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수술까지 확대 인공지능(AI)→'무인수술로봇' 예고
미국서는 동물 진행 등 가능성 제시, 의료 질(質) 제고하지만 윤리사안 등 과제
2019.12.21 06:29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AI(인공지능)가 진단하고 로봇이 수술한다. 이는 더이상 공상과학에서 나올법한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이미 로봇·AI 기술이 의료현장 곳곳에서 활용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로봇수술은 1999년 미국의 인튜이티브서지컬(Intuitive Surgical)社가 ‘다빈치’를 출시한 이래로 다양한 기기들이 등장하면서 이제는 보편화된 상황이다.
 

로봇수술은 보다 넓은 시야 확보가 가능하고 최소 절개를 통해 부작용과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강점을 가져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등의 분야에서 주로 활용돼왔다.
 

최근에는 국내 대학병원들이 기존에 수술로봇이 활용되지 않던 새로운 분야에서도 다양한 기기를 활용해 수술에 성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허규하 교수팀은 최근 국내 최초로 다빈치를 통한 신장 이식수술에 성공했다.
 

수술로봇을 이용한 세계 최초 신장이식은 지난 2010년 미국 일리노이 대학병원에서 있었고 이후 유럽 일부국가와 인도 등에서 시행된 바 있다. 기존 개복수술을 통한 신장이식은 절개창이 20㎝ 정도로 큰데 반해 로봇 수술은 배꼽 주변으로 대략 6cm 정도의 절개창으로 수술이 가능하다.
 

세브란스병원은 이미 로봇수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이다. 2005년에 다빈치를 최초로 국내에 도입했고 지난해 6월 단일 의료기관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로봇수술 2만례를 달성했을 정도로 활용에 적극적이다.
 

정형외과 분야에서도 최초로 로봇수술이 진행됐다. 최근 가천대학교 길병원 정형외과 심재앙 교수팀은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 로봇 나비오(Navio)를 활용한 무릎 인공관절 치환술에 성공했다.
 

나비오는 의사가 환자 무릎을 3D 형태의 영상으로 볼 수 있게 해 수술 전 별도의 CT 촬영을 필요없게 하며 보다 세밀하게 개별 환자에게 맞는 인공관절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수술 과정에서도 의사가 정확한 각도와 크기로 뼈를 절삭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공한다.
 

이처럼 수술로봇은 영역을 넓혀가며 수술실에서 의료 질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의사들의 수술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쳤다.

하지만 미래에는 보조를 넘어 로봇이 의사 지시없이 독자적으로 수술을 하는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무인 로봇수술기에 대한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미국의 국립아동병원(Children’s National Medical Center)이 개발 중인 STAR(스마트조직 자율로봇, Smart Tissue Autonomous Robot)는 카메라와 기계 센서 등의 ‘스마트센싱(Smart Sensing)’과 AI컨트롤 알고리즘을 활용해 2016년 동물을 대상으로 수술을 진행했다.
 

사람의 직접적인 개입이 없이 이뤄진 이 실험에서 STAR는 돼지를 대상으로 한 문합술 등 일부 수술에서 경험이 많은 의사보다 뛰어난 능력을 선보이며 무인 수술로봇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처럼 로봇수술은 의료현장에 다양한 이점을 가져다 주지만 윤리적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특히 향후 무인 수술로봇이 상용화될 경우 의료사고 책임 소재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진단 활용 AI 확대 대세이지만 관련 종사자들 반응 갈려

영상의학 분야에서도 AI기술 발전이 가속화되며 의료현장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일례로 스위스 취리히대학교 베커 교수 등이 작성한 논문에 따르면 AI는 유방조영술에서 영상의학과 의사와 비슷한 정확도로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스탠포드대학교와 인터마운틴헬스케어가 개발한 체스퍼트(CheXpert)는 18만8000개의 이미지를 딥러닝해 폐렴을 판별할 수 있다. 평균 20분이 소요되는 엑스레이 판독을 10초만에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스타트업들도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루닛은 흉부 엑스레이를 AI로 분석하는 소프트웨어 ‘루닛 인사이트 CXR’에 대한 품목허가를 획득했고 서울대학교병원, 2차 종합병원, 건강검진센터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AI가 영상의학 분야에서 활용되며 의료 질을 높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해당 분야 종사자들의 반응은 온도차가 있다.
 

AI기술로 일자리를 잃지는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AI의 보조로 업무 편의성이 제고될 것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도 있다.
 
실제 대한영상의학회에서 발행하는 Radiology Korea에서 2016년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참가자 422명 중 AI로 인해 영상의학과 의사들 일자리 다수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는 39.8%였다.
 

응답자의 26.8%는 AI가 영상의학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 답했고 23.4%는 영상의학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방사선사의 경우에는 시험 응시인원이 타 의료기사 시험에 비해 증가 추세가 저조해진 모습을 보였다. 방사선사 시험 응시인원은 2008년 2346명에서 2018년 2548명으로 8%가량 증가했다.
 

반면 물리치료사 시험 응시인원은 2008년 3076명에서 2019년 4999명으로 62% 증가했고 치과위생사는 2008년 3962명에서 2018년 5639명으로 42% 늘었다.
 

이와 관련, 대한방사선사협회 우완희 회장은 “결국은 장비 운영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방사선사들에게는 큰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방사선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장비 운용 측면에서 편리해졌다”며 “일선 학교들에서도 교육 커리큘럼을 바꿔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I기술, 아직은 인간 대체 시기상조" 우세
 

아직까지 AI기술은 실제 의료진 수준에 미치지 못해 인간을 대체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5년 IBM이 출시한 AI 의료 시스템 왓슨 포 온콜로지는 가천대 길병원을 시작으로 큰 기대를 모으며 국내에 도입됐지만 1년 후 가천대길병원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의료진과 왓슨 의견이 일치하는 비율은 55.9%였다.
 

2015년 말 왓슨 포 온콜로지를 도입한 인도 마니팔병원의 3년치 데이터 상에서도 AI는 아직 실제 의료진에 비해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유방암은 의료진 판단과 80% 일치했지만 폐암은 일치율이 17%에 그친 것이다.
 

세계초음파의학회 김승협 회장은 “영상의학과 의사들은 AI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AI가 가진 한계를 인식하고 주의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제도 변화로 영상의학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AI기술이 의료진들 업무 부담을 줄여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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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범식 12.21 19:28
    형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