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삼성서울 '전문의 중심병원' 가능할까
정부 "전공의 비중 낮춰 질(質) 제고" 천명…진료현장 "이상과 현실 괴리"
2024.07.13 05:51 댓글쓰기




의과대학 증원에 따른 전공의 집단이탈 사태를 계기로 ‘전문의 중심병원’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지나치게 높은 전공의 비중을 줄이고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지향점이다. 하지만 병원들은 ‘이상과 현실 괴리’를 주장하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가야할 방향은 맞지만 당장 실현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도 그럴 게 전문의는 전공의 대비 최소 3배에서 최대 5배 이상 연봉은 물론 수급도 원활치 않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문의 중심병원’이 공회전을 거듭하면서 일각에서는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라면 가능하지 않겠냐는 기대심이 작용하는 분위기다. 두 병원이 그동안 국내 병원계에 미친 선한 영향력과 그룹 모기업 지원이 더해진다면 다시 한번 병원계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편집자주]


수려한 대한민국 의료 민낯 드러난 전공의 집단사직


전문의 중심병원이 주목받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는 전공의 집단사직이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진료현장을 떠나자 병원계는 그야말로 ‘패닉(Panic)’ 상태가 돼 버렸다.


전공의 부재가 병원 진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느정도 예상이 됐지만 운영 자체가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은 비정상적이라는 평이 주를 이뤘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빅5 대형병원의 전공의 비중은 평균 39%에 달했다.


병원별로 살펴보면 서울대병원의공의 의존도가 46.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세브란스병원 40.2%, 삼성서울병원 38.0%, 서울아산병원 34.5%, 서울성모병원 33.8% 순이었다.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이들 빅5 병원의 진료기능이 크게 위축됐다. 외래진료와 수술은 절반 가량 줄었고, 암환자의 항암치료와 각종 검사들도 기약없이 미뤄졌다.


남아 있는 펠로우와 교수들이 고육지책으로 당직 등 전공의 업무를 대신하고는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번아웃(Burnout)을 호소하고 있다.


기형적인 전공의 의존율이 수면으로 드러나면서 전문가들은 물론 이해 당사자인 교수들도 그동안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다른 나라 대비 유독 전공의 비중이 높은 한국의 상황을 지적하며 우리나라도 수련병원의 전공의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실제 의료계에 따르면 일본 도쿄의대 부속병원은 전체 의사 1774명 중 전공의가 201명으로, 10.2%이며, 미국 메이요클리닉은 레지던트 비율이 10.9%에 불과하다.


수련을 담당하는 대학병원에서 교수들 진료를 보조하면서 수련하는 전공의 부재는 일정 부분 감안해야 하지만 전체 의료진에서 40%에 육박하는 비중은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은 “국내 최고 병원들로 평가 받는 빅5 병원이 전공의 부재로 휘청대는 현실을 분명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일침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정진행 교수는 “전공의로 지탱하는 한국의료는 이전부터 위태로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대형병원은 저임금 노동력인 전공의에게 교육보다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러한 구조는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형병원 전공의 비중이 높은 것은 저렴한 인건비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전공의 월평균 임금은 397만9000원으로, 주당 평균 근무 시간(77.7시간)을 고려하면 시간당 최저임금 수준이다.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는 전문의를 고용하지 않고 값싼 인력인 전공의와 PA로 대체하고 있는 병원의 행태를 눈감아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맞지만 틀린 해답…정부↔병원 ‘동상이몽’


이러한 기형적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가 꺼내든 카드가 바로 ‘전문의 중심병원’이다.


일선 상급종합병원들의 과도한 전공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낮춰 전문의 중심의 진료시스템이 가동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전공의들은 업무 부담에서 벗어나 수련에만 전념할 수 있고, 환자들 입장에서는 보다 상질의 진료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40%에 육박하는 상급종병 전공의 비율을 절반으로 줄여 전공의 이탈만으로 병원이 휘청이는 비정상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전문의 주도의 진료시스템을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즉각적인 추진에 나섰다. 논거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한데 이어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전문의 중심병원’을 핵심 의제로 설정하고 구체적인 방안 모색에 착수했다.


의료개혁특위에서는 상급종합병원이 전공의에게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고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의료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이 진료량을 늘리기 보다 중증진료에 집중하면서 숙련된 인력에 투자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전문의 중심병원 전환의 첫 단추는 의대교수 증원이 될 전망이다. 


인건비, 인력수급 등을 감안할 때 전공의와 전문의 1:1 대체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현재 인력 보다는 월등히 많은 교수인력이 보강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그 일환으로 전공의 업무를 축소하는 시범사업을 내년부터 국립대병원과 지역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전문의 수에 비례한 수가 지원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전공의 대신 진료지원인력(PA) 역할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등 성급한 변화 보다는 현장에 연착륙이 될 수 있도록 긴호흡을 갖고 접근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의욕적인 정부와는 달리 의료계는 회의적인 분위기가 역력하다. 전문의 중심병원은 궁극적으로 가야할 방향이지만 급진적 시도는 오히려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전문의 중심병원 전환에 따른 재정 확보는 물론 의대 증원과 맞물려 늘어나는 전공의 수련 문제를 포함해 다각적인 시각에서 실현 가능성을 타진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최병호 교수는 “취지와 방향성은 공감하지만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며 “파생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차근차근 짚어가면 접근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불가능을 현실로 구현…마법이 필요한 시점


전공의 없이도 정상진료가 가능한 전문의 중심병원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재정적 투자가 뒷받침 돼야 하지만 정부는 재원에 대해서는 구체적 청사진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단편적으로 전공의 업무를 전문의가 대체토록 할 경우 일선 병원들의 인건비 부담이 폭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는 아무런 재정적 지원도 없이 구호만 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회장은 “전공의 1인당 평균 연봉을 5000만원, 전문의 교수 연봉이 최소 1억원 이상이라고 가정하면 당장 인건비로만 1조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도 어마무시한 재정이 투입돼야 하는데 과연 재원 대책은 마련한 상태에서 전문의 중심병원 정책을 내놓은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도 “정부는 전문의 인력 채용 강화 등에 대한 구체적인 재원이나 정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며 실효성을 지적했다.


결국 작금의 상황만 놓고 보면 ‘전문의 중심병원’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만 체감케 하는 정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계 일각에서는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라면 가능하지 않겠냐는 기대심이 작용하는 분위기다. 


궁극적인 지향점임에도 ‘재원’이 최대 걸림돌로 지적되는 만큼 대기업이 운영하는 두 병원에게 마중물을 길어 올리는 역할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두 병원이 그동안 국내 병원계에 미친 선한 영향력과 모기업 지원이 더해진다면 다시한번 병원계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대’와 ‘삼성’이라는 대기업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설립한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개원 이후 국내 병원계에 많은 변화를 주도했다.


의료 분야에 ‘서비스’라는 개념을 이식했고, 과감한 투자와 인재 양성, 의학연구 지원 등을 통해 한국을 넘어 글로벌 의료 지형도를 바꿨다는 평가다.


한 병원계 인사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전문의 중심병원은 불가능하다”며 “마법이 필요하다면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어디까지나 가정이고 바람일 뿐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며 “두 병원 설립 당시와 지금은 의료환경이 많이 변했고, 파생될 여러 부작용도 감안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측 역시 이러한 기대 시선에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서울아산병원 한 교수는 “전문의 중심병원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아산사회복지재단 설립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대기업 병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제도의 희생을 강요하는 시선은 불편하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한 교수 역시 “정부가 강조하는 의료의 공공성을 감안하면 전문의 중심병원은 명백히 국가가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며 “기업의 사회공헌 잣대가 드리워질 부분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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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ㅎㄷㅈㅇ 07.13 16:12
    돈 벌려고 만든 병원이라는 본색을 드러냈구나. 전문의 많이 뽑아 제대로 된 진료를 하던지 아니면 지금 수준으로 진료하려면 환자들 빨아들이는 블랙홀 그만 하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라. ㅎㄷㅈ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