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우리나라 백혈병 발생 건수는 3494건으로 전체 암 발생의 1.4%를 차지했다. 백혈병 중 급성골수성백혈병(AML)은 성인 급성백혈병 중 약 65%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며, 급성백혈병은 나이가 들수록 발병이 높아진다. 이는 치명적이지만 적합한 치료를 받으면 수명연장 뿐 아니라 완치도 가능하다. AML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적극적 치료법으로 조혈모세포이식이 있다. 골수와 백혈병 세포를 제거하고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혈액 기능을 회복시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데일리메디가 AML, 조혈모세포 이식 진료 등을 담당하고 있는 조병식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를 만나 AML 치료 어려움 및 관련 연구 의미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Q. 노인 AML 치료를 담당하고 있다. 젊은 환자에 비해 어려운 점은
A. 나이가 60세 이상인 경우 간, 콩팥 등의 기능과 신체적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항암 치료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 발생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고 회복 능력도 떨어진다. 표적 항암 치료 시 사망 가능성도 두 배 높다. 백혈병 세포가 갖고 있는 유전적 특징이 좋지 않아 동일한 강도의 치료를 행했을 때, 반응도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합병증 위험이 높아 치료성적이 나쁘기도 하다. 때문에 고령 환자들은 젊은 사람들이 받는 표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태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은 새로운 표적 치료제 등의 첫 적용 대상자가 된다.
Q. 표적치료제 개발이 진전됐다고 보는지
A. 최근 다양한 표적항암제가 급속도로 개발되고 있다. 고형암, 림프종 등 타 암 치료에는 표적항암제가 꽤 오래 전부터 사용되고 있었는데 AML은 비교적 최근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2017년 이후 새로운 약제들 효능이 입증돼 젊은 환자들도 항암제를 결합해 쓰는 등 치료 옵션들이 다양해졌다. AML 치료의 ‘르네상스 시대’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Q. 최근 AML ‘혈연 사이 절반일치 조혈모세포 이식’ 치료효과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어떤 연구였나
A. 70% 이상의 AML 환자들은 항암치료 후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치료가 필요하다. 이식을 하려면 공여자가 필요하고 인체조직적합항원이 일치하는 공여자를 찾아야 한다. 공여자는 형제, 타인, 가족 순위로 찾게 된다. 연구에서는 형제 간 공여자가 없는 AML 환자들 중 타인 간 일치 공여자와 가족 간 일치 공여자 등 두 군의 이식 성적을 비교했다. 그 결과, 두 종류 이식에서 거의 차이가 없이 동일한 이식 성적을 보였다.
Q. 차이가 없었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A. 형제 간 공여자가 없으면 타인 간 공여자를 찾고, 이중에 없으면 가족 간 공여자를 순서대로 찾는다. 이러한 기존 과정이 시간을 낭비하는 비합리적인 일임을 보여줬다. 즉, 형제 간 공여자가 없을 경우 바로 절반일치 이식을 진행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Q. 서울성모병원의 독자적인 ‘저강도 전처치 요법’ 소개 부탁
A. 미국, 유럽, 중국 등의 경우 이식 전 처치를 고강도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처치 강도를 낮춰서 진행했는데, 형제 간 또는 타인 간 유전자 일치 이식 등과 비교해 이식편대숙주병 등의 합병증 발생이 더 높지는 않았다. 관련 여러 예방치료를 통해 유전자 일치 조혈모세포 이식과 유사하게 컨트롤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특정 질환 특화 진료 등 집중연구 가능"
"새로운 치료제 나와도 보험 승인 후 적용 등 약가 문제 시급히 해결됐으면 좋겠다"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백혈병 발병 연관설, 공교롭게 시기 일치했을 뿐 사실과 다르다"
Q.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시스템 장점은
A. 다른 기관에서는 의료진이 다양한 질환들을 한 번에 보는데 이곳에서는 각자 한 질환만 특화해 진료하고 있다. 때문에 관련 연구에 집중할 수 있고 새로 개발된 치료 등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도 많다. 백혈병은 치료과정 중 감염합병증이 발생하기 쉬우며 이는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이기도 하다. 혈액병원에서는 면역 저하 환자만 전문으로 보는 감염 전문 의료진들이 환자 치료 단계 전 과정에서 협진한다. 이러한 협진 시스템이 기관의 혈액암 치료 성적 등을 향상시키고 있다. 또 환자 치료에 투입되는 병동 간호사, 진단, 재활치료 등 담당 의료진 간 협력 시스템이 체계적이다.
Q. 조혈모세포 이식이 어려운 환자는 어떤 경우인가
A. 재발 위험성이 높은 환자와 고령 환자들이다. 실제로 옛날에는 고령환자들이 아예 동종이식 치료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양한 이식 기법이 발전되면서 가능 연령이 점점 높아졌다. 최근에는 만 69세까지 이식 관련 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Q. 그렇다면 70대부터는 조혈모세포 이식이 어려운건지
A. 그렇지 않다. 이식 가능 여부를 나이로 제한하는 것은 구시대적이다. 보험 급여 등으로 인해 치료가 어려워지면 치료 기회를 뺏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식 전문가들의 신체적 기능, 수행능력 등의 평가를 통해 환자들을 선별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75세까지는 이식 가능한 나이로 보고 있다. 75세 이상 환자에 이식한 경험은 없없지만 현재 평가 중인 76세 환자는 있다.
Q. 이식 보험 적용 범위 외 개선돼야 할 백혈병 치료환경은
A.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약가다. 새로 개발된 표적치료제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승인 후 보험 적용까지 절차가 오래 걸려 그 사이 환자들이 본인 부담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만성림프구성백혈병(CLL) 등의 1차 치료제로 쓰이는 ‘베네토클락스’ 경우 월 치료비용이 약 700만원이다. 이식 치료가 어려운 환자의 경우 이러한 약물로 치료해야 하는데 연간 치료비용이 1억원에 달한다.
Q.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백혈병 판정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연관이 있다고 보나
A.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환자들도 많이 질문하시고 최근 백혈병을 진단 받으신 분들도 앞서 백신 접종을 하신 분들도 있다. 그러나 급성백혈병은 단기간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관련 연구는 아직 없지만 오히려 설득력 있는 상황은 백신 접종 시기 즈음 백혈병이 조금씩 몸 안에 자라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 증상이 없다가 혈액 검사를 했더니 백혈병이었던 경우도 있다. 백신 접종으로 면역반응이 일어나 백혈병 증상 발현이 빨라진다는 데이터는 아직까지 없다. 공교롭게 시기가 일치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
Q. 중증질환자를 만나는 만큼 환자 및 보호자와의 소통에 대해 고민이 많을 텐데. 어떻게 소통하나
A. 진단 받고 온 환자에게 “이 병은 나을 수 있는 병”이라고 치료 목표를 명확히 알려드리려 한다. 실제 백혈병은 항암이 잘 듣고 완치도 가능하다. 다만 고령환자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병 완치보다 생명 연장 또는 삶의 질 등에 초점을 맞추는 환자들이 많아 치료 과정을 이에 맞춘다. 완치에 도전하겠다고 하면 맞춰 설명한다. 치료 목표가 불명확하면 백혈병이라는 암에 걸린 심리적 상황 등 때문에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