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4개월…한자리 모인 정부‧국회‧의료계
청문회 13시간 공방…野 "자료 제출·증원 근거·전공의 복귀 부실" 질책
2024.06.27 09:35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서동준이슬비 기자]지난 2월 이후 발발한 유례 없는 의료대란 이래 처음으로 의료계‧정부‧국회가 공식 석상에서 만나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그러나 뒤늦은 개입에 나선 국회, 그리고 같은 말만 반복하는 정부와 의료계에 해법은 쉽지 않고 국민들의 답답함은 가중되는 모양새다.


특히 정부는 청문회를 통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근거 및 결정 과정 부실함과 현 사태 해결을 위한 계획 미비가 부각되며 강한 질타를 받았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를 열고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결정 과정과 의료대란 해결책 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청문회에는 보이콧을 중단하고 상임위 활동에 복귀한 국민의힘 위원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증인으로는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박민수 제2차관,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 대통령실 장상윤 사회수석이 출석했다.  


보건의료계 참고인으로는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 ▲송금희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 ▲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 ▲양은배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수석부원장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한수영 병원간호사회 회장이 참석했다. 


함께 참고인으로 채택됐던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과 이필수 前 의협 회장은 불참했다. 


정부, 증원 관련 자료 미제출 집중포화


야당 보건복지위 위원들은 청문회 시작부터 끝까지 정부의 2000명 증원 관련 자료 제출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표했다.


김선민 위원(조국혁신당)은 "복지부에 자료를 요청했는데, 재판 중인 상황이라며 정보 제출이 어렵다고 했다"면서 "법원에는 제출했지만 국회에는 제출을 안하는 이유가 뭐냐"며 촉구했다. 


강선우 위원(더불어민주당, 간사)은 ▲국내 40개 대학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수요조사서 ▲보건복지부 의학교육점검반 명단 ▲의학교육점검반이 작성한 40개 대학별 서면 검토 및 현장점검 결과보고서 ▲복지부가 2000명 증원에 대해 대통령실·국무조정실 보고 날짜 ▲기획재정부 예산 협의 내역 등의 자료를 요구했다.


서영석 위원(더불어민주당)도 "의사 추계영역 연구 보고서 등 의료대란 촉발 원인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이수진 위원(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야당위원들 업무보고 요청을 무시했다"면서 "의료대란때문에 장·차관이 바쁘면 누구라도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하지 않나. 이렇게 되면 '어떤 분'께서 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법원 절차가 진행 중인 사항이라 공개할 수 없었고,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대란 때문에 여유가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에 대해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은 "이미 대법원 결과까지 나왔는데 제공을 할 수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개인 정보가 문제가 된다고 하면 비실명처리해서 제출하라"고 다그쳤다.


"윤석열 대통령이 2000명 지시한 것 아냐, 복지부가 결정·보고"


야당 의원들은 이날 청문회에서 정부가 의대 증원 결정 과정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2000명을 특정해 지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지속 제기됐다.


김선민 위원은 “복지부에서 처음에 400~500명 수준을 논의했지만 용산과 협의 과정에서 2000명까지 확대됐다는 말은 정관계를 포함한 국민께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2000명 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다 보니 국민들은 심지어 이천공이라는 말까지 공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영석 위원도 “많은 국민들이 2000명에 대해 근거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총선용으로 2000명을 얘기했다,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을 덮기 위해 물타기 했다, 심지어 이천공이라는 사람이 결정했다는 얘기들이 회자된다”고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제가 결정한 사항”이라며 “대통령께는 2월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이하 보정심) 직전에 사회수석실을 통해 (2000명 증원을) 보정심에서 논의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하루빨리 의료인력 수급 균형을 맞춰야 하는 것이었고, 의대 교육이 6년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2035년까지 균형을 맞추려면 5년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도 “2000명은 2월 6일 보정심 직전에 전달받았다. 대통령께 바로 보고 드렸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1000명 미만 규모의 증원 보고를 받고 격노했다는데 의혹에 대해서 장 사회수석은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수진 위원이 “대통령께서 6일 오전 9시 국무회의 인사말씀에서 ‘복지부 장관이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국민들께 소상히 설명드릴 예정’이라고 했는데 실제 보고는 그 전에 2000명 증원 보고를 받은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장 사회수석은 “증원 규모를 2월 6일 보정심에서 결정해서 발표한다는 스케줄에 대해서는 보고 받으셨다”면서도 “다만 2000명이라는 규모는 보정심 직전에 보고 받았다”고 해명했다.


박단 대전협 위원장 불참 속 전공의 복귀책도 공회전···醫 "갈라치기 없애야"   


참고인으로 채택된 박단 대전협 비대위위원장이 불참한 가운데, 현재 의료대란 사태를 낳은 전공의 집단사직 해결 논의도 오갔다. 


야당 위원들은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한 의사 집단행동을 예상했음에도 뾰족한 전공의 복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어떻게든 복귀하도록 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는데, 그 어떻게든이 어떻게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계속된 질의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달 말까지 복귀하는 전공의와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를 파악하고, 7월 초에 대책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으로 일관하며 “대전협의 요구안에 대해 의료개혁특위 차원에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의료계 인사들은 “지금으로서는 전공의 복귀 가능성이 없다”는 비관적 견해와 “전공의를 갈라치기 하지 않는 게 현실적인 복귀책이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은 “지금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은 2020년 의정합의를 믿었지만 의정합의가 휴짓조각이 됐기 때문에 신뢰를 잃고 떠났다”며 “신뢰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돌아오는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돌아오지 않는 경우에 대해 여전히 정부가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소위 ‘갈라치기’가 돼 있는 상황에서는 복귀가 어렵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정부가 젊은 의사들, 전공의들, 의대생에게 미래는 없다는 메시지를 주고, 젊은 의사들은 범죄자·노예 취급했기 때문에 이들이 진료현장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비관적 전망을 했다. 


앞서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업무개시명령 등을 ‘철회’했지만, 이를 ‘취소’ 조치로 바꿔야 한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취소는 기존의 처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답했지만,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은 “원래 처분이 적법했더라도 사정이 바뀌었을 때 내리는 ‘사정 변경에 의한 취소’라는 것도 있으니 유연하게 생각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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