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병원 건립용 의료부지 수두룩···시세차익 노리나
매각·용도 변경 시도 등 목격, 일부에서는 '부동산 투기 의혹' 비판
2022.02.10 12:4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최근 학교법인들이 부속병원 건립을 위해 매입했던 의료 부지를 오랜 기간 방치하다 매각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지역 주민들의 불만을 사는 모양새다.

특히 의료기관 건립과 무관한 사업을 위해 용도까지 변경하려는 시도가 포착되면서 '부동산 투기'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인제학원·동아학숙 부속병원 건립 사업 포기
 
학교법인 인제학원이 26년 만에 매각한 김해시 삼계동 부지가장 최근 학교법인 인제학원이 26년 전 부속병원을 설립하기 위해 매입했던 부지를 부동산 컨설팅 업체에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며 도마 위에 올랐다.
 
인제학원은 지난해 12월 나라장터와 인제대학교 홈페이지 등에 김해시 삼계동 1518번지 부지를 매각하기 위한 입찰 공고를 냈고, 경쟁입찰에 참여한 상계동 한 부동산 컨설팅에 부지를 넘겼다.
 
인제학원은 1996년 해당 부지에 백병원을 건립하겠다며 김해시로부터 141억6000만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경영 악화와 외환 위기 이후 수익성 보장이 어렵다는 이유로 병원 건립 포기 의사를 밝혔고, 그동안 부지를 빈 터로 방치해왔다.
 
3만4139㎡(1만327평) 규모의 부지는 감정평가액만 349억원이다. 인제학원은 부동산 컨설팅 업체에 385억원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는 3월까지 잔금을 치른 후 소유권 이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인제학원이 부지를 매각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지역민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지만 김해시는 아직까지 소유권이 변경되더라도 용도변경 검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소유권 이전과 함께 부지 활용 방안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인제학원 매각 소식에 같은 지역인 김해시 장유면 대청동 부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지는 학교법인 동아학숙이 동아대학교 부속병원을 건립하기 위해 매입했으나 20년째 방치하고 있는 땅이다.
 
동아학숙은 지난 2001년 5월 동아대 부속병원을 짓겠다며 장유면 대청동 50-1 일대 1만695㎡(3235평)를 39억5700만원에 사들였다. 
 
그러나 수익성 등을 문제로 건립 사업을 사실상 포기하면서 아직까지 별다른 진척을 보이고 있지 않다.
 
을지재단·가천길재단 토지 매각에 투기 논란

일각에서는 의료부지를 매각하면서 수 십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액을 거둔 것을 두고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 961-11번지를 소유하고 있는 을지재단이 대표적인 예다.
 
을지재단이 매입한 수원 영통구 부지
을지재단은 2007년 10월 당뇨센터 등을 갖춘 종합병원 건립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매입했으나 수익성 등을 문제로 15년째 사업 첫삽도 뜨지 않은 상황이다.
 
이 부지는 3만1376㎡(9491평) 규모로 인근에 영통중앙공원, 대규모 아파트 단지, 영덕고, 수인분당선 영통역 등이 있어 영통구 노른자 땅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가운데 을지재단이 개발업자와 함께 주택용지로 용도 변경을 추진하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투기 논란을 빚고 있다.
 
실제 수원시는 지난해 8월 민간사업 시행자로부터 해당 부지에 대한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제안받고 검토하고 있다. 
 
사업시행자는 해당 의료시설용지 72.7%를 공동주택용지로, 23.4%는 업무시설용지, 3.9%는 도로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시는 토지주인 을지재단도 사전협상에 참여토록 해 용도 변경에 따른 시세차익 논란을 불식시키고, 지역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지역주민들의 냉소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시 관계자는 “도심 한가운데 있는 땅을 장기간 방치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주민을 위한 공익적 개발도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주민들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말했다.
 
앞서 가천길재단도 종합병원을 짓겠다고 구입했던 경기도 부천시 상동 588-4번지 부지를 매각하면서 투기 논란을 사기도 했다.
 
가천길재단이 매입했다 매각한 부천시 부지가천길재단은 2001년 상동신도시 개발 당시 지하 5층, 지상 15층, 800동 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을 짓겠다며 2만3400㎡(7080평) 토지를 매입했다. 
 
재단은 이듬해인 2002년 11월 건축허가를 받았으나 착공을 미뤘고, 2004년 11월에 설계변경을 한 후 착공 신고를 했다.

계획대로라면 2006년 11월 착공을 하고 2009년 1월 준공해야 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재단은 결국 2019년 해당 부지를 매입 가격보다 7배에 가까운 금액에 매각해 시세 차익만 챙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매각해 거둔 시세 차익만 무려 340억원이다.
 
당시 재단 관계자는 “양도세 등을 포함하면 실제 차익은 많지 않고, 일부러 병원을 짓지 않고 차익을 챙겼다라는 지적은 맞지 않다”고 의혹을 해명했다.

지역주민들은 병원도 사업인 만큼 수익성을 따질 필요가 있다면서도 허허벌판으로 남아있는 의료부지를 두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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