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 원인은 저수가'
최동익 의원(민주당. 보건복지위원)
2014.01.06 10:17 댓글쓰기
“불법 리베이트, 비급여, 의사수급 불균형 등 의료계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원인은 바로 저수가다. 적절한 수가가 보장되지 않아 부정적인 풍선효과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를 개선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놓는 현안 대책은 병원균을 두고 다른 곳에 약을 쓰는 것과 같다.” 의료계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이 같은 생각은 ‘놀랍게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민주당 최동익 의원이 짚은 의료계의 가장 깊게 곪은 문제다. 그의 이러한 발언이 생경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간 최 의원이 추진한 입법 상당수가 의료계의 강한 반발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올해 그가 발의한 신분증법, CT재촬영 관련법이 대표적인 예다. 과연 최 의원이 그리고 있는 의료계는 어떤 모습일까.

 

Q.국회에서 가장 바쁜 의원은 야당 초선 비례대표라고 한다. 국회 입성할 때 계획한 것은 무엇이고, 잘 이뤄지고 있는지

 

세 가지 계획을 세우고 국회에 왔다. 하나는 고작 1600원에 불과한 시설 어린이나 장애인, 어르신들의 밥값 조정이다. 또 다른 하나는 왕따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한 학교 시스템 개선, 마지막은 의료사고 후속 조치 마련이다. 첫 번째 계획은 임기 첫해 많은 노력을 해 2060원으로 추경 예산이 통과됐다. 나름의 성과가 있었던 셈이다. 학교 시스템 개선과 의료사고는 진전이 없었다. 남은 임기 동안에는 둘 중 하나를 정해 집중해야 할 것 같다. 학교 문제는 상임위를 바꿔야 해 함께 고민 중이다.

 

Q.입성 계획 중 의료사고 후속 조치 마련이 포함된 이유가 있는지


불편한 다리나 눈 모두 의료사고에 의한 것이다. 다리는 주사, 눈은 방사선 치료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당시에는 의료사고로 인한 것인지 알지 못했다. 의사들이 숨긴 것이다. 우리나라는 의료사고를 당하면 환자가 그를 입증해야 하는 잘못된 제도를 가지고 있다. 의료사고를 당해 장애인, 식물인간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삶을 경제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 수입의 1~2%를 기금화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기금화를 하면 의료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의사나 병원의 책임이 줄고, 의사들도 치료에서 오는 부담이 사라질 수 있다. 이를 행사장에서 만난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에게 얘기했더니 전제조건은 있었지만,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Q.신분증 확인법은 의료계 반발이 거셌다. 시민단체나 보건의료 관련 노조에서도 난색을 표했는데

 

모든 의료기관에는 접수와 수납을 담당하는 직원이 있다. 직원의 수고스러움은 더하겠지만 이 때문에 환자의 병력 관리가 더욱 철저해질 수 있다. 병력 관리의 중요성은 의료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환자에 따라 가려야 하는 약이나 치료법이 있다. 다른 사람의 병력이 남아있으면 진료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인으로서 반대해서는 안 되는 사안이다. 또 신분증 때문에 환자의 진료권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우려 역시 기우다. 응급환자 등을 치료하면 안 된다는 게 아니다. 예외적인 극단의 경우를 예로 들며 반박하면 의료 제도의 발전을 이룰 수 없다.

 

Q.의료기관의 관행적 CT 재촬영에도 제동을 걸었다. 이 역시 의사의 전문성 침해 논란이 일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 동안 30일 이내에 다른 병원에서 CT를 재촬영한 환자는 총 35만 명에 이른다. 전체 CT 촬영자 중 20%에 달하는 비중이다. 방사선에 피폭돼 환자 건강을 해치는데 이전 촬영분을 확인하지도 않고 다시 찍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한 의사의 판단하에 재촬영 필요성이 있으면 당연히 해야 한다. 이 법은 재촬영을 막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확인하라는 것이다. 환자의 건강에 끼칠 영향을 생각한다면 의료인이 이를 반대해서는 안 된다.

Q.입법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음에도 입법이 활발한 의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의료계와 관련해 만족스러운 법이 있다면

입법을 한다는 것은 어떤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그에 대한 개선안을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법안이 이러한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딱 집을 만한 법은 없다. 그래도 꼽으라면 많은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으로 타협점을 이끌어낸 의약품 피해구제법이 나의 소신을 가장 잘 반영한 법이다. 이 법은 제약사로부터 전년도 의약품 생산 또는 수입액의 최대 0.1% 이내로 부담금 등을 걷어 의약품 부작용 피해자들의 진료비, 장애일시보상금, 장례비 등 보상금을 지급하는 법안이다. 당시 수입액의 2%로 하고 싶었는데 협의 과정에서 0.1%로 합의했다. 시행을 해보고 좀 더 조정하면 될 것 같다.

 

"적정수가 논의할 장(場) 필요"


Q.보건의료 정책에 있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수가제도다. 의료인의 불법 리베이트, 비급여를 통한 수입 보전, 진료과·도농 간 의사수급 불균형, 선택진료비 등 의료계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원인은 저수가다. 적절한 수가가 보장되지 않아 부정적인 풍선효과가 일어나는 것이다. 수가를 가지고 제도를 끌어가는 구조는 근본적으로 갈아엎어야 한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작점은 수가에 있다. 이를 개선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놓는 현안 대책은 병원균을 두고 다른 곳에 약을 쓰는 것과 같다.

 

Q.저수가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은


정부, 의료계, 국민 간 ‘빅딜’이 필요하다. 적정수가 등에 대해 이해당사자들이 협의할 논의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는 2007년부터 미납된 2조원의 건강보험 부담금부터 내고 의료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의사의 대학교육을 국가가 책임지는 등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장치를 구상해야 한다. 의료 서비스를 정상화시키자는 국민의식이 향상되면 건강보험료 역시 올릴 수 있을 것이다.

 

Q.앞서 언급한 문제들을 임기 내 개선할 계획이 있는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정권이 바뀌기 전에는 불가능하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할 수 있다. 대통령 후보가 누가 되든 붙들고 설득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더라도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다. 지금은 단식농성 아니라 집단으로 움직여도 안 되는 시기다. 정권교체에 협조해 달라.

 

Q.지난 국정감사에서 낮은 대체조제율, 의료기관 인증제 인센티브 도입, 지역약물감시센터운영 문제점 등 많은 의료계 현안을 지적했다. 후속조치가 이뤄지고 있는지


무엇이든 시작한 일은 매듭을 짓는다. 보좌진이 질의 꼭지를 준비해주지만, 보좌진과의 협의하에 이해가 되고 옳다고 내면화되는 것들만 발언한다. 실제 질의하면서 원고를 그대로 읽은 적이 없다. 실질적으로 이해하고 가치적으로 동의해야만 질의를 한다. 그런 만큼 발언을 하면 끝장을 본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지적했던 문제들을 지금도 계속 챙기면서 점검해나가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 후속조치는 12월 첫째 주부터 보건복지부 실무자들과 만나 협의를 시작했다. 매듭은 짓고 간다. 지적에서 끝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Q.의료계가 타협이나 대화하는 태도에 대해


보좌진들과는 많은 이야기를 했을지 모르지만 의료계에서 대화나 타협을 위해 직접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심지어 법안을 심의하는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임에도 찾아오지 않는다. 직접 만나 현황을 이야기한 적이 거의 없다. 의료계는 밖에서만, 인터넷에서만 활동이 활발하다. 이전에 언급했듯 의협 회장을 행사장에서 만나 의료사고 피해구제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이 고작이고, 건강보험공단의 의료기관 현지조사권을 법제화할 때 대한병원협회에서 찾아온 것이 전부다.

 

Q.의료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소통할 준비가 돼 있다. 내 생각이 잘못됐다면 바로잡고 주장을 접을 준비가 돼 있다. 혹여 내가 추진하는 정책에 불만이 있다면 찾아와서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고 뒤에서 윽박만 지르면 절대 접지 않을 것이다. 작년에도 대체조제 활성화와 관련해 갖은 협박을 해왔다. 오리지널과 제네릭이 동일효능이라고 입증이 됐으니 그런 주장을 했다. 효능이 문제라면 애초 제네릭 승인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 의사들끼리 싸울 문제인데 왜 우리와 적을 두는 모르겠다. 초선비례대표 의원이자만 그래도 법안소위 위원인데 할 이야기 있으면 직접 만나서 하고 싶다.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