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내외산소 마지막 '3년제 전환' 가능성
전환 놓고 찬반 '갑론을박', '분과전문의 미흡하고 타과 상황 보면서 논의' 신중
2021.11.29 05:54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임수민 기자/기획 4] 2022년도 전공의 전형 시즌이 도래했다. 코로나19가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듬해 성장기조를 내세운 병원들은 양질의 인력을 수급하기 위해 벌써부터 분주하다. 이색적인 온라인 홍보부터 차별화된 해외연수 프로그램까지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전공의 모시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굳건한 인기를 자랑하는 ‘빅5’ 병원들의 성적 판도 변화도 관심사다. 각 전문학회별 성패 역시 의료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저출산, 수술실 CCTV 설치 및 의료인 면허취소 처벌 조항 강화 등 다양한 사회적 상황이 예비 전공의들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슈는 특히 필수진료과인 내‧외‧산‧소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도 하다. 2022년도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의료계 여러 변화들이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데일리메디가 6회 연속 기획으로 전한다. [편집자주]
 
⓵ 귀하신 전공의, 전국 수련병원들 유치경쟁 치열
⓶ ‘빅5’ 자존심 싸움, 예비전공의 선호도 어떻게 움직였나
⓷ ‘위드코로나’, 전공의 인기과 판도 뒤흔드나
⓸ 데드크로스 위기 맞은 산부인과, 3년제 전환 가능성
⓹ 3년제 전환 결단 내린 소청과, 특화전략 ‘소아입원전담전문의’
⓺ 수술실 CCTV 설치법, 갈등 깊어지는 외과계 지원자들
 
내과, 외과에 이어 소아청소년과도 ‘전공의 3년제’ 전환을 단행했다. 지속적인 위기론이 제기되면서 해마다 초라한 전공의 지원 성적표에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필수의료 내‧외‧산‧소 4개 과목 가운데 3개 전문과목이 3년제 수련과정을 운영하게 됐다.
 
의료계 시선은 자연스럽게 남은 필수의료과인 산부인과로 향했다.
 
산부인과도 소청과와 함께 저출산 사회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전공의 지원율이 참패를 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반전의 계기를 노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었다. 

내부적으로 3년제 논의 있었으나 4년 유지 결정
 
실제로 앞서 산부인과는 4년제에서 3년제 전환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심 끝에 현상 유지를 결정했다.
 
당시 이사장이었던 김승철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내과, 외과 등 3년제로 전환한 과들과는 다르게 산부인과는 분과 전문의 제도가 온전치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반부인과, 부인종양, 생식내분비, 비뇨부인과 등 4개 세부전문의가 제대로 구축‧운영될 때 3년제 체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과와 외과 등 전공의 지원 기피가 고착화된 일부 전공은 원활한 수급을 위해 이미 전공의 수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 시행 중이다.
 
2017년 전기 레지던트 모집부터 수련기간 3년제를 적용한 내과는, 적용 후 3년 연속 지원율이 100%를 넘기면서 인원 미달 사태를 벗어났다.
 
첫 내과 수련기간 3년제 제도가 도입된 2017년 전기 레지던트 모집에서는 51개 전국 주요 수련병원 지원율을 살펴본 결과, 104.3% 지원율을 기록했다.
 
이후 62개 전국 주요 수련병원의 2018년 전기 레지던트 모집 결과에서 내과는 109.7%, 2019년 전기 레지던트 모집에서는 81개 수련병원 기준 101% 지원율을 보였다.
 
반면 2019년 전기 레지던트 모집 시 처음 수련기간 3년제를 시행한 외과는 제도 시행 첫해 지원율에 큰 변화가 없었다.
 
외과는 2019년 전기 레지던트 모집에서 처음으로 수련기간 3년제를 적용했으나 전공의 충원율은 81.9%로 나타났다. 3년제 제도 시행 전인 2018년 모집(83.2%) 때보다 오히려 떨어진 수치다.
 
이후 2020년엔 176명 정원에 128명만이 지원해 경쟁률이 73%에 그쳤다. 2020년도 전공의 모집은 서울성모병원을 제외한 빅5 대학병원 모두 외과 충원에 성공하며 일보전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방 대학병원들은 여전히 전공의 기근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2021년도 역시 다르지 않았는데, 178명 정원에 141명만이 지원하면서 경쟁률은 79%를 기록했다. 
 
강동경희대병원과 한림대성심병원, 건국대병원, 부산백병원, 충남대병원, 원광대병원, 영남대병원 등이 충원에 실패했다.
 
게다가 올해는 PA(진료보조인력)과 갈등 및 수술실 CCTV 설치법 여파로 외과 전공의 모집이 더욱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산과 전망 ‘희망’편…“고령화사회, 폐경환자 및 여성암환자 증가” 
 
저출산 장기화로 산부인과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전공의들의 예상과 달리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산부인과 전망이 장밋빛까진 아니어도 희망차다고 내다봤다.
 
박중신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산부인과 기피 원인 중 하나인 ‘저출산’을 두고 분만은 감소할 수 있지만 산부인과 전체를 두고 보면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중신 이사장은 “산부인과 지원율이 낮은 대표적 이유 중 하나가 저출산”이라며 “하지만 저출산 문제는 의료계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문제로 실효성과 무관하게 정부는 개선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만 감소로 산과는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을 수 있지만 고령사회로 폐경환자 및 여성암환자가 증가하면서 산부인과 전체로 보면 큰 타격이 있지 않다”며 “하지만 부정적 언론보도를 보고 전공의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오히려 악순환이 생기는 듯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개원가 전문의들 역시 산부인과 전망이 장밋빛까진 아니어도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산부인과는 분만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예비전공의들이 너무 저출산에만 집중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학회는 전공의 지원율 제고를 위한 3년제 전환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박중신 이사장은 “산부인과도 대표적인 기피과 중 하나이기 때문에 학회 내부적으로 3년제 전환에 대한 논의가 있다”며 “하지만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학회 차원의 공식입장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2년도 전공의 지원 모집 결과가 나오면 산부인과 및 3년제 전환 과들의 지원율 추이를 살펴보고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장으로 전공의 수련과 관련해 다각도로 활동 중인 박중신 이사장은 전공의 지원율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인 문제부터 접근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중신 이사장은 “복지부는 산부인과만을 위한 개선 논의는 없지만, 육성지원과목에 대해 도와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쉬운 문제가 아니라 아직 뚜렷한 방안은 없는 상황이다”
 
그는 “사실 전공의 지원율 양극화 문제는 근복적인 의료시스템과 맞물려있다”며 “필수과 사정이 어려워지니까 전공의 지원이 줄어드는 것이다. 올해 9월 전공의 모집 충원율 역시 소위 인기과는 경쟁률이 높지만 필수의료과는 다 바닥권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공의 기피 현상은 어떤 한가지 해결책으로 개선되기보다는 여러 가지 의료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부터 접근을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과 특성상 전공의들의 우려가 큰 의료사고에 대해서도 산부인과 의사들이 더욱 안전한 환경에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중신 이사장은 “불가항력 의료사고와 관련된 법이 있는데 의료진과 환자 모두 만족하지 않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산부인과 의사들이 부감담 없이 더욱 안전하게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임기 내에 반드시 미비점 개선을 이루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백신 같은 경우는 국가가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부작용을 불가항력으로 판단하고 관련된 보상 체계가 마련돼 있다”며 “저출산국가에서 분만도 국가적 문제이기 때문에 안전한 분만 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좀 더 전향적으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공의 오려면 개원가 살려야…“수가 현실화‧의료사고 특례법 제정‧분만교육 강화”
 
개원가에서도 산부인과 위기론에 대해 여러 의견을 쏟아냈다. 전공의들의 발길을 위해 선결돼야 할 문제는 산부인과 개원의가 안정적으로 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2020년 지원 폭락 사태를 겪은 소아청소년과가 내년부터 3년제를 시행하기로 결정하면서 내외산소중 4년제를 운영하는 곳은 산부인과만 남게 됐다"며 "올해 2022년 산부인과 전공의  모집 결과가 중요하다고 보는데, 만일 지원자가 폭락한다면 3년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산부인과의 인기가 덜어진 이유가 단지 수련기간이 길어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김재연 회장은 "산부인과 의사의 미래가 불확실하고 전망까지 그리 희망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라 생각한다"며 "산부인과는 저출산의 직접 영향권에 놓였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점이 주요 원인"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선은 분만병원을 살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출산 신생아수 감소와 연동해 분만수가를 인상하는 분만수가 연동제를 실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난임 사업에서 정부지원의 나이별 제한과 경제적 기준을 삭제해 임신을 원하는 모든 여성이 횟수 제한 없이 무상으로 난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연 회장은 "산부인과는 2021년 전공의 모집에서 144명 정원에 110명이 지원하며 미달 사태를 면치 못했다. 경쟁률은 0.76대 1이었다"며 "수련제도를 결정하는 학회가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텐데, 적절한 결정을 내려 주실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학회 조사에 따르면 전공의들이 산부인과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의료사고에 대한 공포”라며 “특히 분만사고의 경우 불가피한 사고 위험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은 의사들의 책임을 과하게 묻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가항력적 분만 사고에 대한 배상액을 다시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의사가 부담하는 비율 30%를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 김 회장의 이야기다.
 
이와 함께 의료사고 특례법 제정도 촉구했다. 김동석 회장은 “일명 ‘안동 산모 사산 의사구속 사건’은 의료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고의적 과실이 없음에도 의사를 구속한 사건은 이후에도 계속됐다”며 “오랫동안 의료계에서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산부인과 개원가를 위해 필요한 경제적 지원정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동석 회장은 “앞서 일본에서도 분만병원이 급속도로 줄어든 적이 있었는데, 당시 일본 정부의 해법은 별도의 분만수가를 책정해 지급하는 것이었다”며 “일시적으로 환자가 없어도 병의원을 운영할 수 있는 수가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동석 회장은 분만연동제 도입을 언급했다. 신생아 출산이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지더라도 일정 수준의 수가가 보장해 병의원 운영에 걱정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석 회장은 이러한 문제들이 먼저 해결된 뒤 수련과정에 대해 살피는 것이 맞는 순서라 말했다. 다만 산부인과 3년제 전환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동석 회장은 “산부인과 의사들은 두 생명을 책임지는데, 4년이란 수련시간은 결코 길지 않다”라며 “유능한 전문의를 길러내기 위해선 3년은 충분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데일리메디는 이번 2022년도 전공의 전형 역시 각 수련기관별 원서접수 현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한다.

박정연·임수민 기자 (mut@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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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턴3년차 ㅋ 11.30 10:14
    앞으로 분과전임의 안하면 취직도 안되겠네요.
  • 쯧쯔 11.29 20:19
    조삼모사 대책이라 본다. 결국 전임의 과정2년 강제로 안하먼, 전혀 상품가치없는 무늬만 전문의가 아니고 무엇이겠나? 말이 쉬워 3년이지 결국 5년 하란 말이다. 그리고 과도기에 펠노예들만 죽어나것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