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병·의원 비상발전기 무용지물?···태반 '용량 부족'
수술실·입원실 미연결 사례도 적발, 감사원 '전수조사·개선책 마련'
2021.12.13 05:0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의료기관 자가발전시설 설치가 의무화 됐지만 전국 의료시설 비상발전기 중 많게는 약 75%가 용량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정전·화재 등 비상시 정상 가동되지 않을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비상 전기가 반드시 필요한 수술실, 입원실 등과 충분히 연결되지 않은 곳도 있었다.


감사원은 지난 6월28일부터 8월31일까지 의료시설 등 비상발전기 적정설치 여부 등을 점검하고 ‘비상발전설비 안전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감사에서 통계적 추정 결과 전국 의료시설에 설치된 비상발전기 6430개 중 용량이 부족한 비상발전기가 적게는 2893대(약 45%), 많게는 4822대(약 75%)에 달했다.(신뢰수준 95%)


감사원은 추정을 위해 통계학과 교수 등 전문가를 통해 대표성이 있는 40개 의료시설을 표본으로 추출했다. 이들의 용량 적정성을 점검한 결과 60%에 달하는 24개 의료시설 비상발전기 용량이 부족했다.


비상발전기가 정전이나 화재시 정상 가동되기 위해서는 스프링클러, 비상용 승강기 등 필요 전력량보다 용량이 커야 한다.


비상발전기가 용량이 부족해 미가동될 경우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처럼 환자 등이 승강기에 갇히거나 의료기기 미작동으로 사망자가 증가할 수 있다.


당시 밀양 세종병원 화재에서는 39명이 사망하는 등 총 190명이 사상을 입었는데 비상발전기 미가동으로 인해 추가 사망자 8명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안전관리법’ 등에 따라 비상발전기 정기검사 및 수리·개조 등 명령하는 등 안전관리를 총괄하지만 비상발전기 정기 검사시 용량 적정성을 계산·검토하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다.


특히 이번 감사에서 4개 병원을 임의로 선정해 비상발전기의 전기공급 실태를 조사한 결과 발전기를 옥상에 설치만 했을 뿐 비상시 전기가 필요한 수술실이나 입원실과 충분히 연결하지 않는 등 운영이 미흡한 병원이 3곳이었다.


감사원은 산업부 장관에게 비상발전기 용량을 적합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정기검사시 절차를 검토하고 ‘전기 설비 검사 및 점검의 방법·절차 등에 관한 고시’ 등을 합리적으로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또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는 산업부 장관과 협의해 전국 의료시설에 설치된 비상발전기 용량 부족 여부를 전수조사하고 개선대책을 마련하고 비상발전기에서 의료기관 내 전기를 공급하는 곳을 지정하도록 했다.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는 올해 6월 △비상전원설비 종류 △설치 △유지관리 △비상전원 공급 등을 담은 ‘의료기관 자가발전시설 설치‧운영 세부기준’을 마련, 각 기관에 통보했다.


처음으로 마련된 운영기준에는 공공전기시설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해당 의료기관 필요한 곳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자가발전시설을 마련하도록 규정됐다.


뿐만 아니라 수술실에는 상용전원이 정전된 경우 각종 수술장치를 작동할 수 있는 축전지 또는 발전기 등의 예비전원설비를 구축해야 한다.

비상전원 설비는 ‘KS C IEC 60364-7-710’ 기준과 소방법령, 건축법령에 따라 설치돼야 한다. 전체 용량은 비상전원을 필요로 하는 설비 및 의료장비 용량을 합산한 후 안전율을 적용해 산정토록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진 의료활동과 환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에선 각종 설비 및 의료장비 등에 충분한 전력이 공급될 수 있는 전기시설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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