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대선후보와 스타트업계 간 간담회에서 ‘원격의료’ 추진 목소리가 나오면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앞서 정기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에 원격모니터링법안이 상정되지 않으면서 대선 이후에나 논의가 가능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으나, 야권 대선후보 발언으로 또 다시 점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협은 지난 6일 성명서를 통해 “국가적 재난상황을 틈타 의료분야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편하다는 이유로 산업적인 측면을 부각시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당위성과 필요성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에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석열 후보가 이달 초 스타트업 창업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원격 비대면 진료를 더 이상 피할 수 없다”고 밝힌 데 따른 입장이다.

 

윤 후보는 스타트업 정책 토크에서 “앞으로 비대면 진료 시술이 의료 전반적인 분야에서 행해질 것이고, 우리는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기술적 진보를 충분히 이뤄냈다”며 “차기 정부를 맡게 되면 기존 의료계와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는 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상충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원격의료 관련 논의는 지난 2002년부터 매 정부 때마다 꾸준히 있어 왔으나, 의료계 반대에 부딪혀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 이후 전화상담 및 처방(비대면 진료)이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관련 논의에 불을 붙이고 있는 형국이다.

 

의료계에서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를 비롯해 서울시의사회, 대한내과의사회 등이 회원들을 대상으로 원격의료 설문조사를 시행하는 등 원격의료 대응을 위한 내부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의협은 “원격의료가 대면진료를 어느 정도 보조할 수 있는지 과학적 분석 자료와 정확한 통계자료가 아직까지 도출된 바 없는 상태”라고 했고, 안전성·효과성 등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증이 되지 않았고 전문가 의견수렴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격의료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려 든다면, 산업적 측면에서 수익성과 효율성을 우선시 하는 것으로 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아울러 원격의료 관련 법적·제도적 문제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나타냈다. 특히 의료사고에 따른 책임 소재는 의료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 중 하나다.

 

의협은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 원격이라는 특성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화자 개인정보의 유출 등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제도 도입 전에 선행돼야 한다”며 “협회는 법적·제도적 보완 뿐만 아니라 기술적 인프라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원격의료는 시기상조임을 밝힌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