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의료배상공제조합 가입 의무화 후 영향 분석"
국회입법조사처 "현행 가입률 33%, 단기 효과 내기 어려울 것" 예상
2024.08.03 06:08 댓글쓰기

정부가 의료기관 개설자의 의료배상공제조합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가운데 "도입 후 영향 분석이 필요하다"는 입법기관 제언이 나왔다. 


제도를 시행해도 즉각적으로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 같지 않다는 이유다.  


현재 '자율' 체제에서 가입률이 약 33%인데, 법제화에도 불구하고 가입률이 100%가 안되면 원인 분석 및 제재 수단을 검토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 or 의료배상공제조합 선택 가능···가입률 33%수준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임기 만료로 폐기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에 대한 보고서를 내고 이 같이 주장했다. 


해당 개정안은 보건의료기관 개설자의 의료배상공제조합 가입을 의무화해 의료사고로 인한 민형사상 소송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경감하는 게 목적이다. 


다만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면 의료배상공제조합 가입 의무가 면제된다. 


즉 의료기관 개설자 입장에서는 책임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내거나, 배상공제조합에 가입해 공제료를 납부하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그러나 현행 자율 가입을 보장하는 체제 하에서는 책임보험, 공제조합 가입률 모두 33%대(2023년 기준)로 낮은 수준이다. 


실제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이 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기준 공제조합에 가입한 의료기관 수는 1만2519개소로 전체 병의원 수(3만7137개소)의 33.7%에 그치고 있다. 


"의료기관 배상공제 가입 시 미가입 의료기관이 327억 부담 예상" 


입법조사처는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발생할 비용과 편익을 예측했다. 사회적 비용은 의료기관 모두 배상공제에 가입하는 경우가 더 낮았다. 


입법조사처는 "미가입 의료기관이 모두 의료배상공제에 가입할 경우 2023년 배상공제료 327억730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미가입 의료기관이 부담하게 된다"고 말했다. 


단 미가입 의료기관의 병상 기준 종별 구성비가 가입 의료기관과 같고, 의무가입 시 모두 책임보험이 아닌 배상공제 상품을 선택하고 상품별 선택비율도 동일할 것이라는 점을 전제했다. 


두번째로 미가입 의료기관이 책임보험 또는 배상공제에 동일한 비율로 나눠 가입하게 될 경우, 약364억2000만원을 미가입 의료기관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책임보험과 배상공제 가입비율이 1대 1로 동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의료사고 피해자 입장에서는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이 단축되는 편익이 발생하게 된다. 


입법조사처는 "배상공제조합을 통한 의료사고 처리 시 심사요청일부터 심사통보일까지 평균 60일이 걸리는 반면, 민사소송을 진행하면 소 제기부터 1심판결까지 965일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제도 도입 5년 후 가입률 변화·민사소송 건수 변화 등 평가해야" 


입법조사처는 "제도 시행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제도 도입 후 약 5년 경과 시 사후 입법 영향분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제도 효과 측정을 위해 ▲의료배상책임보험, 의료배상공제 가입률 변화 ▲의료기관개설자의 의무가입 이행 여부 ▲연도별 민사소송 건수 변화 ▲의료사고 손해배상 대불금 제도 이용 변화 등을 평가지표로 제시했다. 


입법조사처는 "책임보험 또는 공제조합 의무 가입 법제화에도 불구하고 가입률 100%를 달성하지 못하면 원인 분석과 제재 수단에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법안 주요 취지가 민·형사소송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경감이었기에 피해구제로 민사소송 건수가 실제 줄었는지, 민사소송에 이르게 된 경위나 합의·조정·중재 실패 원인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의협 "논의 선행" - 병협 "자율 가입 유도" - 손보협 "보험, 공제 선택권 보장"


한편, 해당 개정안을 두고는 이해관계자 간 의견이 여전히 분분한 상황이다.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은 "의무화를 부추기면 보험사 간 또는 보험사와 공제조합 간 과도한 경쟁이 발생하고, 브로커가 활발히 활동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손해율 유지를 위해 합의금액을 조정하는 등 역기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병원협회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등을 통해 형사처벌 특례를 마련해 의료인 공제조합 등 가입 여부와 연계될 수 있게 운용해 의료인 판단에 따라 자발적으로 가입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손해보험협회 측은 "의료기관 개설자의 담보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민간보험은 선택사항으로, 공제상품은 의무사항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며 "두 상품을 동등한 조건 하에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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