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도 의사도 꺼리는 소아응급, 회생 대책 시급"
곽영호 대한소아응급의학회장
2024.07.08 05:47 댓글쓰기

"소아 및 청소년을 응급실에서 책임지고 진료하는 의사들이 점차 현장을 떠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탈 현상은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등 중환자를 진료하는 곳에서 더 심각한 양상을 보여 우려가 큽니다."


곽영호 대한소아응급의학회 회장이 최근 데일리메디와 가진 인터뷰에서 밝힌 대한민국 소아응급의료 현실이다. 


곽 회장은 작금의 소아응급의료 현실을 두고 "건물로 비유하자면 한마디로 붕괴 직전"이라고 말했다.

 

"저출생 시대 소아응급의료, 전문의조차 병원 이탈"

"세부전문의 699명 불과하고 응급의료센터 근무자는 30%"


소아응급의료는 소아청소년 응급질환과 외상, 중독, 사회적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분야로 별도 전문 지식과 술기에 대한 경험, 숙련이 요구된다.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등에 더해 '소아응급'이라는 세부전공을 더 공부하고 술기를 익힌 전문의들이 소아응급 세부전문의사가 된다. 


저출생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우리나라는 아이들 생명을 지키는 소아응급 전문의 중요성은 갈수록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새로 양성되는 의사는 커녕 있는 의사들마저 현장을 떠나고자 하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곽영호 회장은 "소아응급의료는 국가 미래가 달린 다음 세대 건강, 안전과 관련이 있다"며 "소아응급 중요성은 한 나라에서 아이들이 가지는 중요성과 비례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소아응급의료는 국가 미래를 지키는 중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소아응급의학 세부전문의 조차 병원을 떠나는 사태가 빈발하면서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실제 지난 2010년 9월 전국 1호 소아응급실 운영기관으로 선정된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에서는 지난달 마지막 남은 전문의 1명마저 병원을 떠난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일반진료를 보는 아동병원으로 응급환자가 급격히 몰리면서 소아응급의료 체계가 악화일로를 거듭하고 있다.


학회에 따르면 현재 소아응급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총 699명이지만 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30%를 넘지 못한다.


"소아환자 진료비, 성인환자 3분의 1 수준으로 병원도 의사 고용 기피"

"경증환자 응급의료센터 오남용 심각, 의료진 업무 부담 가중"


소아응급의료 위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무엇보다 비현실적인 낮은 수가가 주된 원인이라는 게 곽 회장 설명이다.


곽 회장은 "소아응급의료는 성인환자 대비 매출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 탓에 병원에서는 소아청소년 환자를 꺼려하고 진료가 가능한 전문의 채용도 기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정 수준 이상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결국 성인환자를 더 많이 봐야하는 상황"이라며 "소아응급은 병원에서 사명감을 갖고 지원하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증 환자들이 응급의료센터를 오남용도 문제다.


곽 회장은 "단순 발열만으로 스스럼 없이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경증환자들이 응급의료센터를 오남용해 응급실이 과밀화 되는 현상도 소아응급의료를 망치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소아응급환자 배후진료 인력 지원·수가 재조정 절실"

"의료소송 보호 장치·수련 국가책임제 도입 시급"


곽영호 회장은 소아응급의료 소생을 위해서는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우선 전반적인 소아응급 교육체계 확립이다. 특히 곽 회장은 전공의 대상으로 하는 소아응급에 관한 교육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소아응급의료는 단기간 교육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소아청소년과와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이 능숙하게 환자를 대할 수 있도록 전공의 시절부터 기초를 닦고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아응급 배후진료 인력(소아영상의학과, 소아외과, 소아정형외과, 소아신경외과 등)에 대한 지원과 전반적인 수가 재조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응급실에서 진료 결과에 불만을 품은 보호자들 소송에 대해서도 의료진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곽영호 회장은 "소아, 청소년 환자의 경우 나쁜 결과를 내는 것보다 환자를 거부하는 게 더 낫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이런 인식이 퍼져 있는 한 응급실 뺑뺑이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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