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약 너무 많아요. 줄여주세요' 문자 받은 교수
대학병원장이 직접 통보, '의사 압박보다 환자 삶의 질 신경 써야' 답답함 피력
2022.03.04 06:2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교수님. 지난달 처방약 평균 3.2개입니다. 이번달 목표는 2.4개로 줄이는 것입니다. 병원장 드림."
 
최근 서울 소재 한 상급종합병원 내과 A 교수가 받은 문자메시지다. A 교수는 "이제는 약 갯수까지 신경쓰면서 환자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했다.
 
A 교수는 "병원장이 처방약 종류까지 신경을 써 가며 개인적인 해올 정도로 한가한 사람인가. 의료 질 평가 같은 데서 등급을 맞춰야 하는 압박이 들어오니 그런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상급종합병원 및 대학병원에서는 보건당국에서 시행하는 각종 적정성평가로 인해 내부적으로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 A 교수 설명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환자들의 어려움을 한 번 더 들여다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암환자 가운데 상당수는 고혈압 및 당뇨와 같은 합병증이 동반된다. 이때문에 한번에 여러 약을 처방받는 경우가 많은데, 환자들이 한 번에 진료를 봐 달라고 해도 이 같은 병원 상황때문에 거절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환자 본인부담 비율도 다르다. 암환자는 같은 약이라도 종양내과 교수에게 처방받으면 산정특례로 5%만 부담하면 되지만, 다른 과에 가면 일반 환자와 마찬가지로 20%를 부담한다. 진단비도 별도로 내야 한다.
 
A 교수는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발생한 부작용이더라도, 해당 진료과에서 다시 진단하고 처방을 받는 것이 원칙적으로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때문에 암환자들은 하루에 여러 과를 전전하고 다른 병원을 가야 하기도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도리어 환자들은 '원래 약 타던 데서는 대학병원에 가서 받으라고 하던데 왜 안 해주냐'라며 억울함을 표하기도 한다"며 "이런 모순적인 상황을 먼저 해결해야지 약 갯수까지 집어서 규제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라고 덧붙였다.
 
암환자들이 지불해야 하는 수많은 부대비용을 먼저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A 교수는 "고가 항암제 급여화도 간절히 바라는 것이지만, 암환자들은 항암뿐만 아니라 수많은 검사비와 기타 약물로 경제적 부담이 상당하다"라며 "의사의 처방 범주까지 규제하기 전에 환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해결책부터 제시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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