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門) 닫는 공공병원 vs 문(門) 여는 공공병원
지방의료원 포함 공공병원 목적성-경제성 충돌하는 가운데 해법 모색 절실
2024.04.29 05:00 댓글쓰기

전국 각지에서 공공병원을 새로 짓자는 목소리와 문을 닫는다는 곡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짓자는 이들은 대규모 감염병 사태 등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병원을 반드시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닫는 이들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경영난을 토로하며 급할 때만 찾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공공병원 목적성과 경제성이 지속적으로 충돌하는 가운데, 운영 주체인 중앙 및 지방정부가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코로나19 상흔 깊게 남은 공공병원 


광주에 단 2곳뿐이던 공공요양병원 중 광주시립제2요양병원이 운영 10년만인 지난해 마지막 날 결국 폐원했다. 


지난 2013년 7월부터 제2요양병원을 위탁 운영한 전남대병원은 최근 5년간 28억원의 적자 발생가 발생해 광주시에 추가 보전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시(市)는 세 차례에 걸쳐 요양병원을 운영할 새로운 위탁사업자 공모에 나섰지만 끝내 새로운 운영자는 나타나지 않으면서 문을 닫게 됐다. 


남아 있는 제1요양병원 역시 위태로운 상황이다.


제1요양병원과 시립정신병원을 위탁 운영하는 빛고을의료재단도 적자 해소를 위한 광주시의 지원 없이는 운영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광주시는 금년 예산에 13억8000만원 지원을 편성했으나, 세수 감소로 추가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올해 4월까지 새 운영자를 찾지 못한다면 이 역시 폐원 수순을 밟게 된다.


다른 공공병원들도 폐원 목전에서 간신히 고비를 넘긴상태다.


지난해 12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예산 1000억원이 통과된 덕이다. 당초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예산안은 ‘0원’이었다.


나순자 전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초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며 “지난 3년간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인 공공병원들은 3200억원의 적자를 떠안아 약제비 대금을 미뤄서 버티고 있다. 임금 체불도 불가피한 최악의 상황”이라며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전념했는데 정부가 공공병원을 토사구팽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국립중앙의료원은 2025년까지 예상되는 의료손실 규모가 2005∼2019년까지 15년간 의료손실 누계액보다 크다”며 “공공병원 종사자들은 회복에 총 4년 혹은 그보다 더 긴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하는데, 정부의 회복기 지원은 고작 6개월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이번 회복기 지원예산을 통해 공공병원들은 한숨은 돌렸지만 앞서 코로나19를 전후해 기존 환자들을 잃은 상황에서 정상화에 재진입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 등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이탈로 대형병원들이 막대한 진료차질을 빚고 있지만 지방의료원은 여전히 한산한 상태다.


조승연 인천의료원 원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코로나19 직전까지 정부의 꾸준한 지원으로 흑자 경영을 했던 지방의료원이 코로나19 이후 감염병 환자 치료에 전념하며 경영 악화가 심화됐다”며 “단골 환자들이 많이 이탈하며 지금 지방의료원 병상 가동률은 코로나19 직전 수준의 6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경영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나 전 위원장은 회복기 지원예산 1000억원이 본회의를 통과한 뒤 18일간 이어온 단식 농성을 풀며 “공공병원들의 적자를 보전하기에는 매우 부족한 수준이라 아쉽다”며 “정부의 추가적인 지원대책이 필요하다”라고 촉구했다.


국회·지자체 “공공병원 확충”…경제성 문턱 넘을까


정부가 지난 1월말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역시 공공병원에 활력을 불어넣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와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지난 2월 1일 공동성명을 내고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기존 정책의 ‘짜깁기’”라며 공공의료 강화 방안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는 지방의료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등 ‘공공병원 고사시키기’에 나서고 있다. 국립대병원을 강화한다지만 영리자회사 설립 등 돈벌이를 강요하며 공공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처럼 공공병원의 운영난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도 공공병원 확충의 목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2월 5일 경기 동북부 지역에 공공의료원 설립을 추진한다고 천명했다.


연천, 가평, 양평 등이 포함된 경기 동북부는 전국에서도 대표적인 의료취약지이자 고령화 지역으로 꼽힌다.


24시간 운영하는 응급실과 분만실이 없을뿐더러, 동북부 일부 지역의 고령화 비율은 27~28%에 달해 전국 평균(약 18%)을 월등히 상회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동북부 지역의 종합적인 의료체계 개선을 추진하는 가운데, 최우선 과제는 공공의료원 설립”이라고 밝혔다.


경기도는 오는 5월까지 관적인 부지평가 지표를 개발하고, 대상 선정을 위해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의원 설립 시민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어 올해 3~4분기까지 절차를 마무리하고 최종 결과까지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혁신형 공공의료원 건립”


김 지사는 전국 공공병원들이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지적에 거듭 ‘혁신형 공공의료원 건립’을 강조했다.


김 지사는 “공공의료원의 서비스 질 문제나 상급병원과의 연계가 미흡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공공의료원 이용을 덜 하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민간병원의 운영 기법과 클라우드 기반 전산시스템 도입 등으로 경영 효율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공공의료원의 감염병 위기 대응과 호스피스 등 미충족 의료서비스뿐만 아니라 정신건강 돌봄, 예방의료까지 영역을 확장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금년 4.10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공공병원 확충에 대한 공약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3월 발표한 ‘10대 공약’에 지역의료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특별법을 만들고 지역 공공병원을 육성해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구상을 밝혔다.


개별 후보들 역시 지역에 공공병원 확충을 약속했다.


일례로 울산 남을 5선에 도전하는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국립중앙의료원 분원을 울산에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김해시 을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은 ‘김해 공공의료원 또는 도립 의료원 설립 추진’을 공약하며 “설립에 따른 국비 확보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년간 설립 추진 중인 다수 공공의료원은 예비타당성조사에 발목이 붙잡힌 실정이다.


지난해만 해도 울산의료원과 광주의료원이 예타 재조사에서 각각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에 의료계 안팎에서는 공공의료원 설립에 따른 예타 조사가 경제성 측면을 과도하게 평가한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옥민수 울산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의료시설 건립 관련 예비타당성 조사 지침이나 과정이 내용적으로나 절차적으로 과학적이지 못하다”며 “구체적으로 예비타당성 조사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경제성 분석에서 여러 타당성 문제가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가령 의료원 수요를 응급 사망자 수로만 추정하고, 범위도 28개 중증응급질환이 아닌 3대 주요 응급질환으로만 한정하고 있으며, 편익 범위가 제한적이고, 설정한 진료권 내 지역의 이동시간 절감 편익을 배제하는 등 이동시간 절감 편익을 과소 추정하고 있다고 봤다.


옥 교수는 “의료원 등 공공보건의료시설 설립은 경제 분야 전문가만이 아닌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의 전문적 식견까지 반영돼 검토될 필요가 있고, 지역 간 건강형평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지역주민의 의사까지 반영될 수 있는 절차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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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판새 05.04 00:41
    국민들은 공공의료 이름에 공공 들어가면 안 간다. 2023년 성남의료원 1년에 630억 적자에 환자보다 직원 숫자가 많다. 직원들은 한량하게 시간보내고 월급은 따박따박 나오니 얼마나 좋노. 진주의료원도 그래서 폐업 했다. 진주의료원 매년 100억 적자였지만 성남의료원 애물단지 된다. 각 지자체 공공의료원 파리만 날리고 직원들 한가하게 폰질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