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 의료기기 자체 교육센터 설립
김민수기자
2015.10.21 15:04 댓글쓰기

메르스 사태가 수그러든 이후 의료계와 한의계는 날선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의료기기 사용 여부가 논란의 핵심이다.

 

의료계는 “그동안 한의학에서 다뤄지지 않은 의료기기를 무슨 근거로 사용하느냐”라는 주장을, 한의계는 “현대 문명의 산물을 독식하는 것은 잘못된 행태”라는 논리로 맞대응하고 있다.

 

두 주장 모두 양측 시각에서 보면 일리는 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료 분야 특성을 감안한다면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바로 ‘전문성’이다.

 

의료인은 면허를 받은 특수직이다. 일반인에게 허가되지 않은 특수 행위를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은 사람이다.

 

의사면허를 받기 위해서는 정규교육과정 이수 및 국가고시 통과가 필수다. 의료계와 한의계의 현행 정규교육 프로그램은 확연하게 구분된다. 기초부터 임상까지 학문적 태생과 원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최근 대한한의사협회는 자체 교육센터를 개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해외 연자를 섭외해 약 12~16주 동안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운영시점은 내년 초로 잡았다.

 

한 의료계 인사는 “한의계 스스로 의료기기 관련 공부를 하겠다는 것 자체를 반대할 생각이 없지만 이번 한의협 발표는 말 그대로 ‘눈 가리고 아웅’ 식이다. 16주 만에 얼마만큼 전문성을 갖출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연자 섭외 기간 역시 촉박해 보인다. 약 2달 정도 남은 현 시점에서 검증된 수준 높은 해외 연자를 섭외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특히 한의협 영문 명칭(The Association Of Korea Medicine)이 외국에서 ‘한국 의사’로 오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의료계 인사는 “의사와 한의사는 엄연하게 다른 직종”이라며 “해외 연자 섭외 시 한의협은 본인들의 영문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겠는가. 외국 의료진이 국내 의료계와 한의계를 동일시 또는 혼동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흔히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로 압축·요약 설명된다. 전문성을 갖춘 인재 양성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바람직하다. 더욱이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라면 다른 분야에 비해 교육의 중요성은 배가된다.

 

“지난 수 십년 간 임상을 봐 온 본인도 영상의학과 전문의 판독 결과를 보면 깜짝 놀란다. 왜 각 분야별 전문가가 필요한지 여실히 느끼고 있다”라고 말한 어느 노(老) 교수 발언을 한의계는 한 번쯤 되새겨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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