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위급한 상황에 빠지기 쉬운 고위험 산모·신생아의 보다 안전한 출산환경을 위해 대학병원들이 나섰다.
지역 개원가나 산후조리원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응급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코자 하는 움직임이다.
분만 중 사망사고에 대한 위험성이 산부인과 기피현상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노력이 사고 발생률을 낮추는데 보탬이 될지 주목된다.
23일 병원계에 따르면 일산백병원 산부인과는 최근 일산·파주·김포 지역 산부인과 의료기관 및 출산 연관 기관에 업무협약을 제안하는 글을 보냈다.
일산백병원 산부인과(과장 전경철)는 제안서에서 “지역 산부인과는 초저출산 환경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다. 특히 조산, 산후출혈 문제가 있는 경우 더 어려움을 겪을 것 같습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본원 산부인과는 지역 산부인과와 네트워크를 형성해 함께 상생하면서 고위험 산모 및 신생아 케어를 보다 원활히 지원할 수 있길 희망합니다”고 전했다.
대학병원의 경우 고위험 신생아를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위중한 환자에게 빠르고 보다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산백병원 산부인과는 “본원은 산후 출혈관련해선 자궁동맥색전술을 시술하는 영상의학과 교수님 두 분이 계십니다. 또한 ECMO 시설도 갖춰져 있어 산후 출혈 관리를 잘 할 수 있는 병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실제 위중한 환자를 성공적으로 치료한 사례에 대해 “최근 지역 산부인과에서 자궁내번증으로 의식을 잃은 산모에 대해 응급수술을 시행, 자궁도 보존하고 산모도 건강하게 퇴원한 사례가 있습니다”고 덧붙였다.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한 교수는 “여전히 출산 과정에선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출산율이 줄어들면서 분만을 돕는 병원 자체가 감소하고 있는데, 지역 산부인과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이러한 제안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산백병원 산부인과는 이달 초 지역 소재 사랑애산후조리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보다 건강한 산전·산후 관리를 위해 상호 협력키로 했다.
산후조리원-대학병원 업무협약 사례도 늘어, 政 지역 기반 산모안전 체계 구축
이처럼 대학병원 산부인과가 지역 관련 기관과 협력을 모색하는 움직임은 최근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은 지난 5일 지역 소재 그랑베이 산후조리원과 사회공헌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을 통해 두 기관은 응급 상황에 대비해 업무 협력을 하고 의료지원에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중증 산모에 대한 ‘One-Stop’ 진료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등 출산 환경을 제고하기 위해 상호 노력키로 했다.
정부에서는 최근 지역사회 단위의 산모 건강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 시작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2일 ‘국민건강 스마트관리 연구개발사업’에서 가천대 길병원을 ‘고위험 산모 및 신생아 통합 스마트 건강관리 체계 구축’ 사업자로 선정했다.
임신 전‧임신‧출산 후로 분절된 지역사회 가임기 여성의 통합 관리체계를 구축, 실시간 모니터링 정보와 자가입력정보 등을 활용해 고위험 산모건강관리서비스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고위험 산모 및 신생아에 대한 통계를 축적, 지역사회 근거 기반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목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각 급 의료기관 역할에 맞춰 더욱 안전한 출산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고위험 산모는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합병증이 동반되기 쉬운 상태를 말한다. 당뇨, 고혈압 등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임신 중 감염, 임신성당뇨로 진단된 경우, 자궁 태 태아 발육 지연, 35세 이상 고령 임신, 쌍둥이 등 다태임신, 저체중·비만 산모, 담배·약물복용 등 습관이 산모의 안전한 분만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최근 인천시 고위험산모 현황을 조사한 서은석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고위험 산모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사례는 34주 미만 조산으로, 고위험 산모 분만의 약 1/4이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또 “지난 10년 사이 다태아가 약 2배 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