 연속 1.98%에 머무르면서 ‘2.0%’를 넘길 수 있을지가 올해 협상의 관전 포인트로 고착화되는 형국이다. 


A공급자단체 관계자는 “건보공단과 재정운영위원회에 환산지수 평균 인상률이 2.0%를 넘으면 안 된다는 심리적 상한선이 있는 것 같다”며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 상황이 주된 핑계였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당시에 걱정했던 것처럼 큰 문제는 없던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B공급자단체 관계자도 “밴드 규모와 환산지수 인상률에 지나치게 방어적이고 보수적이면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하기 전부터 공급자들은 정해진 틀 안에서 협상해야 한다는 생각에 진행할 필요도 없는 협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즉, 건보공단과 재정위가 환산지수 평균 인상률 2.0%라는 상징적인 숫자와 밴드 규모 대폭 확대를 두려워하지 말고 공급자 단체들이 최소한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 들만한 수치를 제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C 공급자 단체 관계자는 “매년 똑같은 주장만 되풀이하는 공급자단체들이 답답해 보일 수 있으나 그만큼 밴드 규모와 환산지수 평균 인상률 확대는 중요하다”며 “여유가 없을때는 힘들다고 안 되고, 여유가 있을 때는 미래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이유로 안 된다고 하면, 과연 공급자단체는 매번 희생만 하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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