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울한 내외산소…"필수의료 관심과 전공의 별개"
젊은의사 기피현상 재현 우려감 팽배…"적정수가 확립 등 특단 조치 절실"
2022.11.25 12:2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임수민·구교윤 기자/기획 4전국 수련병원들 최대 관심사인 전공의 모집 시즌이 도래했다. 전공의 모집 결과는 한해 인력농사의 흥망을 좌지우지할 뿐 아니라 병원 자존심이 걸린 주요 지표로 활용되기 때문에 수련병원들은 벌써부터 예비 전공의들을 향한 구애작전이 한창이다. 코로나19로 본격화된 온라인 설명회부터 별정수당, 해외연수 지원은 물론 병원계 공공연한 비밀인 '어레인지(Arrange)' 등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전공의 모시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는 대형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전례 없던 대대적인 필수의료 살리기 지원책이 예비 전공의들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을 넘어 엔데믹에 안착한 상황 속 인기과 판도 변화와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36시간 근무제’ 실현 여부 등이 의료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2023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올해 의료계를 시끄럽게 했던 이슈들이 전공의 모집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데일리메디가 6회 연속 기획으로 전한다. [편집자주]


① “한 명도 귀하다” 전공의 모집 사활 건 수련병원

② 짬짜미 전공의 채용 ‘어레인지’ 옛말…공정문화 정착

③ 전공의↔수련병원 ‘36시간 연속근무’ 시각차 확연

④ 침울한 내외산소…"필수의료 관심과 전공의 별개"

⑤ 필수의료 도화선 신경외과 '전공의 수급' 주목

⑥ 코로나19 판데믹 넘은 ‘엔데믹’…변화하는 인기과 판도


대형병원 간호사 사망으로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내년도 전공의 수급과 관련해 이로 인한 특수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대표적 필수의료 진료과목인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수장들은 내년도 전공의 충원율은 예년과 비슷하거나 악화될 것이라 예측했다. 


특히, 일부과는 지원율 향상은 커녕 최악의 결과를 예상하기도 했다.


"외과, 적정보상 없이 지원율 기대 어려워"


대한외과학회 신응진 이사장(순천향대부천병원)은 올해 외과 전공의 지원율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외과는 전체 정원이 줄어 표면적으로는 지원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10년 간 외과 전공의 지원율을 분석했을 때, 지원자는 보통 130명 전후로 적을 때는 110명, 많을 때는 140명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올해 역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응진 이사장은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높고 관련 논의도 많지만 아직 명확한 해결책으로 나온 방안이 없는 만큼 전공의 충원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생한 만큼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한 지원율 향상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그는 "필수의료 진료과목인 내·외·산·소의 경우가 고생에 비해 처우가 빈약하다"며 "젊은의사들에게 열정과 헌신만을 기대하기에는 시대가 너무 변했다"고 토로했다.


어렵사리 수련을 마치고 외과 전문의를 취득하더라도 고된 업무과 낮은 수입에 허덕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전공의 지원에 최대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신응진 이사장은 "한밤중에 교통사고 환자를 수술해서 받는 수당이 2~3만원 수준"이라며 "과거에는 사명감으로 일했지만 요즘 젊은세대들에게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 지원율 향상을 위해 입원전담전문의 등 여러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임시방편"이라며 "젊은세대가 기피하는 이유의 본질을 짚어 개선해 나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3년제 전환 내과, 충원율 선전에도 '좌불안석'


내과의 경우 올해 전공의 모집에서 선전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수련과정 3년제 전환이 자리를 잡으면서 전공의 지원률 회복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상황이 호전하는 이유는 정원을 감축한 데 따른 결과일 뿐 여전히 현실은 열악하다는 지적이다.


내과는 지난 2017년부터 수련과정을 3년제로 전환해 최근 몇 년간 전공의 충원율이 매년 100%를 웃돌고 있다. 지난해에도 정원 576명에 616명이 지원해 약 107%의 지원율을 기록했다. 


특히 빅5 병원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삼성서울병원은 22명 정원에 42명이 원서를 접수하면서 지원자 수가 모집 정원의 2배에 육박하기도 했다.


전공의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 소재 병원들도 내과의 경우 안정적으로 정원을 채웠다. 강릉아산병원(5명), 순천향대부천병원(8명), 경북대병원(13명), 경상대병원(8명) 등이 충원에 성공했다.


문제는 당장 지원율 변화에 안심하기란 어렵다는 점이다.


김대중 수련교육이사(아주대병원)는 "3년제를 통해 위기를 넘어간 측면도 있지만 사실 4개 연차가 있을 것을 3개 연차로 운영해야 하기에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인원이 25% 감소했고, 과별로 일괄 전공의 정원을 10% 감원한 영향까지 합치면 전공의가 많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특히 "병원 입장에서는 전공의 인력이 줄어들면서 공백을 고스란히 교수들이 감당하게 됐다"며 "응급실 근무나 야간 당직근무를 교수들이 서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는 지방 대학병원의 경우 훨씬 심각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이사는 "충원율을 볼 때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 수도권은 경쟁도 있고 대개 정원을 다 채우지만 지방은 대학병원조차 한 두명씩 못 채우는 경우가 있고 뽑았다 하더라도 몇 달 안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 내과는 최근 5년 간 전공의 이탈률이 10%로 높은 상황이다. 김 이사는 "정부는 내과에 603명 정원을 배정하고 있고 매년 30~50 명 규모로 정책적 정원 배정을 하고 있지만, 내과 전공의 정원이 10% 이상 증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청과, 전공의 충원율 충격적 결과 예상"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나영호 회장(경희의료원)은 "지난해 전공의 충원율은 30%를 넘지 못했는데 올해는 그보다 훨씬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충격적인 결과를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율은 코로나19 유행 이전부터 80%에서 급락하는 추세를 보이는 중이다.


현재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인력은 곧 전문의 시험을 앞둔 4년차가 170명 ▲3년차 120명 ▲2년차 70명 ▲1년차 50명뿐이다.


나영호 회장은 "2년 후부터 지원율 급감 영향을 받는 연차가 배출되는 만큼 전문의수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전공의 지원율을 높이지 못한다면 진료체계 붕괴가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급격한 전공의 지원율 하락의 주된 요인 중 하나로 '수입'을 지적했다.


그는 "소아청소년과 저수가 탓에 최대한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구조"라며 "건강보험 영역에서 여의치 않다면 특별재원이나 지자체 예산 등 가용한 모든 대책을 동원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실제 저출산 등으로 소아청소년 진료체계가 붕괴 위기를 맞았던 일본이나 프랑스 등은 소아청소년 진료에 대한 상대가치를 높이고 다양한 가산제도를 마련해 위기를 극복한 바 있다.


현재 국내 우리나라 필수의료 수가는 일본이나 프랑스의 1/3 수준이다. 


나영호 회장은 "소청과를 살리기 위해서는 적정수가 마련이 절실하다"며 "중앙정부 특별예산이나 지방정부 예산 등 다양한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라고 피력했다.


전공의들이 수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중증도에 맞는 진료전달체계 수립 필요성도 제언했다.


그는 "상급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전공의 지원률 급락으로 인해 진료인력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소아입원 중증도 가산 등을 통해 1차와 3차 의료기관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 부족으로 다수의 대학병원들이 소아응급실 진료를 포기하고 있다"며 "진료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입원전담전문의, 소아응급실 전담의 고용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영호 회장은 "소아청소년과는 인력 부족으로 진료기능이 많이 저하된 절박한 상황이지만 학회와 전문의들은 국내 인구 17%의 소아청소년 건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역시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만큼 정책적으로 효과적인 대응책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사 보호 없는 산부인과, 기피현상 지속


수 년째 미달 사태를 지속하고 있는 산부인과의 경우 올해도 기피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란 시각 지배적이다. 


산부인과는 빅5 병원도 충원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인력난이 심각하다. 지난해에도 서울대병원, 가톨릭중앙의료원, 세브란스병원 모두 ‘미달’ 사태를 마주해야 했다.


고위험 수술이 많아 업무 부담이 크고,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위험도가 높아 전공의들이 산부인과를 기피하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산부인과도 전공의 유인책으로 수련과정 3년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대표적인 게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다. 진료환경을 개선하지 않는 이상 전공의 지원율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는 분만 과정에서 생긴 뇌성마비나 산모 또는 신생아 사망에 대해 보상하는 제도다. 보상 비용은 정부가 70%, 산부인과에서 30%를 분담한다.


문제는 의사 과실이 없어도 의료기관이 보상금 30%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환자 입장에서도 보상 금액이 적다 보니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의사를 상대로 소송으로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정부도 이를 해결하고자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기관 분담금 비중을 현행 30%에서 10%로 낮추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불가항력 의료사고는 정부가 100% 부담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김재유 회장은 "의료과실이 없거나 이를 입증할 수 없는 사고인데도 보상 재원을 30% 분담하는 것은 민법상 과실 책임 원칙에 어긋나는 불합리한 제도"라고 성토했다.


그는 "산부인과는 불가항력 의료사고가 많은데 한번 터지면 소송에 시달리는 게 다반사"라며 "선량한 진료행위를 하다 처벌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도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업무상 과실로 의료사고를 일으킨 의료인 형사처벌 특례를 정해 특정 요건을 갖춘 경우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김재유 회장은 "고의과실이 아닌 경우 의사를 구속할 수 없는 법적 제도와 불가항력 분만사고에 대한 국가 책임제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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