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전공의 일괄 '사직 처리'…병원 내부 분열
빅5 등 대부분 수련병원, 17일 결원 보고…병원장 '법적 분쟁' 초래 촉각
2024.07.18 08:08 댓글쓰기

정부가 전공의 결원 보고 마감 날짜로 정한 지난 17일 일선 수련병원에서는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전공의들에 대한 일괄 사직 처리가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병원은 사직 처리를 끝내 보류하기도 했으나, 다수 병원은 정부 압박과 현행 진료 공백을 버티지 못하고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인원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병원장과 교수, 전공의뿐 아니라 교수들 간 의견이 충돌하며 운영난에 더한 내부 분열까지 드러나 대형병원들이 파국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빅5 병원, 전공의 일괄 사직 처리 진행…18일 사직 처리 규모 드러날 듯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이 전날까지 복귀 또는 사직 의사를 밝히지 않은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를 일괄적으로 진행했다.


사직서 수리 및 효력 시점에 대해서는 병원들이 함구하는 가운데, 서울대병원은 지난 16일 전공의들에게 보낸 '사직 합의서'를 통해 무응답 전공의는 7월 15일자로 사직서 수리 시점을 적용하겠다고 안내했다.


또 삼성서울병원은 인턴과 전공의 1년차에 대해서는 임용 취소, 전공의 2~4년차는 사직으로 처리하는 등 연차별로 달리 처리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사직 처리를 완료해 (보건복지부 측에) 보고했다"며 "15일까지 복귀 또는 사직 의사를 밝히 전공의는 각각 한 자릿 수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506명 중 1302명(12.4%)에 대한 사직 처리가 이뤄졌다. 하루 전인 86명(0.8%)에서 1216명이 증가한 수치다. 특히 빅5 소속 전공의 1922명 중 732명(38.1%)이 16일까지 사직 처리됐다. 


반면 16일 기준 출근한 전공의는 1047명(10.0%)로 전날 대비 1명 늘어난 것에 그쳤다.


복지부는 "서울대와 분당서울대, 보라매, 분당차병원은 무응답자 사직처리 추진 중으로 17일 제출 예정"이라고 밝혀, 이날 결원 보고 마감과 함께 사직 전공의 규모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결원 및 병원이 신청한 모집인원을 기반으로 이달 22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돌입할 예정이다.


사직 처리했지만 하반기 모집인원 두고 다시 한번 눈치게임 


다수 수련병원이 일괄 사직 처리를 진행한 반면, 사직 처리를 유보하기로 결정한 병원들도 있다.


대구지역의 영남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과 울산지역 유일 상급종합병원인 울산대병원은 무응답 전공의에 대한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충청지역 일부 병원도 사직서 수리를 잠정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전공의들이 명확히 사직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표면적 이유도 있지만, 9월 전공의 모집에서 소수 전공의만 지원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 속에 지역 병원의 경우 지원자가 없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9월 전공의 모집에도 충원이 안 될 바엔 향후 소속 전공의들의 복귀를 기대하는 편이 더 가능성 있다는 판단이다.


일괄 사직 처리를 진행한 병원들조차 하반기 전공의 모집인원 신청 규모를 두고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빅5 병원 관계자는 "사직 처리 결과는 보고했지만 하반기 모집인원은 아직 확정이 안 됐다"며 "진료과별 의견을 수렴해 경영진이 논의하고 있다. 병원과 교수들 간 의견이 달라 중간 지점을 찾는 중"이라고 전했다.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 A교수는 "진료과장이나 주임 교수들은 모집인원을 확보해서 전공의를 충원하고 싶어도 하지만, 일부 교수들은 소속 전공의들이 돌아올 자리가 없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진료과마다도 충원에 대한 생각이 다르고, 외부의 압박과 회유도 심한 상황이라 병원에서 어떻게 최종결정할지 쉽게 짐작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공의‧교수 분개…병원 구성원 갈등, 회복 가능할까


일괄 사직 처리 소식을 들은 전공의들은 다시 한번 분노하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7일 대전협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이번 조치에 유감을 표명하며 "대전협 비대위는 퇴직금 지급 지연, 타 기관 취업 방해 등 전공의들의 노동권을 침해한 병원장에 대해 형사 고발, 민사 소송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대전협 차원에서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 3월 29일 이후 3개월여만이다.


박 위원장은 "불합리한 정책과 위헌적 행정 명령에도 불구하고 거대 권력에 굴복한 병원장들에게 유감"이라며 "사직한 전공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교수들도 일괄 사직 처리 후 파장을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와 수련병원 교수 대표들은 16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이번 하반기 전공의 모집 과정 '꼼수'를 따르다가 자칫 소속 전공의들을 수련병원에서 더 멀어지게 함으로써 필수의료 몰락으로 이어지는 패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도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에게 서신을 보내 "개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일괄 사직을 강행한다면 앞으로 우리는 전공의들과의 사제관계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며 "우리가 교육자로 남을 것인지, 저임금 노동의 착취자로 기록될 것인지 결정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교수는 "이번 조치는 병원에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병원장과 교수, 전공의들이 서로서로 복잡하게 얽혀서 어쩔줄 몰라 하는 상황을 정부가 의도한 것이 아닌가 싶기까지 하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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