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과연 실현 가능할까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 4대 과제 선정···'대상·기준·범위' 등 설왕설래
2024.04.29 05:50 댓글쓰기



사진출처 연합뉴스 

의료계 숙원인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가 윤석열 정부의 5대 의료개혁 과제에 이어 지난 4월 25일 출범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료개혁특위) 4대 과제로 선정됐다. 이에 그간 의료계와 정부 사이에 합의점을 찾지 못해 속도를 내지 못했던 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지 주목된다. 다만 대한의사협회와 제도 당사자인 전공의 단체는 의료개혁특위에 참석하지 않아 시작부터 현장 의견수렴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데일리메디는 수년 간 공회전을 거듭했던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의 현주소와 향후 전망을 진단했다. [편집자주] 


의료개혁특위는 4대 과제 중 하나로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도입을 지목하고 집중 논의를 통해 상반기 내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노연홍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은 “전공의 장시간 근로를 개선하고 우수한 전문의로 육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큰 틀에서만 얘기했다. 


병원이 수련비용 부담→전공의 업무 과중 악순환 반복


전공의 수련 국가 책임제는 인건비 등 병원의 수련비용을 정부가 책임지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미국·영국·일본·호주·캐나다 등이 이 제도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동안 수련병원들이 전공의 수련 비용을 전담해왔다. 전공의가 피교육자이면서 근로자인 모호한 신분적 특성 때문이다. 


이에 ‘돈을 벌기 위해 스스로 수련하는 의사를 왜 국가가 돈 들여 양성해야 하냐’는 의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결론을 내지 못했었다. 


정체된 이 구조는 전공의들의 과로와 열악한 처우로 이어졌다는 게 의료계 중론이다. 전공의들의 현장 증언에서 이 같은 연쇄적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이달 17일 이혜주 前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이사는 세계의사회 산하 젊은의사네트워크에 참석해 한국의 전공의 수련환경에 대해 설명했다. 


현행 전공의법에 따라 전공의는 주80시간 넘겨 근무할 수 없지만 실제 대부분은 초과 근무하고 있으며, 100시간까지도 근무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병원이 연간보고서에서 벌금 및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근로시간 조작을 강요해 추가 수당을 못 받는다”며 “관리감독 인원 충원이 필요하지만 많은 병원이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공의들은 꾸준히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도입 필요성을 설파해왔다. 지난 2022년 4월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에 정책 제안으로 이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전공의 수련비용 국가지원 ▲지도전문의·책임지도전문의 체계 내실화 ▲연차별 수련교과과정 체계화 ▲수련병원과 비수련병원 분리 ▲기피과목 지원 연구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요구는 다음 회기에서도 이어져 제26기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선거 당시 최대 전공의 사회 현안이 전공의 수련 국가 책임제로 꼽혔다.


강민구 前(제26기)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젊은 의사들을 갈아 넣어 유지되는 왜곡된 의료체계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선배의사들 “제대로 교육할 지도전문의 필요” 


선배 의사들도 같은 생각이다. 현장에서 지도전문의 개개인의 역량으로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3월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선우 졸업후교육위원장은 “제대로 교육할 지도전문의가 필요하고 수련비용은 사회가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은배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수석부원장도 “전공의 수련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제도 변화 과정에서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전공의들이 정책에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필수의료과 전공의 우선 지원→타 진료과 확대 가능?   


의료계 공감대는 충분하지만 수련 국가책임제가 어떻게 첫 발을 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국가가 본격 지원하기 위해서는 대상·기준·범위부터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필수의료과’ 전공의를 중심으로 우선 지원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국회를 통과했다.


다만 정부가 필수의료 진료과목을 아직 정의하지 못한 데다 ‘특히 수련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과’ 조건은 더욱 모호해 결론은 아직 미정이다.


의사 출신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22년 8월 필수의료과 전공의에 대한 국가 지원을 의무화하는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신 의원은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심장혈관흉부외과를 언급했다.


그는 “생명과 직결된 전문과목에 대한 전공의 지원율이 낮다. 수련과정 업무강도가 높고, 만성적인 인력부족으로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며 “필수의료 살리기는 전공의 지원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법안에는 ‘국가가 전공의 육성, 수련환경 평가 등에 필요한 행정·재정 지원을 하는 경우 특히 수련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필수과를 우선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안은 전공의 연속수련 시간 상한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방안과 함께 보건복지위원장 대안으로 합쳐져,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공포된 상태다.  


국·공립병원 우선 지원 가능···실효성·형평성 논란 


전공의가 쏠리지 않는 지역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방안도 나왔다. 


지난 3월 대통령실은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를 약속하면서 “적절한 처우 개선을 추진하고 의대 정원이 대폭 증원된 지역 거점 국립대학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투자를 약속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도가 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앞서 정부는 국·공립병원에 산부인과·흉부외과·응급의학과 등에 수련보조수당을 지급했지만 이후 가산금 지원으로 전환되면서 폐지된 바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특히 응급의학과는 타 과목과의 형평성 문제 제기로 폐지됐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장혈관흉부외과, 외과 등은 정부가 2009년부터 수가 가산금을 지급해왔다.


그러나 가산금이 의료진 개인이 아닌 병원의 수익으로 전용되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학회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몇차례 개정을 거치면서 지원 범위가 줄었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외과 교수는 “전공의 수련을 위한 국가의 지원이 이뤄진다면 이 지원금이 제대로 교육에 투입되는지 검증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협회, 수련교육 공공성 강화 연구 추진 


병원계는 정부를 논리적으로 설득하기 위해 준비에 나섰다. 지난해 상반기 대한병원협회는 1억3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수련교육 공공성 강화 정책 개선방안 연구’를 추진키로 결정했다. 


병협의 목표는 정부 예산과 정책 순응도를 감안해 일시적인 수련비용 지원이 아닌 단계별 정책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이에 우선 지원 전문과목을 선정하거나 지도전문의 교육시간에 대한 비용 보전, 직접적인 수련비용 지원 등을 구상했다. 


추계 비용도 제시된 바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여나금 부연구위원은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가정의학과 등 5개 진료과 전공의 1인당 평균 연 1억4600여만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수련비용 지원이 능사일까···소아청소년과는 다양한 소생 노력에도 처참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를 비용적 측면에서만 바라보려 한다면 원래 목적대로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소아청소년과를 살리기 위한 시도가 그 예다. 


지난해 기준 정부는 “2024년부터 3년 간 소청과 전공의·전임의를 대상으로 수련보조수당을 시범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24년 예산안에 43억7000만원의 예산을 신규 편성했다. 


올해 3월부터 소청과 전공의와 전임의 총 360명에 대해 매달 수련비용 100만원을 지원하고, 오는 2027년까지 129억원을 지급한 후 성과 평가를 통해 지속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이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전반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206명 모집에 54명만 뽑혀 26.2%라는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25.5%) 사정과 다르지 않다. 


전공의 수련보조수당을 지급하더라도 인력 ‘풀’ 자체가 적으면 제도의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단 분석도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4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를 통해 “소청과 전임의 수련기관 및 분과별 배출 현황을 보면 전임의 역시 확보가 어려울 수 있어 실효성이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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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푼사랑 04.29 11:48
    국가책임제라 해놓고는 공무원이라고 파업도, 사직도 못하게 족쇄를 채우겠네
  • ㅎㅎ 04.29 09:57
    찬성 근데 정부가 내면 병원은 한푼도 안내도 되나? 알아서들 챙겨준다고 배보다 배꼽 더 커져서 이중으로 돈들어가게 하지마라. 국민이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