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숭고한 희생 의사들···사회 경종 울린 가족들
故人 동생·부인·누나 '불합리한 의료환경 개선돼 비극적 사태 재발 안되길' 절규
2019.02.16 06:1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최근 잇따라 발생한 의사들의 안타까운 희생과 관련해 유가족들이 고인을 대신해 불합리한 의료제도를 지적하고 나서 관심을 모은다.
 
가족을 잃은 슬픔에도 불구하고 비극적 상황이 도출될 수 밖에 없었던 불안한 진료환경과 열악한 근무환경 등을 여과없이 전달함으로써 더 큰 울림을 주고 있는 모습이다.
 
진료 도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유명을 달리한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의 유가족은 의료진 안전을 보장하고 정신질환자가 편히 치료받는 환경 조성을 동시에 당부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임세원 교수의 여동생 임세희씨는 빈소가 마련된 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족의 자랑이었던 오빠 임세원 의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검은 상복을 입은 임씨는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차분한 목소리로 고인과 유족의 뜻을 전했다.
 
그는 의료진 안전과 모든 사람이 정신적 고통을 겪을 때 사회적 낙인 없이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오빠와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은 진료권 보장을 걱정하지만 환자들은 인격적으로 대우받기를 동시에 원한다그분들이 현명한 해법을 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의사들의 안전한 진료환경과 함께 자칫 이번 사건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세간의 편견이나 차별적 시선, 의료계의 무조건적인 경계 심리 등이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임세원 교수 유가족은 조문객들이 낸 조의금 절반은 강북삼성병원에, 절반은 고인이 못다 한 일을 하기 위해 동료들에게 기부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지난 설 연휴 근무 중 숨진 국립중앙의료원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부인은 평소 곁에서 지켜본 남편의 고단한 삶을 전했다.
 
그는 기자회견이나 입장문 발표 등 적극적인 행보로 고인의 유지를 전하지는 않았지만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비통한 심정을 털어놨다.
 
부인이 전한 평소 윤한덕 센터장의 생활에서는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집에 들어와 15분간 얼굴을 보여준 남편이었다.
 
그는 일주일에 15분 정도 남편을 봤다. 집에 안 올 때는 옷을 싸서 병원으로 갔지만 바쁜 남편은 속옷 받으러 나올 시간도 없어 그냥 차 안에 넣어 두고 오곤 했다고 술회했다.
 
이어 남편은 너무 힘들게 일했다. 스트레스는 많고 잠은 늘 부족했다숨진 남편을 처음 봤을 때 결국 과로해서 이렇게 됐구나 싶어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윤 센터장을 잃은 심경을 털어놨다
 
윤 센터장의 부인은 남편이 몸 담았던 응급의료 분야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서도 전했다.
 
그는 남편이 힘들어 한지는 한참 전부터였다. 사직서도 몇 번 썼지만 본인이 그만두면 이 일 자체가 무너진다고 여겨 매번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의료 분야는 일이 많고 힘들어 의사들이 기피한다고 들었다. 짐을 나눌 사람이 있었으면 좀 수월했을텐데 그 부분이 많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당직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2년차 레지던트의 누나 신은섭 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지적했다.
 
누나 신 씨는 지난 14일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준비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동생이 살인적인 노동환경에서도 환자와 자신의 꿈을 위해 희생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생 죽음은 병원의 주장대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그러나 병원은 수련환경이 아닌 동생의 근무태도 등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답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시는 이런 슬픔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전공의 처우가 개선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다시는 전공의들에게 아픔과 슬픔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가족의 이 같은 적극적인 행보는 고인의 숭고한 희생을 조명함과 동시에 그동안 간과돼 왔던 의사들의 고충을 인식시키는 울림이라는 평가다.
 
한 의료계 인사는 가족을 잃은 비통함 속에서도 잘못된 의료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유족의 일침은 더 간절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족 바람대로 고인들의 희생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동료사회인 의료계는 물론 전사회가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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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인 02.19 10:30
    대한민국의 평균기대수명이 20여년 늘어난 것은 의료인의 인술과 노고에 힘입은 바 큽니다.

    그러나 정작 의료인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과로(심지어 과로사)와 격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의료수가를 현실화하는 것입니다. 의료수가를 현실화하여 병원들이 의료인력(교수, 임상교수, 임상강사, 전공의, 간호사 등)을 적정하게 뽑아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당직을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전공의들에게만 부과할 것이아니라 교수, 임상교수, 임상강사 등에게도 당직의 책임을 나누어 부과해야 합니다. 결론은 현재의 의료인의 과로사가 사회적 타살이 되지 않도록 쓸데없는 탁상공론은 집어치우고 의료수가의 현실화가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 동료의 02.17 18:07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가족들이 크나 큰 아픔을 잘 극복하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이 분들의 유지가 앞으로 대한민국 올바른 의료체계 구축에 조그마한 밀알이 되기를 희망하면서 다시한번 고인들에게 깊은 존경과 함께 애도를 표합니다. 
  • 지나가다 02.16 17:13
    삼성병원, 국립의료원, 길병원 등 병원에서 환자를 위해 몸바치신 의료인들의 명복을 빕니다.다. 이 의인들의 죽음은 바로 사회적 타살이었다는 기사에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습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3만불 소득수준의 국가에서 발생해서는 안될것입니다. 이 의인들의 죽음을 계기로 정부와 의료계는 의료환경 개선 등의 고질적 병패를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 의료수가 02.16 16:51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우리나라 의료계의 의료인들에 대한 노동착취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획기적인 법적,제도적 개선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의료인들이 과로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10분의 1밖에 안되는 값싼의료수가 때문입니다. 병원경영하는 입장에서 의료수가가 낮으니 결국 의사, 전공의, 간호사들의 노동을 값싸게 착취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지요. 정부와 의료계는 탁상공론만 하지마시고 이번에 제발 의료수가를 대폭 올리는 계기를 마련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