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셀프치료' 선언···재택치료자·의료계서 강한 비판
오미크론 확진자 급증으로 방역 등 치료체계 전면 전환
2022.02.08 15:08 댓글쓰기
사진제공=연합뉴스
[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오미크론 확산으로 확진자가 대규모로 쏟아지는 가운데,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재택치료 확진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심지어 재택치료 중이던 10대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마저 나왔지만, 정부는 오히려 ‘셀프치료’를 본격화하면서 재택치료자에 대한 관심을 더욱 줄이는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 7일 오전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오미크론 확진자 급증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방역‧의료체계 전환을 결정했다.
 
우선 60세 이상 고령층이나 경구치료제 처방 대상자를 집중관리군으로 분류하고 이에 속하는 환자들은 현행 1일 2회 유선모니터링 방침을 유지한다. 이외 일반관리군은 현행 1일 1회 유선모니터링을 없애고, 스스로 관리하며 필요시 비대면 진료 및 상담센터 상담을 시행한다.
 
또한 확진자 동거가족에 대한 격리 제도를 간소화해 공동격리자는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 준수 시 의약품 처방‧수령, 식료품 구매, 병‧의원 방문 등 필수목적 외출이 가능해졌다. GPS를 이용한 자가격리앱 또한 폐지하고 관련 대응인력을 방역‧재택치료 인력으로 전환한다.
 
하지만 재택치료 중인 당사자들과 의료계는 이번 조치에 대해 ‘무책임한 방임’이라고 지적했다. 확진자에 대한 관리 만큼은 양보나 절충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재택치료 중인 환자들은 이미 방치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공식적으로 ‘신경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재택치료 중인 환자 A씨는 “직장 근처인 광진구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은 뒤 지난주 확진을 받고 재택치료에 들어갔다”며 “그런데 정보 이관이 안됐다는 이유로 수일간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했다. 매일 모니터링은 커녕 재택치료 키트도 못받았다. 기침과 오한 등 증상은 점점 심해지는데 체온조차 못 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내가 며칠 뒤 수십 통의 시도 끝에 보건소와 연락해서 정보 이관을 받는 데 성공했다”며 “하지만 그 이후에도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그나마 지방에 계시던 부모님께서 올라오셔서 집 문 앞에 약을 두고 가신 덕에 약은 먹을 수 있었다. 아마 재택치료 키트가 올 때쯤이면 자가격리가 끝나지 않을까 한다”고 토로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재택치료 중인 확진자 B씨도 “재택환자 관리뿐만 아니라 현재 방역 시스템 자체에 의문이 있다”며 “확진 전 발열이 심해 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1인 격리실에서 수액 처치 이후 나올 채비를 하던 중 의료진이 빨리 나오라고 재촉해 당황했다. 이후 별다른 격리 없이 집에 왔다. 이럴 거면 치료받을 때는 격리를 왜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PCR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중 증상이 심해졌다”며 “수십 통의 시도 끝에 보건소와 겨우 연락이 돼서 대면 치료 및 처방을 받기 위해 지정된 전문병원에 가게 됐다. 근데 가서 치료를 받는 동안 무슨 치료를 받는지도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았고 시설 또한 열악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한 “게다가 3차까지 접종했으면 별다른 통보 없이 7일 지나면 자가격리를 해제한다고 하더라”며 “과거에는 바이러스가 최대 2주까지 전파 가능하다고 하면서 격리 조치했는데, 지금은 사실 좀 많이 불안하다. 알아서 나오라는 건데 만약 7일 지나고도 증상이 있다면 어떻게 하는가. 나조차도 격리 해제를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증상은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의료계도 이번 재택치료 체제 개편을 ‘개악’으로 지적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재택치료 키트가 늦게 도착하거나 전화 모니터링이 잘 이뤄지지 않던 것은 부지기수였다”며 “더 큰 문제는 격리 해제 이후 완전히 방치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격리 해제 후 방치된 한 학생이 목숨을 잃지 않았는가”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 4일 광주지역 고등학생은 전남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해당 학생은 지난달 24일 확진 판정을 받고 재택치료 조치됐다. 이후 일주일 후인 31일 격리해제됐지만 사흘 만에 호흡곤란과 흉통을 호소해 전남대병원으로 이송된 후 사망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재택치료 체제를 손본다고 해서 나름 기대한 부분도 있었다.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였던 재택치료 환자들을 조금 더 신경 쓸 방안이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며 “하지만 개정안을 살펴보면 정부는 재택치료자에 대한 모니터링은 오히려 ‘공식적으로’ 줄여버렸다. 개정이 아니라 개악이고 방임”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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