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모객도 경쟁력···환자유인 천태만상
2021.10.15 13:09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기획 2] 환자 유인행위 단속이 훨씬 느슨했던 2000년대 초반·중반에는 소위 ‘병원판 차떼기’가 이따금 벌어졌다. 
 
병원에서 노인들을 승합차에 태우고 데려와 한꺼번에 백내장 수술을 시켜준 다음 집으로 돌려보내 주는 것이다. 교통비는 물론 무료이며, 수술비를 받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일부 병원들은 이런 거침없는 환자 유인행위를 일삼은 뒤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고 요양급여만 청구해 이윤을 남기는 방식을 택했다. 본인부담금이 없는 의료급여 환자들에게 특히 많이 행해졌다.
 
당시 대한안과의사회 홈페이지에 의사들이 "학회 차원에서 이를 규제해야 한다"며 항의했고, 의사회 자체적으로 윤리위원회를 열 정도였다. 정상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다른 의료기관에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차떼기 행위는 공론화 이후 많이 사그라들었지만, 한동안 환자 본인부담금 할인을 통해 백내장 수술을 유인하는 행위는 지속됐다.
 
특히 교회 등 지역 커뮤니티 인맥을 이용해서 백내장 수술을 무료로 해 준다는 광고를 하는 사례가 종종 드러났다.
 
나이 든 어르신들이 많은 지역 교회의 경우 보험사기를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이 많고, 교회에서 지원금을 준다고 하면 의심 없이 따르기 때문에 이 같은 심리를 악용하는 것이다.
 
이에 2010년경에는 안과의사회에서 무료시술을 미끼로 환자 알선 행위를 한 안과의사를 직접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또한 실제로 법원이 유죄를 선고한 의사의 경우에는 회원 영구제명을 진행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도 본인부담금 면제로 환자를 유인한 의원들을 보건복지부에 제보하기도 했다.
 
교묘해진 브로커 알선 주의
 
요즘엔 위와 같은 막무가내식 환자 유인 행위는 사라졌지만, ‘무료 백내장 수술’키워드가 여전히 살아 있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온라인상의 SNS를 보면 스스로를 ‘자산관리사’나 ‘보험분석 및 리모델링 전문가’라며 애매한 직업으로 소개하는 계정이 심심찮게 보인다.
 
이들의 게시글을 보면 주로 자동차 사고 처리를 진행해준다거나, 재무설계를 대신해 주는 한편, 최신 휴대폰을 저렴한 가격으로 대리구매 해준다는 등 상당히 포괄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끝에 가서는 반드시 ‘대출 문의를 환영한다’는 문구를 집어넣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한 마디로 불법 브로커다.
 
이런 브로커의 ‘업무’중 빠지지 않는 것 하나가 성형과 치아검진, 그리고 백내장 수술 알선이다. 
 
과거에 자주 쓰이던 수법 중 하나는 시력교정술을 시행한 뒤 건강보험이 보장되는 백내장 수술을 한 것처럼 허위 진단서를 발행하는 것이다.
 
당일 퇴원이 가능한 백내장 수술을 한 뒤, 환자에게는 이틀에 걸쳐 병원을 방문하게 하는 경우도 많았다.
 
금융감독원도 비슷한 사례 공개
 
보험설계사 A는 B안과의원에게 일정 수고비를 받고 계약자들에게 시력교정수술을 한 다음 실손보험금을 신청하라고 권유한다.
 
그러면 B의원은 환자들에게 무료로 시력교정술을 시행하고, 진단서는 백내장으로 발급한다.
 
C의원은 실손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환자들을 몰래 알아내 설계사에게 알선하고, 해당 설계사는 보험상품을 판매한 뒤 환자들에게 C의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으라고 권유한 사례도 있다.
 
D의원의 경우는 실손보험이 없으면 일반 백내장 수술을 실시하고 실손보험이 있는 경우 다초점 수정체를 삽입하자고 환자를 설득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행위에 연루되면 해당 의원과 설계사뿐만 아니라 환자도 의료법 위반에 적용될 수 있다.
 
금감원은 “의료기관에서 보험가입을 권유하면서 보험설계사를 소개해주거나, 보험설계사가 특정 의료기관을 알선하는 경우는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보장 의료행위를 보장항목으로 진단하거나, 불필요한 의료행위를 실시하는 경우 환자가 보험사기에 연루될 수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의사가 아닌 상담실장 등과 면담하면서 ‘안하면 바보다’, ‘정당하게 보험금을 타먹는 거다’, ‘수술만하면 이후에는 우리가 다 알아서 해준다’는 말에 현혹되면 안 된다”며 보험사기를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진료 후 발급받은 진단서에 의사가 말해주지 않는 병명이 기재돼 있거나 진료날짜가 다른 경우, 의사에게 설명을 요구하고 허위진단서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적발에도 불구하고 환자 유인 행위는 오히려 더욱 대범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수십 명의 보험사기단이 병원과 마케팅 계약을 맺거나, 도박빚을 보험금으로 탕감하도록 하는 조직폭력배들이 이들과 연계하는 사례도 엿보인다.
 
온라인상에서도 여전히 규제가 애매한 유인 행위들이 남발하는 중이다.
 
소위 ‘재무설계사’들이 ‘헬스케어 서비스를 추가했다’는 안내를 종종 하는데, 주로 병원에서 시행하는 비급여 검사를 무료로 해 주겠다는 내용이거나 치료비를 할인해 준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안질환 검사 장비 발전 수준이 높아지면서 의원마다 첨단 장비 경쟁이 한창인데, 비급여 검사비를 높게 책정한 뒤 이를 무료로 해 주겠다며 환자를 유인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블로그 등의 게시들에서는 “무료 검사와 수십만원의 진료비 할인을 통해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며 ”댓글로 가격 문의를 하면 수술 할인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내용도 심심찮게 보인다.
 
그러나 고가의 비급여 진료 비용을 큰 폭으로 할인해서 환자에게 혼동을 주는 경우는 의료 광고 위반으로도 볼 수 있다.
 
지역 맘카페의 ‘제휴할인’도 성행한다.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와 해당 지역 병의원이 제휴라는 명목으로 할인 혜택을 준다는 것인데 이 또한 결국은 환자 유인에 해당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에 정부에서도 환자 유인을 엄격히 처벌하고 온라인 광고 규제에도 손을 뻗으면서 감시를 계속하는 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수술 건수가 높다는 것은 곧 이 같은 브로커들이 활약할 만한 시장이 넓게 형성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문화를 완전히 근절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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