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왜 '보험사기' 주범으로 지목되나
올 백내장 수술 청구 실손보험금 1조 넘을 듯···5년전 비교하면 15배 급증
2021.10.20 11:3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구교윤, 이슬비 기자/기획 3] 백내장 수술로 청구되는 실손보험금이 올해 처음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보험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백내장 수술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2021년 백내장 수술로 청구되는 보험금은 1조1528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불과 5년 전 보험금이 779억원에 불과했던 점을 비교하면 10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지난해 실손보험에서 지급된 보험금이 11조1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보험금 가운데 10%에 달하는 금액이 백내장 수술에만 사용될 것이라는 얘기다.
 
백내장 수술은 33대 주요 수술 중 1위로 해마다 수술건수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 백내장 수술건수는 2015년 49만건에서 2019년 69만건으로 5년 간 40% 증가세를 기록했다.
 
백내장으로 둔갑한 시력교정술 보험사기 적발 사실상 어려워
 
문제는 백내장 수술이 늘어나는 이유가 실제 백내장 환자가 늘어난 것 뿐 아니라 일부 안과에서 자행하는 허위진료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흔히 알려진 사기행태는 진료비 환급을 조건으로 실손보험 가입환자를 유인, 시력 교정용 다초점 렌즈비용 등을 과도히 책정해 실손보험금에 전가하는 구조다.
 
또 백내장이 없는 고객들에게도 실손보험 여부를 확인하고 백내장이 있다고 진단, 다초점 인공수정체 수술을 권유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백내장 수술이 필요 없는 눈도 손을 대면서 이른바 ‘생내장 수술’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보험사들은 백내장 수술로 청구되는 실손보험금이 문제가 되자 이 같이 허위진료를 일삼는 일부 병원을 보험사기 혐의로 수사기관에 병원을 고발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백내장수술 보험사기 혐의보고는 69건으로 2018년과 비교해 77% 증가했다.
 
여기에 보험설계사가 브로커로 개입해 실손보험 가입환자 백내장 수술을 유도하고 리베이트를 받는 경우까지 등장하면서 사실상 백내장 수술은 보험사기에 가장 취약한 수술로 자리잡았다.
 
 
과잉·허위 진단에도 보험사기 여부 적발 어려워
 
백내장 허위진료가 늘어나고 있지만 보험사기를 증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백내장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은 전문 영역이라 보험사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수 없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백내장 수술과 관련해 허위청구가 많다는 점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으나 의료행위라는 점에서 보험사가 사기 여부를 판단하기란 어렵다”며 “내부 고발자 없이는 적발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보험사기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도 없다는게 관계자의 주장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보험사들은 백내장 허위진료를 막기 위해 병·의원이 ‘세극등 현미경 검사’ 영상을 의무적으로 보관하는 방안을 보건복지부에 제안했다.
 
세극등 현미경 검사결과는 1∼4단계로 나뉘는데, 3단계 이상 진단이 나오면 백내장 수술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일부 안과는 검사영상을 별도로 보관하지 않아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검사영상을 보관하는 건 의사 재량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소형 보험사 중에서는 실손보험 판매를 멈춘 곳도 적지 않다. 
 
실제 실손보험을 판매하던 13개 생명보험사 가운데 3개 회사가 판매를 중단했다. 실손 상품을 취급하던 17개 손해보험사 중 12곳도 더 이상 팔지 않는다. 
 
그러자 실손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로 가입자가 몰리고, 해당 보험사들은 손해율을 줄이기 위해 상품을 적극적으로 팔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보험사에서는 높은 손해율과 누적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상품을 털어놓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자기부담금 없이 보험비...의사도 환자도 실손보험 악용
 
대한안과의사회도 일부 병원에서 이뤄지는 과잉진료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보험사기 주범으로 전락한 이유에 일부 안과에서 실손보험 제도를 악용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라며 현 상황을 인정했다.
 
안과의사회 측은 “환자와 병원을 연결하는 브로커 행태와 불법 의료광고를 자행하며 이를 조장하는 일부 안과의사는 큰 문제”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어 “일부 안과에서 일어나는 양심 없는 행위로 의학적, 치료적 목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백내장 수술에 오해와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특히 실손보험을 가진 환자의 경우 자기부담금 없이 보험비를 탈 수 있는 구조도 상황을 악화하게 만드는 문제다. 
 
실제 백내장 실손보험 모두 병원 책임에 있는 건 아니다. 실제 실손보험 가입자 중에서는 백내장 수술을 악용해 보험사기를 벌이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에 따르면 2016~2020년까지 최근 5년간 백내장 수술 보험금 수령자 44만6000명 중 3.8%에 달하는 1만7625명이 보험사기 전력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안과의사회 윤리법제위원회를 두고 대한안과학회와 백내장 과잉진료 문제를 해결에 노력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백내장 진료 문제로 논란을 일으킨 안과에 대해 조속한 경찰 수사를 촉구하는 회원의 탄원서를 강남경찰서에 제출하기도 했다.
 
다만 자체 징계권이 없어 한계가 크다는 게 안과의사회 입장이다.
 
안과의사회는 “대한의사협회에 탄원서를 보내 자정을 넘어서 의협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징계권이 없어 사법부 판단에 기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실손보험으로 보험사 손해 규모가 늘어나면 결국 피해는 가입자에게 돌아가고 만다. 손해율이 올라가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료를 그만큼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은 보통 상품에 따라 보험료를 1·3·5년 주기로 갱신하는데 보험 사기가 늘어날수록 나머지 가입자가 내야 하는 보험료도 늘어나는 일이 불가피하다.
 
특히 연령이 높을수록 의료 이용량이 많아지는데 고연령층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줄어 부담이 배가될 수 밖에 없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상품구조를 바꾸는 등 기존 보험상품에 소급적용을 하지 못하므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지속적으로 실손보험을 이어가려면 의료기관에서 이뤄지는 과잉진료와 비급여 악용 문제를 차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위 제소·검사자료 요구, 과잉진료 공동대응 나서
 
상황이 이러하자 최근 현대해상은 공정거래위원회에 5개 안과병원을 제소하는 유례없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 7월 현대해상은 이 병원들이 과잉진료 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공정거래법상 제 23조 1항 제 3호에 따른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관련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해상 측은 “조사결과가 나올 때 까지 기다릴 것이며 현재까지 변동된 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이러한 보험사의 안과병원 압박은 처음이 아니다. 메리츠화재와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5개사가 협동으로 강남소재 5개 안과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사례도 나왔다.
 
이들 안과는 모두 다초점 백내장수술을 시행하면서 환자를 부당하게 유인한 행위가 포착된 곳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수술환자 한 명당 100만원 혹은 수술비 5%내외의 수수료를 브로커에게 지급하는 방식의 유인행위가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수술을 소개받은 환자 또한 숙박비와 교통비 등 수십만원을 지급받았다.
 
제소된 병원들은 백내장 관련 비급여 검사 비용이 급여화되자, 비급여인 다초점렌즈 가격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전체 비용을 맞춘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14개 손해보험사 기준으로 백내장 관련 보험금은 2018년 2553억원에서 지난해 6480억원으로 2년간 153%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에는 A 보험사가 한 안과병원에 영상 자료 제공을 요구하기도 했다. 
 
A 보험사는 실손보험 보통약관 제38조 1항 2호에 따라 “보험사가 필요 시 영상자료제 등을 추가 요청 가능하다”면서 영상자료를 보험금 청구 구비서류로 제출 받기를 요청했다. 
 
실제 백내장 수술이 필요한 환자인지 보험사 측에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보험업계는 협회를 중심으로 보험사기 공조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7월 보험협회와 보건복지부·경찰청·금융감독원·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보험연구원 등은 ‘보험조사협의회’를 열고 보험사기·비급여 과잉진료 대책을 논의했다. 
 
기관들은 실손보험금 과다 청구 문제 및 보험사기 동향을 점검하고 보험사기·비급여 과잉진료가 공·사보험의 재정악화 요소가 될 수 있음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번 회의에서 제시된 대안 중 하나는 백내장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경우, 불필요한 수술을 방지하기 위해 수술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수술 전 세극등현미경검사 시행 필수 ▲LOCS(LensOpacities Classification System)III 검사 (수정체 혼탁 정도) 상 3~4단계에서만 수술 시행 등이 그 예다. 다초점 렌즈에 대한 급여화도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협의를 바탕으로 보험업권은 △형사고발 △수사 강화 요청 △정보제공, 수사지원 △홍보사업 추진 등을 통해 비급여 과잉진료 문제 대응을 다각화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또한 이에 적극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심평원도 뜻을 모아 향후 급여 지급심사를 강화하고 병원 실태점검에 나선다. 
 
금융당국은 “부적절한 보험금 청구 지속 시 가입자 전체 보험료 부담을 가중시키고 사적안전망 역할을 하는 실손보험의 존립기반을 와해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민 의료비 경감과 실손보험 등 사적안전망 지속가능성을 위해 관계부처와 지속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험협회 관계자는 “백내장 수술 자체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수술 기준이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거나 검사 기록 등이 보존되지 않다보니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라고 말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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