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액 연봉 줘도 탈출…밤 되면 홀로 응급실
"365일 주야 24시간 콜, 사명감만으로 버티면 시스템 무너져" 성토
2024.08.30 12:01 댓글쓰기

지난 28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응급의료기관이 도미노로 운영이 중단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한 날에도 응급실 현장 의료진은 응급실 붕괴를 우려했다.


응급실 의료진들은 배후진료과 의료진 이탈과 그로 인한 응급의학과 과부화로 환자들이 쌓여만 가고 있다며, 배후진료과에 대한 투자와 동시에 인력 재분배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전진숙 의원이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응급의료 배후진료 역량 강화 및 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응급진료 의료진 및 관계자들이 응급실 위기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논의했다.


"지방의료원 응급실은 야간이 되면 하나도 안 돌아간다"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인 민진홍 대한응급의학회 보험이사는 "대부분 지방의료원 응급실은 야간이 되는 순간 하나도 안 돌아간다"며 "환자 수가 적다 보니 병원 입장에서는 수익이 날 수가 없고, 결국 의사, 간호사, 방사선사 등 고용인원을 줄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과거 경기 김포지역에서 근무할 때 밤 10시에 응급환자를 서울로 보내기 위해 전화를 돌렸는데 32군데에서 안 된다고 하더라. 그때 2시간 반 동안 환자도 못 보고 전화기만 붙들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민 이사는 지방병원 응급실에서 체감하는 법적책임 부담도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의식이 없는 응급환자를 살려놓으면 보호자가 서울에 다니던 병원으로 보내달라고 한다. 근데 아직 환자 상태가 불안정해서 우선 우리병원 중환자실로 보냈다가 안 좋아지면 세 달 후 경찰서에서 연락이 온다. 이게 지방의료 현실"이라고 전했다.


낮엔 외래 밤엔 온콜…배후진료과 이탈에 응급의학과만 남은 응급실


진성찬 국립중앙의료원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배후진료과 의료진으로서 과도한 업무 부담을 지적했다.


그는 "10여년 전부터 배후진료과들이 슬슬 응급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면서 "저도 낮에 일하고 밤에도 온콜 때문에 새벽 시간대에 불려나오곤 한다. 주말 이틀을 다 쉬는 게 한두 달에 한 번쯤밖에 안 된다. 제가 별생각이 없으니 버티고 있지 앞으로는 못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해영 중앙심뇌혈관질환센터장(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도 "당직 다음 날만큼은 쉴 수 있어야 한다. 온콜 제도라는 게 밤에 전화 받으면 아무런 보상이 없고, 병원에 출근하면 온콜 교통비를 받는다. 밤에 되도록 출근을 안 해야 한다. 그 다음날 또 외래를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4억 의사'를 언급하는데, 저도 그곳에 안 가는 이유는 365일 콜을 받으면 제가 죽을 것 같기 때문"이라며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지 한 명의 사명감으로 버티려 하면 그 시스템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배후진료과 의료진이 응급진료 전면에 나서려면 최소한 당직 선 다음 날을 쉴 수 있게 강제조치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빅5병원도 응급수술 인력 부족


홍석경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는 "응급치료는 증상 발생부터 응급실 도착 시간이 아니라 결국 최종 치료 수술이 시행될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짧으냐가 환자 생존과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응급진료에 대한 모든 인프라 투자가 응급의학과에 집중됐지만 사실 응급실 뺑뺑이의 원인은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했으나 수술을 못 해서 계속 돌아 다니는 것"이라며 "최종진료과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또 "외과 응급진료의 경우 응급실 뺑뺑이의 주요 원인은 첫째 중환자실 부재, 두 번째 수술실 부재, 세 번째 수술의사의 부재"라며 "빅5 병원조차 수가체계 상 돈이 되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수술할 의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전반적 응급진료 인력 구조 재편해야 근본적 해법 모색 가능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응급의료기관의 인력을 재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 구조 재편이 긴시간동안 점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현재 응급의료기관은 많다. 그런데 기능을 하는 수가 적다. 결국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응급의료 기능의 층위에 맞춰서 소관 부처별로 따로 지정하고 있는 뇌혈관, 심혈관, 외상 등을 통합적으로 재편해야 한다"며 "병원들도 좀 힘들어도 이를 수용하고, 또 탈락한 기관에 대해서는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지정된 의료기관은 질적 강화를 위해 민간 의료기관에도 공적 재정을 투입해 지원하고, 또 10년 단위의 긴 호흡으로 공공의료기관을 육성하는 투 트랙으로 대처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임준 인하대병원 예방관리과 교수는 "현재 병상이 너무 많아서 인력 재구조화가 사실 쉽지 않다"면서 "병상 관리에 대해 정부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 대해 제한하는 정책말고는 특별히 갖고 있는 것이 없는 것 같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적정성에 기반을 둔 병상 재구조화가 우선 필요하다"며 "병상 계획을 의무로 변경한다거나 소규모 병원들은 구조 조정을 하는 등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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