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의사들 하소연 "의사는 신(神) 아니다"
박근태 대한내과의사회장
2023.10.23 05:36 댓글쓰기



"올해 의료계 화두는 필수의료이다. 필수의료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의대 정원 확대보단 의료분쟁 특례법 제정과 수가 인상 등 의료환경 개선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필수의료 해결책은 의대 정원 확대보다 선(先) 의료분쟁 특례법 제정 중요"


박근태 대한내과의사회 회장은 2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과를 비롯한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이 같은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료정책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2013~2020년까지 의료분쟁 및 중재 신청 중 사망신청 건은 '내과'가 전체의 36.6%를 차지,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난 2013~2018년 사이 검사가 의사를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한 건수는 연평균 754.8건으로, 일본 경찰 신고 건수 대비 9.1배이고, 영국 의료과실 의심 관련 과실치사 경찰 접수 건수 대비 31.5배 많았다.


일본 의사들 형사처벌 많아지자 분만 거부, 이후 사회적 합의 도출 기반 배상액도 제한  


박근태 회장은 "일본 의사들에 대한 형사처벌 건수가  적은 이유가 무엇일까. 과거 일본 산부인과 의사가 분만을 하다 의료사고가 나 형사처벌을 받게 되자, 이 같은 위험을 피하고자 의사들이 분만을 거부했다. 이 과정에 의사 형사처벌을 지양하는 사회적 합의가 도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의사 민사소송 건수는 우리와 비슷하지만 최고 배상금액이 10억원으로 정해져 있다. 한국에선 최근 18억원에 달하는 배상금이 나왔다"면서 "의사회가 만든 의료분쟁조정위원회로 인해 소송까지 가는 경우는 10~20%에 불과하다"며 민간 주도 자정노력이 효과적이라고 첨언했다.


박 회장은 "의사는 신이 아니다. 배운대로 진료를 하지만 사람마다 장기 모양, 질병 상태 등이 다 달라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하지만 법원은 의료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필수의료를 가속화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의료사고 위험이 큰 내과는 자연스럽게 예비의사들이 기피하는 과목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무너진 필수의료를 되살리기 위해서 가장 선행돼야 할 것은 고의에 준할 정도의 의료과실이나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의료행위를 제외하고 보험가입을 조건으로 의료인의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의료분쟁 특례법'의 제정"이라고 역설했다.


"검용 포셉·절제용 스네어 수가인하 반대체검사 수탁·자율 정산 필요"


생검용 포셉과 절제용 스네어의 수가인하도 필수의료 붕괴를 재촉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내시경 시술 시 사용되고 있어 내과는 물론 외과, 가정의학과 등 다양한 과들이 공동대응할 방침이다. 


박근태 회장은 "생검용 포셉과 절제용 스네어 수가가 인하될 수 있는 소문이 나면서 내과 지원을 망설이는 전공의들이 늘고 있다. 내시경 검사와 시술에 빈번하게 사용되는 재료들에 대한 수가인하는 내과, 외과 등 필수의료 과들의 붕괴를 앞당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내시경 수가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어 소화기내시경학회, 위대장내시경학회, 대한외과학회, 대한외과의사회,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등과 공조해 회원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풀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내과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검체검사 위탁과 관련해선 정부가 개입하기 보단 민간에 맡길 것을 제안했다. 검체검사마저 옥죈다면 내과계는 고사 위기에 처한다고 경고했다. 


이정용 부회장은 "검체검사 수탁과 관련해선 현행 '자율 정산'이 바람직하다"며 "현재 진행 중인 관련 연구용역 결과가 11월 말에 나오면 정부를 설득하는 근거로 제시할 방침"이라고 피력했다. 

 

이 부회장은 "일본에서도 검체검사 위탁과 관련해선 자율정산을 기본으로 한다"며 "이건 할인 개념이 적용되는 분야가 아니다. 수탁사와 위탁사 간 시장 경제에 기반한 계약"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만성질환 시범사업이 내년에 본사업으로 전환된다. 의료계가 요구한 본임부담 20%, 통합청구 등이 모두 수용됐다. 


박 회장은 "그동안 우리가 주장했던 본인부담률, 청구방식이 합리적으로 결정됐고, 건강생활실천지원금을 카드로 받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 건보공단이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며 "올 연말까지 변화된 내용들이 반영되면 내년 본사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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