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 예비인증' 추진…도입 전부터 논란
의협‧병협, 법(法) 개정안 우려 표명…"학생 피해 등 부실교육 초래"
2024.06.27 05:09 댓글쓰기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강행 후유증에 대비해 여당이 의대 인증기준 완화를 추진 중인 가운데 의료계 양대단체들이 일제히 ‘반대’에 나섰다.


‘예비인증’이라는 꼼수로 부실교육을 양산할 우려가 다분한 만큼 해당 법안은 철회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논란의 단초는 제22대 국회 시작과 함께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이 발의한 고등교육법 및 의료법 개정안이었다.


해당 개정안은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인증 의무화 기준을 완화해 예비인증 만으로도 의대 설립, 운영 자격을 부여토록 하는 게 핵심이다.


표면적으로는 김 의원 지역구가 경북 포항인 만큼 포스텍 의대 신설 지원을 위한 법으로 보이지만 조금 더 깊게 들여다 보면 의대 증원을 염두한 법이라는 게 의료계의 시선이다.


실제 현행 고등교육법과 의료법에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인증을 받은 의과대학을 졸업한 사람에 한해 의사면허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갑작스런 의과대학 증원에 따라 추가 정원을 배정받은 대학 상당수가 의평원 인증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예비인증’이라는 돌파구를 마련해 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의평원 인증은 의과대학이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을 갖췄는지 확인받는 절차로, 현행법상 모든 의대는 의무적으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 'ASK 2019'에 따르면 의대는 전임교원을 최소 110명 이상(기초의학 25명 이상‧임상의학 전임교수 85명 이상)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양질의 의학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학생 규모에 걸맞는 강의실, 실습실 등 교육여건을 갖춰여 한다.


하지만 정부의 갑작스런 증원 정책으로 각 의대들이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을 추가 선발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인증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여당은 정원을 추가 배정받은 의대들의 무더기 불인증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인증 의무화 대신 ‘예비인증’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는 게 의료계 시각이다.


실제 해당 개정안대로라면 예비인증만 받은 의과대학을 졸업해도 의사면허 시험을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부실교육’이란 오명 속에 폐교됐던 서남의대 비극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우려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계 양대단체 모두 우려를 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예비인증’이라는 꼼수로 부실교육을 양산할 우려가 큰 고등교육법안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고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의협은 “이번 법안은 의학교육 질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 없이 단순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으로 발의됐다”며 “입법이 된다면 제2의 서남의대 사태가 재현될 것”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부실교육으로 인한 피해는 당사자인 학생들뿐만 아니라 나아가 국민 건강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차대한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대한병원협회도 우려와 함께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예비인증’이라는 법령상 규정돼 있지 않은 용어를 명시할 경우 교육현장에서 혼란 발생이 우려되는 만큼 현행 규정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의과대학 신설을 염두한 법조문에 대해서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동조했다. ‘의대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라는 조항을 ‘운영하거나 운영하려는 학교’로 변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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