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先) 필수의사 고용 활성' vs '1만명 업무범위 보호'
복지부 개최 진료보조인력(PA) 정책 공청회, 의협 對 간협 입장 '팽팽'
2021.10.28 06:24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최근 의료계에서 직역 갈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진료보조인력(PA)에 관한 정책방향 수립 공청회에서 의료단체들이 업무범위 법제화를 두고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윤석준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27일 보건복지부가 개최한 ‘진료보조인력 관련 정책방향 수립을 의한 공청회’에서 법적 불안 문제를 해소하고 직종 간 혼란을 줄이기 위한 진료지원인력 운영체계를 제시했다.
 
윤 교수는 “국내서는 진료보조인력이 수행하는 일부 쟁점 행위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고 의료관련 단체 입장도 각기 다른 게 현실”이라며 “우선적으로 진료보조인력 자격기준 및 업무범위, 교육, 책임소재 등을 포괄하는 관리운영체계를 기관별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기보다는 기존 면허체계 범위 내에서 의료기관장 책임 하에 운영을 원칙으로 팀을 구성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진료보조인력 관리를 위해 최소 연 1회 이상 기관별, 진료과별 교육 수행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진료 과별로 구체적인 업무내용과 직무기술서를 마련해 기관 승인을 받아 활용토록 해야 한다”며 “위임된 업무에 대한 의사의 감독의무 및 주의의무는 문서화하고, 진료보조인력 임상행위에 대한 책임 소재는 구체적 상황에 따라 명시하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의협 “수술실전담전문의제 도입, 진료보조인력은 임시방편”
 
대한의사협회는 진료보조인력 활용을 임시방편이라고 지적하며 필수의사 고용 활성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진료보조인력 업무를 합법화하는 방향은 현행 의료법이 허용하는 의료행위를 넘어서는 불법”이라며 “필수의사 고용과 같은 근본 대책이 선행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응급실 인력 부족이 심각했는데 응급실전담의 제도를 통해 현재 어느 정도 해결된 상태로 병동진료인력 부족은 입원전담전문의로 개선되고 있다”며 “수술실도 마찬가지다. 수술실전담전문의 제도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료보조인력의 근본적 문제는 필수 의료과에 의사가 부족한 것으로 정부 재정 지원이나 제도 도입, 법정 안정성 보장 등과 같은 다양한 유인책 마련이 우선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필수의료 의사 고용 활성화를 통한 유인책 없이는 진료보조인력 관련 지침 등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진료보조인력 업무 범위 마련은 면허권과 관련된 첨예한 사안인 만큼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특히 주요 쟁점행위 분류나 반드시 의사가 해야 하는 행위 목록 등은 추후 의협과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한솔 대한전공의협의회장도 "진료보조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 의료전달체계 개선 등 본질적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한솔 회장은 “의사 아이디로 간호사들이 대리처방. 상식적으로 환자들이 의사가 할 것이라 생각하는 일들을 진료보조인력이 하고 있다”며 “현장에서는 업무범위 벗어나는 행위들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고, 이에 대해 교수와 전공의 간호사들 모두 불만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료보조인력을 의료기관장 책임하에 둔다면 제대로 운영될지 의구심이 들어 복지부가 담당해야 한다”며 “의료전달체계 개선 없이 1, 2, 3차 의료기관 역할이 혼재된다면 국내 의료계의 고질적 문제들은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진료보조인력 1만명, 업무범위 법제화 시급”
 
대한간호협회는 전국적으로 추산되는 진료보조인력이 1만명 수준이라며, 이들을 보호할 업무범위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문숙 대한간호협회 부회장은 “국내 의료기관의 병원 극대화, 저수가 정책, 의사수 부족 등으로 운영되는 진료보조인력은 전국적으로 약 1만명 정도로 추산된다”며 “이들은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당하면서도 불법의료행위를 거부하지 못하고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문숙 부회장은 “이들은 병원 운영자에게 값싼 인력으로 활용되며 우리나라 기형적인 의료수가, 인턴‧레지던트 부족, 기피 진료과 문제로 지속적 증가 추세”라며 “진료보조인력 업무범위를 명확히 구분 및 표준화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료보조인력 정책안에는 의사 지도 및 감독이 같은 공간에서만 가능한 것인지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며 “이들의 지시가 수행 가능한 업무가 아닐 경우 진료보조인력이 거부할 수 있는 관리체계 역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조문숙 부회장은 진료보조인력을 간호사에 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간호사와 임상병리사, 간호조무사 등 다양한 직역이 진료보조인력에 속하는데 해부, 병리, 양리, 생리학을 배운 의료인인 간호사로 한정해야 된다”며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인턴, 레지던트를 관리하는 수련교육부와 같은 관리부서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복지부의 감시체계 강화”라며 “현장 상황에 따라 인력은 다양하게 운영될 수 있기 때문에 과도하게 자율성을 부여하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현행 국내 병원 현실 고려, 진료보조인력 역할 필요성은 존재"
 
이성규 대한병원협회 부회장은 “의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히 의사만 해야 하지만, 병원 현실을 고려해서 진료보조인력 역할 필요성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성규 부회장은 “수술 중 시야 확보를 위해 다리를 잡아드는 등 단순하거나 반복적인 보조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이는 꼭 의사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며 “행위의 객관적 특성상 위험, 부작용, 침습성 등 가능성을 당연히 고려해야 하지만 단순 반족 보조는 진료지원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의료행위를 의사가 직접 하는 것이 당연히 가장 안정적이지만 의사와 간호사 수급 문제에 계속해서 부딪히는 현실은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진료보조인력을 통해 의사들은 보다 더 진료나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진료보조인력 운영 관리체계에 교육이나 자격 유지 요건 내용이 포함된다면 중소병원에서 진료보조인력을 운영할 여건이 될지 우려된다”며 “형평성 차원에서의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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