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10명 중 6명, 전공의 업무 강요받아"
탁영란 간협회장 "교육은 1시간 불과, 간호법 반드시 제정" 촉구
2024.08.20 14:58 댓글쓰기



"간호사 보호할 수 있는 법체계 허술하고 미흡…간호법안 반드시 제정돼야 합니다."


탁영란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20일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 서울연수원에서 열린 의사집단 행동에 따른 의료현장 문제 간호사 법적 위협 2차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탁 회장은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 지도 오늘로 6개월이 됐다"며 "대한간호협회가 운영해 오고 있는 '현장 간호사 애로사항 신고센터'에 접수된 제보 내용들도 의사 집단행동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진료 공백에 대응하는 간호사들의 근무환경과 업무 범위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들이 떠났던 지난 2월 20일부터 3월 둘째 주까지의 주된 신고 내용은 병원들이 진료 공백을 메꾸기 위해 전문간호사, (가칭)전담간호사는 물론, 일반간호사들에게까지 본인의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로 전환돼 투입되면서 현장 간호사들은 과중한 업무를 호소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러나 3월 둘째 주 이후 환자들이 전공의들이 있던 수련병원에서 비수련병원으로 전원이 되고, 입원했던 환자들도 퇴원하면서 병상가동률은 급감했고, 이로 인해 병원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현장 간호사들에게 강제적인 연차 사용과 함께 무급휴가를 강요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는 등 근무 환경을 위협받고 있다는 제보들이 잇따랐다"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는 '현장 간호사 애로사항 신고센터'에 접수된 제보 내용에 대한 사실 여부와 함께 간호사들이 처한 현안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의료 공백 위기 대응 간호사 근무 환경 위협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간호사들 강제 연차 사용과 무급휴가 내몰리고 있는 실정"


탁 회장은 "전국에서 2000여 명의 간호사들이 조사에 참여했으며 응답자의 67.9%가 수련병원 간호사들이었고 강제적인 연차 사용과 함께 무급휴가에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나머지 비수련병원에서도 간호사들이 의사들 집단행동으로 전원되는 환자들이 크게 늘면서 업무 부담으로 고통받고 있는 등 피해를 당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의료공백으로 현장 간호사 10명 중 6명이 병원 측의 일방적인 강요로 전공의 업무를 대신하면서도 관련 교육은 1시간 남짓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대상 의료기관이면서도 이에 참여하지 않는 병원이 61%에 달해 이들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경우 법적인 보호마저 받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신규간호사 76%, 발령 무기한 연기…취업 경쟁 과열


또 상급종합병원에 채용됐으나 지금까지 발령이 무기한 연기된 신규간호사가가 늘어나면서 예비간호사들이 고용절벽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간호협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통계' 자료를 재구성해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2019년∼2023년) 1분기 대비 2분기 근무 간호사 평균 증가율은 크게 감소했다.


47개 상급종합병원 중 조사에 참여한 41개 의료기관의 경우 지난해 올해 발령인원을 8390명 선발했으나 지금까지 발령을 하지 못한 신규간호사가 전체의 76%(6376명)에 달했다.


이들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31개 의료기관은 간호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예비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올해 실시되는 신규간호사 모집 계획마저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현재 간호사 국시를 앞둔 4학년 간호대생들은 채용인원이 줄어 취업 경쟁은 심해지고 휴학을 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탁 회장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서 재차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 생명과 환자 안전을 위해 끝까지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체계가 너무나 허술하고 미흡하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시범사업 지침에는 '근로기준법 준수'라고 분명하게 명시돼 있지만 의사 파업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간호사 근무 환경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면서 "신규간호사들은 자신의 삶의 방향마저 잃어버린 채 불안해하고 있고, 졸업을 앞둔 예비간호사인 간호대학 4학년 학생들은 고용절벽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탁 회장은 "이제는 진료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간호사 교육 지원과 함께 신규간호사와 예비간호사들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하며, 의료공백 사태 이후 현장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에 대한 적정한 보상체계도 마련돼야 한다"며 "더 이상 간호사에게 희생만을 강요받지 않고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국회에서 간호법안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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