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찾다가 사경(死境) 투석환자들 '구세주 병원'
강남병원, 코로나19 확진자 포함 '투석 특화된 완벽 시스템' 구축
2022.03.08 12:03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코로나19 사태 속 치료기회 상실 위기에 놓인 투석환자들의 생존권 사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중소병원 행보가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투석환자는 물론 일반 투석환자까지 안심하고 투석을 받을 수 있도록 완벽한 시스템을 갖춰 환자들 사이에서도 빠르게 입소문이 번지고 있다.
 
경기도 용인 소재 강남병원(원장 정영진)은 지난해 연말 3차 대유행에 따른 병상부족 사태에서 과감하게 전체 300병상 중 절반을 코로나19 전담병상으로 전환했다.
 
‘코로나 병원’이라는 낙인에 대한 우려 보다는 입원병상이 없어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 환자들을 돌봐야 한다는 사명이 있기에 가능한 결단이었다.
 
강남병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투석환자들에 주목했다.
 
정기적인 투석치료가 필요한 만성신부전 환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이유로 투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이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실제 기존 인공신장실에 160개 투석 병상을 운영 중이던 강남병원은 투석환자 확진자 증가를 감안해 음압투석병상을 34개 확보했다.
 
지하 1층에는 일반 투석환자들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 받으면서 투석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8층에는 확진자 및 중증환자를 위한 음압투석실을 별도로 마련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인 만큼 일반 인공신장실을 찾는 투석환자들이 확진자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배려했다.
 
또한 8층 인공신장실에서는 중증환자를 위한 CRRT(Continuous Renal Replacement Therapy, 지속적 신 대체요법) 장비 등을 갖추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병원의 세심한 배려로 하루 평균 130명 넘는 만성신부전 환자가 이 곳에서 편안하게 투석치료를 받고 있다.
 
정부도 투석 특화 코로나19 병원으로 지정하는 등 강남병원의 선제적인 대응을 인정했다. 특히 환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번지면서 입원은 물론 외래 투석을 위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고군분투 운영하지만 의료진 절대 부족으로 장기 지속여부 '불투명'
 
강남병원 정영진 원장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이유로 입원을 거부당해 병원을 찾아 헤매며 목숨을 위협 받는 환자들을 두고만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면역력이 약한 투석환자는 중증으로 진행되거나 사망 위험이 높은 만큼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대한신장학회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에 확진된 혈액투석 환자는 일반인 대비 사망률이 7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가 총 206개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코로나19 감염 투석환자를 분석한 결과 총 380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으며 이중 85명(22.4%)이 사망했다. 
 
이는 일반 환자의 코로나19 감염 사망 0.3%에 비해 75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특히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경우 사망률은 64.7%로 조사됐다.
 
환자들의 절박함에 결심한 고행이지만 고민은 전혀 다른 영역에서 찾아왔다.
 
음압시설과 장비 등은 모두 갖췄지만 의료진을 구하지 못해 수 개월 째 속을 태우고 있다. 기존 인력의 희생으로 어렵사리 버티고는 있지만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영진 원장은 “코로나19 투석 특화병원으로 지정됐지만 의사나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걱정”이라며 “투석현장의 의료인력난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학회에서 자원봉사 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현장의 의료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며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인력난에 대한 우려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에도 의료인력난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며 “신종 감염병이 아닌 국의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의료인력 수급 정책 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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