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서울대병원”···소방병원 위탁 ‘무주공산’
소방청, 운영자 재공고···1차 모집결과, 서울대병원 단독 신청
2022.03.12 06:1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국내 최초로 설립되는 국립소방병원 위탁 운영자 모집이 서울대학교병원 독주체제로 흐르는 양상이다.
 
다른 대학병원들은 어차피 국립소방병원 설립 계획단계부터 관여해 온 서울대병원이 운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신청 조차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실제 소방청이 지난 1월 실시한 국립소방병원 위탁운영자 공모결과 제안서를 접수한 기관은 서울대병원 1곳 뿐이었다.
 
현행 국가계약법 상 경쟁입찰은 2곳 이상이 참여해야 유효한 입찰로 성립한다. 국립소방병원 위탁운영자 공모에는 서울대병원 1곳만 참여한 만큼 요건이 충족되지 못했다.
 
때문에 소방청은 최근 위탁운영자 모집 재공고를 냈다. 접수기간은 오는 14일부터 18일까지로, 선정된 기관은 5년 동안 국립소방병원을 맡아서 운영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재공모에도 서울대병원의 단독 응찰이 유력시 되고 있다. 2번 연속 입찰이 성립되지 못할 경우 사업주체는 수의계약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소방병원이 충북 음성군에 들어서는 만큼 소방청은 지역 국립대병원인 충북대병원 측에 참여를 요청했지만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서울 소재 유수 대학병원들과도 의견을 나눴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대부분 거절 의사를 밝히는 등 선뜻 나서는 병원을 찾기에 난항을 겪었다.
 
이러한 상황은 공공병원 특성상 경영수지 맞추기가 녹록치 않고, 지방이라는 지역적 한계 등으로 의료인력 구축 등에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설령 소방청의 전폭적인 지원을 전제로 위탁운영자 모집경쟁에 참여하더라도 서울대병원이라는 유력 후보가 버티고 있는 만큼 승산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서울대병원은 국립소방병원 건립 추진 당시부터 줄곧 지근거리에서 관여해 왔다.
 
앞서 꾸려진 소방병원 설립위원회에 서울대병원 고위 관계자가 포함돼 인력 구성,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조언을 해줬고, 지난해에는 소방청과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특히 올해 초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곽영호 교수는 소방병원 초대 병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서울대병원과의 동행을 예고했다.
 
소방청은 아예 대놓고 서울대병원이 소방병원을 맡아 운영해 주길 희망하는 등 적극적인 구애 행보를 보였다.
 
소방청 관계자는 “현재도 서울대병원으로부터 인력 구성,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도움을 받고 있다”며 “위탁 운영까지 맡아 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총 사업비 1400억원이 투입되는 국립소방병원은 지상 5층, 지하 2층에 3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급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개원 시기는 2024년으로 계획돼 있다.
 
소방청은 오는 23~24일 재공모 결과를 토대로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국립소방병원 위탁운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후 구체적인 운영방식 등을 놓고 협상을 진행한 후 개원준비단을 꾸려 상반기 중으로는 본격적인 준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특수목적 병원인 만큼 소방관 진료비 전액은 국가가 보조하는 형태로 운영될 전망이다. 운영기관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게 소방청 입장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국립교통병원 등 여러 공공병원 사례를 참고해 최적의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경영 부담은 줄이고 소방관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진료환경을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박대진·이슬비 기자 (djpark@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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