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법 시행 10년째를 맞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의료분쟁조정법)’을 개정해 의사가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면 형사책임을 면제토록하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료계에서는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에 대해 수차례 의지를 표했는데, 특례법 추진 시 일반에는 의사에 특혜를 주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의견 수렴’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22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용산 임시회관에서 열린 ‘의료분쟁특례법 토론회’에서 법 전문가들은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대신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에 무게추를 뒀다.
구체적으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을 통해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에 가입된 의사에 한해 형사처벌을 면제해주자는 제안이다. 의료사고로 피해를 입은 환자 피해의 ‘신속한 회복’ 뿐만 아니라 의료인의 업무상 과실로 인한 피해도 구제하겠다는 것이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경우 신속한 피해 회복을 위해 보험가입 시 형사처벌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단 12대 중과실의 경우 예외적으로 처벌이 규정하고 있는 만큼, 의료의 영역에서도 고의적인 경우에만 형사처벌을 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준석 법무법인 담헌 변호사는 “환자는 민사에서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액이 적다고 생각해 이와 별개로 형사 고소를 진행한다”며 “의사의 배상책임보험 가입 시 업무상과실에 대해 형사 처벌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의료분쟁을 형사책임 영역으로까지 확대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의사의 경우 의료사고 발생 시 부담으로 법대로 하라는 식으로 환자를 대하고, 이는 양 당사자가 민형사상 소송 등 극단적으로 대립하게 되는 것”이라며 “보험 가입 시 환자는 의사를 상대로 불필요하게 소송을 제기할 필요가 없고, 원만하게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도 열린다”고 부연했다.
예를 들어 치료비, 소극적 손해 등을 인정받아 위자료를 책정하지만 1억원으로 제한되고, 이마저도 모두 인정받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배상책임보험 가입이 환자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60대의 경우에는 3000만원 선까지 위자료가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해자나 가족 입장에서는 손해배상액이 적기 때문에 형사고소를 통해 의사를 압박한다는 것으로 읽힌다.
장욱 한국의료법학회 총무이사도 “과거 의료분쟁조정법 제정 당시에도 형사처벌특례조항 관련 합의는 안됐다”고 했으며 전성훈 의협 법제이사 역시 “기술적으로 말하면 의료분쟁조정법 수정이 쉬울 것 같기는 하다”고 인정했다.
보건복지부 “다양한 계층 의견 수렴 필요”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의료계에서는 미국·캐나다 등 선진국에서 의료과실로 형사소송을 당하는 의사가 극히 드물다는 점, 기피과 문제 및 의사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서라도 특례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했지만, 법적 문제·국민 여론 등을 폭넓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분쟁조정법이 제정된 지 10년째인데 안정기를 지나 성숙기에 들어서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제도적으로 미비한 부분, 사각지대 등은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중재원이라는 기구가 만들어져 조정·합의·중재 등에 나서고 있으나, 성립 건수는 신청건수 대비 66%에 불과하다”며 “이 부분을 활성화해서 보완할 수 있다면 의료현장에서 환자들이 고민하는 신속하고 안정적인 구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법리적인 문제도 고려해야 하고 어떤 보완이 필요할지 국회에서 다각적으로 검토하겠지만 정부도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절차상 맞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