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인제대 이어 분당서울대병원도 '교수 노조'
진료 등 '계약직 임상교수' 참여 설립, '임용 위한 과장 추천서 폐지' 요구
2021.12.02 05:2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분당서울대병원에 근무하는 임상교수들이 노조를 설립했다. 국립대병원에서 비정규직 교수들을 중심으로 노조가 조직된 첫 사례다.

아주대와 인제대는 정규직 교수들이 노조를 설립,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는데 이어 국립대인 분당서울대병원이 임상교수들이 노조를 결성, 앞으로 병원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일 병원계에 따르면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요원 노동조합(이하 노조)’은 지난 10월 성남시청에 노동조합 설립 신고를 마쳤다.
 
이어 전날(30일) 임상교수요원(기금교수, 비기금교수), 진료교수요원, 임상강사를 대상으로 노조 가입 안내 이메일을 송부했다 노조 임시대표 A씨에 따르면 하루 만에 14명이 가입신청서를 제출했다. 
 
익명을 요청한 A 임시대표는 데일리메디와의 통화에서 “현재 분당서울대병원에는 진료교수요원 98명 등 계약직 교수 321명이 근무하고 있다”며 “이들 중 일부는 일정 기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되는 직급인데,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안정적인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노조 설립 계기를 밝혔다.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직책은 이렇게 나뉜다. 먼저 서울대총장이 임명하는 겸직교원이 있다. 이른바 '학교 발령 교수'다. 
 
그리고 서울대병원장이 임용하는 임상교수요원과 진료교수요원이 있다. 임상교수요원은 기금교수와 비기금교수로 다시 나뉜다. 보통 비기금 교수는 5년, 진료교수와 임상강사는 1년 마다 계약을 갱신하게 된다. 신분안정화 제도 도입 후 일부 임상교수는 10년 단위로 계약을 하기도 한다. 일명 ‘병원 발령 교수’다.
 
이들의 주된 업무는 환자 진료다. 정규직 교수들과 마찬가지로 연구 활동도 한다. 하는 일은 같지만 재계약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있는 게 차이점이다. 때문에 본업인 진료와 연구에 충실하기 어려운 실정이란 것이 노조의 이야기다.
 
노조는 “특히 실적에 대한 부담감은 적정한 진료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료에 전념하고 싶은 의사들이 그러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노조 설립은 환자들에게 더욱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병원의 정책기획 사안 참여 기회 확대 등 처우 개선" 요구 
 
그러면서 임상교수들의 현실적인 처우 개선을 위한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먼저 병원 정책기획에서의 참여다. 같은 의사 구성원이지만 원내 제도를 구성하는데 있어 발언권이 크지 않아 더욱 권리가 보장되지 못하고 있단 주장이다.
 
이어 임상교수들의 연속적인 임용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장기간 근무하며 실력과 경력을 쌓아온 임상교수들의 인력 유출을 위해서라도 고용안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인사제도와 관련, 재계약 및 정교수 임용을 위해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과장 추천서’의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추천서를 받아야 하는 재임용‧승진임용 관행은 공정성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으며, 혹시나 재임용에 탈락할까봐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조성돼 바람직한 진료환경을 저해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가입신청서를 살펴보니 평소 진료를 잘 하기로 소문난 선생님들이 많이 계셨다. 정규직·비정규직 '편가르기'의 차원이 아닌, 실력 있는 의사가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합리적인 조직문화가 정착되길 바라는 마음에 함께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서 언급한 요구사항 외에 연가보상비 지급 등 합리적이지 못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노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찾아나가겠다”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요원 노동조합이 병원 구성원들에게 송부한 가입 안내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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