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정책↔의료현장 엇박자···커지는 의료진 한숨
우려감 무시한 위드 코로나 강행에 병상 확보 행정명령·파견비 폐지 등 공분
2022.01.05 19:15 댓글쓰기
사진출처=연합뉴스

[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전례 없는 신종 감염병 상황에서 보건의료계가 2년째 행정과의 엇박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정부정책 및 행정명령 등이 시시각각 변경되고 있다. 하지만 의료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탓에 ‘탁상행정’이란 비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4차 대유행이 이어지던 지난해 11월 의료계의 우려 속에 시행된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체제로 확진자와 위중증환자가 쏟아졌다. 이에 정부는 병상 확보를 위해 공공의료기관과 국립대병원 등을 중심으로 전담병상을 늘리는 데 집중했지만 정작 의료인력 부족으로 치료현장은 아수라장이 돼 버렸다. 최근에는 감염일이 일정기간 경과한 코로나19 환자를 전원토록 하고, 전담병원 파견인력 출장비를 폐지키로 결정하면서 보건의료계 각 직역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데일리메디가 논란의 타임라인을 정리해봤다. [편집자주]

 
병상·전문인력 준비 안됐는데 위드 코로나 시행 '삐걱' 
 
지난해 11월 1일 위드코로나가 시행됐다. 앞서 위드코로나 논의가 나올 때부터 의료계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졌지만 병상과 인력이 준비되지 않은 채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같은 달 5일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회 염호기 위원장과 서지영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 홍석경 서울아산병원 중환자 외상외과 교수 등과 진행한 논의 내용을 발표했다. 
 
당시 의협은 “중환자 병상·시설·인력 등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드코로나를 진행했다”며 “백신 부스터샷을 통해 신규 확진자 발생 추이를 지켜보며 천천히 위드코로나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건강이 취약한 환자들이 모인 의료기관은 방역에 구멍이 생기면 걷잡을 수 없이 감염이 확산한다”며 ”정부는 의료기관에 코로나19 중환자에 대한 의무만을 전가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국립대학교병원 지부를 중심으로 이뤄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본부장 이향춘)도 우려를 표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위드코로나 시행 직전 “단계적 일상회복의 핵심은 백신 효과를 바탕으로 하는데, 방역 완화 시 중증환자에 대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준비 없이 방역을 완화하면 병원환경에만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라 의료체계 혼란이 야기된다고 누누이 말했다”며 정부가 민간사립대병원 병상 추가동원 계획 및 인력배치 기준에도 집중하기를 촉구했다.  
 
이러한 우려들은 현실이 됐다. 위드코로나 시행 후 약 한 달 이상 경과한 12월 중순 4일 연속 7000명대의 신규확진자가 발생하고 위중증환자·사망자 수가 치솟았다. 
 
전담병상 확대로 병원 등 진료현장 아우성…"병상만 있고 의료진 없어"
 
방역당국은 치솟는 확진자와 중증병상 가동률에 대처하기 위해 코로나19 전담 병상 및 인력 충원에 나섰다. 병상 확보 행정명령을 내리고 감염병전담병원 지정을 늘리는 방식이었다. 
 
실제 지난해 12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립대병원을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집중토록 하고 수도권 공공병원들을 가능하면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전환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공공부문 의료인력을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최대한 투입하고 군의관과 공중보건의를 중증환자 진료 병원에 배치하라”고 덧붙였다. 
 
현장의 문제는 병상 수와 비례하지 않는 인력이었다. 공보의·임시직 의사 및 휴무간호사 등을 받은 전담병원 현장에서는 “턱없이 일손이 부족하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국립대병원 노조 공동투쟁 연대체는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상·인력 대책 없이 시작된 단계적 일상회복 체제로 인해 의료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부분의 전담병원이 일반병동 간호사들을 코로나19 병동으로 파견한다”며 “중환자실에 입원해야할 환자가 일반병동에서 치료받거나 간호사 1명이 중환자 4명까지 맡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고 증언했다. 
 
같은달 22일 의료연대본부도 성명을 내고 “2주마다 교체되는 공보의에게 간호사가 전산시스템을 알려주며 처방을 받고, 60세 이상 고령 의사는 전산업무를 전혀 하지 못해 처방을 못하기도 한다”고 실상을 전했다.

인력배치 기준에 대한 행정명령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나순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병상만 늘리다보니 병원들은 인력을 갈아 넣어 버틴다”며 “정부는 병상 확보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인력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출처=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당국, ‘병상 동원’ 이어 ‘병상 소개’ 명령 
 
중증병상 확보 속도보다 환자 증가 속도가 빨라 이들이 입원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방역당국은 지난해 12월 17일부터 증상 발현 20일이 경과한 코로나19 환자를 격리해제 시킨다는 방침을 내놨다.
 
21일이 경과하면 감염 전파력이 없다는 의학적 판단에 기초하고, 격리치료가 필요하면 본인부담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었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컸다.  
 
의협은 “다인실 위주인 국내 병상체계상 의료기관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일반 중환자실 병상은 코로나19 중환자로 채워져 일반 중환자들의 치료제한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집단감염 위험뿐 아니라 환자를 내보내는 것 자체도 문제다.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중환자 중 고령층은 대부분 타 질환도 앓고 있어 타 병원으로 가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PCR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아도 이미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있고, 잘 걷지 못하는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이 적다는 증언도 나오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국 의료진이 직접 환자를 설득해 내보내게 됐다.

지난해 12월 20일 실제 210명의 환자가 전원·전실 명령을 받았다. 일부 환자는 계속 치료를 받고, 일부 환자는 전실·전원했지만 명령 대상자 중 사망자 또한 22명으로 집계되며 여론이 악화됐다.  
 
잡음이 계속 일자 정부는 “전원명령이 치료중단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중증병상 부족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감염전파력이 거의 없어졌지만 일반병상으로 전원하지 않아 위중한 환자가 전담병상에 입원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원명령은 치료를 중단하는 게 결코 아니다”며 “1차적으로 수도권에 전원명령을 했고 향후 21일 이상 격리병상에 재원 중인 대상자를 모니터링해 추가 이행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견인력 느는데 출장비 폐지···“기존 인력 관리부터” 
 
전담병원 지정과 함께 파견인력이 늘면서 경력을 고려하지 않은 병동 배정, 본원 인력과 파견인력 간 수당 차별 문제 등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말 “형평성을 위해 파견간호사의 출장비를 폐지하겠다”는 당국 결정이 나오며 당사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파견간호사 A씨는 “정부가 지급하는 감염관리수당을 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보지 않는 타 부서와 나누기 때문에 수당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 것인데 파견인력 출장비를 없애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파견지 숙소를 직접 구하는데, 병원 주변 모텔 등 숙소들이 담합해 월세를 올리는 것을 정부는 알고는 있는지 모르겠다”며 “포상도 부족한 판에 제대로된 보상도 없으면 누가 코로나19 병동에 들어가려 하겠냐"고 비판했다.
 
다른 파견간호사 B씨는 “아침·점심은 부실한 도시락을 먹고 야간근무시 먹을 것도 없는데 병동을 이탈하지 말라는 공지로 편의점도 갈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에게 제대로 된 식사가 제공되는지 휴식시간이 보장되는지 확인하면서 기존 인력부터 관리하라”며 “출장비가 없으면 의료취약지 전담병원 인력난은 지금보다 더 심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