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진료 금지하면 제2·3 페인버스터 사건 발생"
비급여 국소 마취제 사용 불가 고시로 산모들 반발 등 논란…醫 "진료 선택권 보장"
2024.06.16 07:49 댓글쓰기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중 하나인 '혼합진료 금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무통주사 급여 사용 시 비급여 국소 마취제 '페인버스터' 사용이 불가하다는 고시를 마련한 정부 정책에 산모들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해당 고시는 재검토되지만, 페인버스터에 대한 본인부담률은 높아질 예정이다. 의료계는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이 강행될 경우 향후 제2, 제3의 페인버스터 사건이 터질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오는 7월부터 무통주사와 페인버스터를 함께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급여 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페인버스터 급여 기준을 무통주사를 맞을 수 없는 환자로 한정하고, 급여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본인부담률을 기존 80%에서 90%로 높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제왕절개 통증 조절 방법은 행정이 아닌 의료인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비판했다. 


의사회는 "제왕절개는 복부와 자궁을 절개하는 큰 수술로, 피부는 물론 근육층과 자궁까지 절개하기에 후산통이 매우 크다. 2~3일간 거의 움직일 수 없고 혼자서 일어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술 부위에 국소마취제인 페인버스터(CWI)와 정맥으로 투여하는 무통주사(PCA)를 사용해 통증을 조절해왔다"며 "페인버스터는 절왕절개 수술 후 통증관리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안전한 치료법이며, 국소에 작용해 부작용이 적고 마약성 약물 사용 감소를 유도해 산모와 신생아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단체는 "무통주사에 부작용이 있는 환자에선 페인버스터가 더욱 필요하다. 행정예고에 강력히 반대하며, 환자 상황에 따라 의료인이 병용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진료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백내장 수술 다초점렌즈, 페인버스터 다음은?


게다가 혼합진료 금지, 비급여 차단 등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신기술 사용이 제한돼 발전된 의료 수준이 퇴보하고, 환자들이 저가에 질 낮은 의료 서비스를 받게 되는 점도 우려했다. 


대한의사협회가 의대 증원과 더불어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 철회를 주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재정 건전성, 보험사 손해율 감소 등을 이유로 세계적인 수준의 한국 의료를 퇴보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의협 측은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은 그동안 의사들이 제공해 온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퇴보시키고, 국민들에게 저가에 질 낮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만드는 정책"이라며 "보험사만 배불리고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의료정책은 폐기해야 한다"고 수차례 요구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관계자는 "정부가 백내장 수술에서 비급여인 다초점렌즈 사용이 재정을 낭비시키고, 보험사 손해율 증가의 주범인 것처럼 비판하다가 혼합진료 금지 정책을 내놓았다"면서 "그런데 자세히 보면 보험 설계사와 브로커가 껴서 문제를 만들었고 초기 실손보험을 키우기 위해 설계한 보험 계약 자체가 불필요한 보험 이용을 부추긴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다초점렌즈는 먼 거리는 물론 가까운 거리도 잘 보이게 해 노인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부상 위험도 줄여 의료비 지출 감소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며 "의료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데 필요한 환자에게 단초점렌즈 사용을 강제하는 혼합진료 금지 정책은 문제"라고 부연했다. 


그는 "복지부는 페인버스터 사례가 혼합진료 금지와 무관하다고 하지만, 관련성이 없을 수 없다"며 "혼합진료 금지는 물론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포함된 비합리적인 정책들이 하나씩 시행될 때마다 진료권과 환자 선택권, 신의료기술 적용 등을 제약하는 일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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