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코로나19 학습효과가 과한 탓이었을까? 정부가 아직 설계도 끝나지 않은 감염병전문병원에 수 백억원의 공사비 예산을 책정해 눈총을 받고 있다.
공사가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수 십억원의 예산을 미리 편성하는 바람에 그 이듬해로의 이월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작 감염병전문병원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인 기관에서는 정부의 유례없던 호의적 지원에 표정관리를 하는 모습이다.
병원계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2022년도 권역 감염병전문병원 구축 사업 예산으로 266억400만원을 편성했다.
권역 감염병전문병원은 2015년 메르스 사태 후속 조치로,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한 국가방역체계 개편에 따라 전국 6개권역에 설치, 운영될 예정이다.
조선대병원(호남)과 순천향대천안병원(충청), 양산부산대병원(경남), 칠곡경북대병원(경북) 등이 지정돼 현재 설계용역이 진행 중이다.
설계 완료 후 공사를 거쳐 조선대병원은 2023년 12월, 순천향대천안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은 2024년 12월 운영을 시작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문제는 주무부처인 질병관리청이 이들 병원의 사업 추진 경과와 집행 현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내년 예산 편성 내역을 보면 조선대병원에 50억3600만원, 순천향대천안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에 각각 57억9000만원, 칠곡경북대병원에 77억2000만원이 배정돼 있다.
조선대병원은 총 공사비 및 감리비, 시설부대비의 13% 수준이고 순천향대천안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은 15% 수준을 반영한 수치다.
이는 3개 권역 모두 2021년도 이전에 편성돼 이월된 예산을 고려할 경우 누적 60% 수준이다.
하지만 이 사업의 2021년도 예산 집행 현황을 살펴보면 편성된 458억5800만원 중 8월 말 기준으로 435억9000만원이 교부됐다.
외형상으로는 대부분의 예산이 사용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집행된 액수는 32억500만원에 불과했다. 비율로는 7.0% 수준이다.
이는 질병관리청이 2021년 예산에 설계비뿐만 아니라 공사비, 감리비, 시설부대비 등을 함께 편성했는데 현재 모든 기관에서 설계용역이 진행 중인 만큼 실제 공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국 올해 편성된 공사비, 감리비, 시설부대비 전액은 고스란히 내년으로 이월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질병관리청은 2022년도 감염병전문병원 예산에 누적 공정률 60%에 해당하는 금액을 편성했다.
이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 “질병관리청은 감염병전문병원 구축 사업 추진 경과와 예산 집행 현황을 충분히 고려해 집행 가능한 수준으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일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