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어제 매출은 2100만원이었고 오늘 매출은 700만원이 넘네요. 신속항원검사 꼭 하십시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지금 신속항원검사 의사들 초대박이네요’라는 글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글쓴이는 게시글을 통해 “친구 도움으로 의사커뮤니티를 봤는데, 항원검사 덕분에 돈을 쓸어모으고 있다고 자랑한다”며 “주말에도 운영하는 병원은 일매출 1000~2000만원 정도 된다고 한다. 순이익 70%라고 쳐도 세후 월 1억 8000만원이다“고 말했다.
해당 글이 알려지면서 의사 커뮤니티의 다른 게시글을 캡처했다는 사진이 나돌기 시작했다. 대부부분 ‘높은 매출’에 대해 이야기했다. 의사로 추정되는 한 커뮤니티 유저는 “하루에 40~50명 정도 하고 있는데 더 늘어날 것 같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현재 신속항원검사 수가는 5만5920원~6만5230원으로 책정돼 있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동네 병·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하는 경우 진찰료, 신속항원검사료 등 건당 5만5920원의 한시적 건강보험 수가가 적용된다. 하루 10명 까지는 감염예방관리료를 9310원 더 받을 수 있다.
신속항원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이 5분 남짓으로, 의사 1~2명이 검사만 전담하면 게시글에서 언급된 수준의 ‘높은 일매출’도 가능하다
의료계에선 이미 신속항원검사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내원 환자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보려는 동네 병의원에겐 ‘솔깃한 경영’란 전언이다.
신속항원검사 위한 아르바이트 직원 구인도 늘어
실제로 간호인력 구인 사이트에선 신속항원검사를 위한 ‘아르바이트 직원’을 구하는 글이 최근 며칠 새 다수 게재되기도 했다.
병의원들은 월 250~300만원 정도 처우를 제시하며 신속항원검사 관련 접수 업무를 담당해줄 인력을 구하고 있다.
의료기관 참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이비인후과나 소아청소년과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지방 소재 정형외과병원에 근무하는 한 봉직의는 “우리는 5명이 넘는 전문의가 일하는 병원으로 이 지역 정형외과 중에선 규모가 큰 편인데, 일찍이 참여 신청을 하고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발표를 살펴봐도 신속항원검사에 참여하는 의료기관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2월 1일 기준 코로나19 검사 및 진료 참여 신청을 한 동네 병의원은 1004곳이었는데, 17일 기준 5001곳으로 2주 새 약 5배 가량 증가했다.
“위험 감수하고 단골환자 포기, 작은 병의원은 참여 힘들어”
의료계에서도 관심이 뜨거운 것처럼 보이는 신속항원검사. 하지만 많은 개원의들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처럼 ‘의사들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 마냥’ 이야기 하는 것은 현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내과 개원의인 김용범 대한노인의학회 회장은 “무엇보다 기존 환자들이 원하지 않는다. 단골 환자를 보는 오래된 의원 입장에선 쉽사리 결단할 수 없다. 검사 운영을 중단한 후에도 당분간 환자가 줄어들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 의료기관이나, 규모가 있어 공간과 인력 여유가 있는 일부 병의원 이야기로, 동네 작은의원은(출입구 2개 구비 등) 시설기준을 충족해도 참여도가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내과 개원의도 “사실 ‘주판’을 두드려본 건 맞다. 수가 자체만 보면 적잖게 책정됐다. 하지만 직원들의 감염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봤을 때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물론 수익 때문에 검사를 시작한 곳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시민들을 위해 나선 게 아닌가 싶다. 요즘 보건소 대기시간이 2~3시간이라는데 의원들이 손을 보태면 조금은 상황이 나아지지 않겠나”고 전했다.
무엇보다도 의사 자신의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상황이라는게 의료계 분위기이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음압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채 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의사 자신에게 굉장히 위험하다. ‘목숨을 내놓고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대본이 대한의사협회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15일 기준 코로나19 감염 의료진 중 위중증환자는 71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15명이다. 이 중 의사는 10명이며 간호사는 3명이다. 감염되는 의료진 수는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김 회장은 또한 “신속항원검사와 같은 의료행위로 일시적으로 매출이 오르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다. 독감접종이나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접종 등 개원가 수입은 사회 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해당 커뮤니티 게시글이 지나친 관심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진료‧검사에 참여를 결정한 병의원들은 국민 건강을 위해 계속해서 힘써주시고, 참여하지 않는 개원의들도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힘든 시기 부디 힘내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