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인턴·전공의→전문의 공식 깨진다
전공의 집단사직 후 의정갈등 장기화···의사 양성 '패러다임' 변화 확연
2024.08.10 06:07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의정 갈등으로 촉발된 전공의 수련 포기가 확산되면서 의대생-전공의-전문의로 이어지던 의사 양성체계가 빠르게 무너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해야 진짜 의사가 된다’라는 보편적 인식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정립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의료 수준 제고를 위해 전문의를 늘리는 게 의심 없는 선(善)으로 자리 잡았던 문제가 답을 찾을 계기를 맞이했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60년 역사, 26개 과목 확대


전문의는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로, 1930년대 세브란스병원의 인턴제가 효시다. 당시 세브란스에는 미국식 레지던트 과정도 운영됐다.


그러던 것이 1951년 9월 공포된 국민의료법에 의해 전문과목 표방허가제가 시작되면서 전문의제도가 본격 시행됐고, 1958년까지는 서류심사로 전문의 자격증을 부여했다.


초기에는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안과, 이비인후과, 피부비뇨기과, 정신과, 정형외과, 및 방사선과 등 10개 진료과로 시작됐다.


1962년 국민의료법이 개정되면서 신경외과, 마취과, 흉부외과, 병리과가 신설됐고, 1963년에는 병리과를 임상병리(진단검사의학과)와 해부병리(병리과)로 분리하고 예방의학과를 신설했다.


1964년에는 피부비뇨기과를 피부과와 비뇨기과로 분리했고, 1967년 결핵과, 1975년 성형외과를 신설했다.


그 후 1982년 재활의학과를 신설하고, 신경정신과를 정신과와 신경과로, 방사선과를 진단방사선과(영상의학과)와 치료방사선과(방사선종양학과)로 분리했다.


1986년 가정의학과, 1995년에 응급의학과, 산업의학과, 핵의학과가 신설돼 현재 총 26개 전문과목이 운영되고 있다.


전문의 시험은 1960년부터 1972년까지 국립보건원이 담당했고, 그 이후 대한의사협회에 넘겨졌다. 1973년 이후부터 의협 관리 하에 각 분과학회가 나눠 담당한다.


전문의 자격증 명칭도 1965년부터 ‘의료업자 전문과목 표방허가증’에서 ‘전문의 자격증’으로 변경됐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대한민국 전체 의사 70%가 전문의


전문의 제도 활성화는 과잉공급으로 이어졌다. 이는 ‘의사=전문의’라는 공식을 성립시켰고, 의사 양성학제도 역시 전문의 자격 취득이 최종 목적지가 돼 버렸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2 보건복지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의사 수는 총 13만4900명으로, 그 중 9만1000명이 전문의 자격 등록자다. 전체 의사의 70%에 이른다.


의료기술 발달과 의료수요자의 고급 및 전문 진료의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전문의는 계속 증가했고, 이에 더해 세부 질환을 전문으로 공부하는 세부전문의가 잇따라 등장했다.


하지만 의사들의 과도한 전문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적잖았다. 과도한 전문의 비중은 의료자원 낭비 및 의료비 급증 등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양산했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의 정원 감축에 나섰지만 의대→인턴→레지던트→전문의로 이어지는 한국 의학교육의 공식은 쉽사리 깨지지 않았다.


‘수련 포기’ 속출, 전문의 전성시대 마감


수 십년 동안 견고하게 작동되던 전문의 제도는 이번 의정 갈등 사태를 계기로 큰 변곡점을 맞이하는 모양새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반발해 수련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으면서 전문의 양성체계에도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진행된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는 126개 의료기관이 전공의 지원서를 기다렸지만 전체 모집 대상 7645명 중 104명(1.4%)만 지원했다. 지원자 중 인턴은 13명, 레지던트는 91명이다. 


사직 처리가 완료된 레지던트 5701명 중 약 11%인 625명은 종합병원 등에 일반의로 취업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련현장을 떠난지 1년이 되는 2026년 3월에는 상당수 전공의들이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젊은의사들 사이에서는 수련 자체를 포기하겠다는 정서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때문에 지금까지 공식과도 같았던 의대생-전공의-전문의 양성체계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한의학회 고위 관계자는 “전공의들의 수련 포기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의사 양성체계에 크나 큰 소용돌이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의 전성시대 종식은 곧 필수의료 붕괴를 의미한다”며 “국민을 위한다던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오히려 국민을 위협하는 악수로 작용하는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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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의 08.12 10:27
    전문의 어렵게 따고 나서 자기 전문성 발휘할 병원에서 일할 생각보다는 하루빨리 병원탈출 일반 개원해서 간판만 전문의라고 멋있게 달고 돈되는 수액 꽂고 점 빼는데 몰두하는데 무슨 놈의 전문의가 필요하냐...
  • tours 08.10 21:09
    의사가 전문성이 높아지면 환자 치료능력이 좋아진다는데 전문성 높은것을 단점이라고 이야기하는사람들이 과학적 근거없는 2000명 던져놓고 잘하고 잇다고 자화자찬이라니 의료계 망가지는것은 순식간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