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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현실은 드라마 아니다' 의학적 판단 외면 강한 유감
의협 이어 외과·정형외과의사회도 입장문 발표, '방어진료 초래'
[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최근 의학적 판단에 따라 소장 폐색환자 수술을 지연한 외과 의사에게 금고 6월,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한 법원 판결에 의료계 공분이 거세지고 있다.
어제 대한의사협회에 이어 오늘(24일) 대한의과의사회와 대한정형외과의사회도 입장문을 내고 “의료과실 문제를 일반 범죄행위와 동일한 선상에서 보는 판단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강하게 규탄했다.
의료계는 이번 판결로 방어진료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가뜩이나 어려운 외과계가 더욱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외과의사회는 의료행위 중에는 상해와 유사한 인체 침습행위가 생길 수 있기에 다양한 상황을 고려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특히 “의료는 모든 경우를 예측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며 “이번 판결은 판결이 잘못돼 판사를 형사입건하고 처벌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도높게 지적했다.
외과의사회는 또 “수술을 지연했다는 이유로 형사상 주의위반에 해당하는 의료 과오로 판단한 것은 의료시스템에 또 다른 중대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며 "의학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이를 빠르게 해결하지만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라고 목소리 높였다.
외과의사회는 “생명의 촌각을 다투는 의료 최전선에서 최선을 다해 의료를 시행해야 하는 의사들이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방어적인 방법에만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최후 수단인 개복수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일률적으로 의료인 과실 유무를 따져 형사처벌하는 문화와 검찰·경찰 강압수사는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과의사회는 “지속적인 교육, 동료 평가로 의료사고를 예방하고 재발방지 방안 마련 등에 집중하는 것이 국민 건강을 두텁게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제언하면서 “이는 해외 다수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방법으로 실제 의료인 형사처벌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상적인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악의적인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 형법상 과실치사상죄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의사회는 “사법부가 의료행위에 형사적 제재가 필요한 의료과실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신중하고 명백한 증거에 기반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수술실, 응급실, 중환자실에서 위태로운 국민 생명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의사는 잠재적 범죄자?...외과계 위축 우려
같은 날 대한정형외과의사회도 성명서를 내고 "모든 치료 원칙은 보존적 치료를 하고 그럼에도 증상호전이 없을 경우 수술적 치료로 전환하는 것"이라면서 법원 판결을 규탄했다.
의사회는 "치료방법과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의사 고유 권한이고 이는 모든 전문직 직종 권한"이라며 "학교 선생님 교육 방법이 다양한데 시험성적이 안 좋다고 교육방법을 문제 삼으면 선생님을 그만두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죄수가 재범하면 판·검사 교도관에게 책임을 묻는 것과 이번 재판 다른 점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의사회는 "의료 결과는 예상할 수 없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데 이번 판결로 가뜩이나 어려운 외과계는 더욱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감을 표했다.
이어 "적절한 의료행위를 선택하거나 시행하는 의사 결정하는 과정이 신중해야 하고, 그런 과정에서 개복수술 같은 최후의 방법을 선택할 때 시간적 지연이 발생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의사회는 또 "치료 과정에서 결과가 나쁘다고 의사를 처벌하는 것이 관례가 돼가고 있다"며 "대한민국 의사는 잠재적 범죄자와 다름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의사회는 "의학적 판단도 결과가 나쁠 경우 과실 치사상죄가 적용된다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유사 판결이 반복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필수의료뿐만 아니라 의료체계가 붕괴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