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이하 의정연)가 의료계 최초 공약 검증이라고 홍보했던 ‘보건의료 매니페스토 평가단’이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의정연은 평과 결과를 공개할 시 ‘대외 협력 등에서 관계를 고려했다’는 입장이지만 ‘회원 및 유권자에게 객관적인 판단 근거를 제공한다’는 원래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고, 되레 헛심만 썼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욱이 의협이 평가 결과 공개 무산 관련 좀 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서 ‘평가 결과가 의료계에 불리한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2일 데일리메디 취재 결과, 의정연은 ‘보건의료 매니페스토 평가단’ 활동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초 지난달 15일로 예정됐던 각 정당 보건의료분야 정책공약 평가결과 발표회가 소리 소문없이 무산된 것이다.
의정연은 지난해 12월 의료계 3인, 학계 3인, 소비자 및 환자 단체 2인, 언론 3인 등 평가단 구성을 완료하고, 이듬해인 1월 출범식을 연 끝에 몇 차례 회의를 거쳐 2월 중순께 평가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었다.
나아가 이 같은 시도가 의료계 최초임을 강조하며 유권자들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제시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여 남겨둔 지금 별다른 해명 없이 취소된 셈이다.
이에 대해 의정연은 평가단 활동 시작이 중요한 첫걸음이었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평가 결과 공개는 대외협력 등의 관계 유지 때문에 불가피하게 취소됐다"고 설명했다.
의정연 관계자는 “발표를 하지 못 한 부분에 대해 아쉬움은 있다”면서도 “대외협력, 국회, 정부 등 활동을 고려했을 때 신뢰 관계를 유지하면서 일을 도모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고, 이 같은 관계가 훼손되면 오히려 회원들에게 불리할 것이란 점도 고려됐다”고 말했다.
일부 ‘헛심만 쓴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평가 결과를 공개했을 때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고 판단해 결정을 바꾼 것”이라며 “큰 틀에서 보면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의정연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회원 및 유권자에게 객관적인 판단 근거를 제공한다는 대의를 실현하지 못 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평가 결과가 의료계에 불리하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란 이야기다.
특히 의정연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이 같은 결정에 대한 억측도 나오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선거 때 모든 후보들은 약속을 하는데, 이 제안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 살피고 회원들이 생각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이렇게 약속이 되면 당선 이후에도 지킬 수 밖에 없을텐데, 결국 의료계에 불리한 내용이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다른 의료계 관계자도 “과거 논란이 된 정책제안서 내용이 공개질의서에 포함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답변 자체가 부실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